곤돌라에서 내리면 만나는 설산 풍경/ JAPAN NOW
곤돌라에서 내리면 만나는 설산 풍경/ JAPAN NOW
'스노 몬스터'를 한국말로 표현한다면 '수빙'이다.
한국에서는 '상고대'라고도 하지만 일본의 수빙은 상고대와 약간 다르다.
나뭇가지에 수증기나 물방울이 얼어붙어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일정한 적설량과 기압 배치, 습기와 기온 그리고 침엽수와 표고 상단의 경사도 등에 의해 만들어지며 상고대 보다는 덩치가 크다 .

스노 몬스터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미야기현 “자오 스키장”이다. 일본에 온 첫해부터 여기는 꼭 가보고 싶은 지역 중 하나였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아키타'를 목적지로 정하고 자료 조사를 해보니 일본 3대 수빙 지역으로 미야기현 외에, 아오모리의 "야코다야마" 그리고 아키타의 "모리요시야마"가 있다는 사실.

아키타에서도 '스노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도쿄부터 두근거렸다.
게디가 모리요시야마는 '아니 스키장'이 있어 곤돌라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도착해 트레킹도 가능하다.

우선 아키타현은 아키타 공항이 가장 크지만 모리요시야마 와 가장 가까운 '오다테 노시로 공항'을 이용해 동선이 가장 가까운 시골의 허름한 숙소를 택했다.
사전에 현청 한국 담당자의 도움으로 추천받은 이 료칸은 동네 사람들이 일과를 끝내고 모이는 마을 온천으로 위층에 방은 6개뿐인 로컬 료칸.

오후 5시쯤 어둑해 지자 마을은 정적이 흘렀다. 온천을 마친 뒤 료칸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나 혼자 뿐인 것으로 봐서 추측건대 이날 손님은 나 혼자뿐.
간단한 생선회와 튀김, 그리고 아키타 전통요리 '키리탄포'에 생맥주와 사케 한 병을 곁들였다.

일행이 있다면 담소를 나누며 1시간 이상 먹었을 식사지만 혼밥에 혼술이다 보니 30분 만에 속전속결로 식사 끝.
처가인 니이가타현 같은 곳에 비하면 별로 먹을 것이 없었지만 내일 '스노 몬스터' 지역을 트레킹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이번 주 내내 도쿄는 비가 오며 이곳도 내일부터 구름에 눈이 내릴 예정이지만 마지막 뉴스의 기상 정보는 아침에 잠깐 해가 뜬다고 하니 서둘러 나가야 갰다.

[다음 날]
스노 몬스터를 본다는 설렘에 조식이 어디로 넘어 가는지 모른 채 서둘러 체크아웃을 했다.
모리요시산 아니스키장 도착 후 티켓팅 직원이 "올해 유난히 날씨가 따뜻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전부 떨어져 버렸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즉, 스노 몬스터를 지금 시점에선 볼 수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트레킹이라도 해야지.
정상까지 가기 위해 신고서를 제출하는데 젊은 렌털 담당 직원이 설피는 없어도 된다고 해서 그대로 곤돌라를 탔다. 거리 3,473m로 하차 후 이곳 에서부터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중급자들도 많이 보였다.

곤돌라를 내려 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 걸었으나 파우더 설질은 젊은 스텝의 말과 달리 설피 없이 이동이 힘들었다. 어떤 경우에는 무릎까지 빠지기도 했다.

등산로를 정비하는 스텝을 만나 인사를 했더니 지금 상태로 정상까지는 위험하니 대피소가 있는 신사까지만 가라고 당부한다.
신사를 가는 길도 험난했지만 때묻지 않은 하얀 속살 같은 능선 트레킹은 발로 스며드는 눈의 차가움도 잊게 했다. 그야말로 황홀 그 자체다.
예전부터 산 정상에서 시야를 거스르는 장애물이 없는 능선 트레킹을 매우 좋아했다. 게다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무도 밟지 않은 순수의 설국이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보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연 풍광을 느낄 때 일본 여행은 최고로 즐겁다. 스키를 타고 온 서양인, 보드를 등에 지고 오르는 젊은 여성,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기다렸으며 준비한 여행일까 생각하니 나 역시도 행복하다.

특히 나를 비롯한 솔로 여행객들이 많았는데 산을 오를 때 신고증을 작성하고, 야간 스키가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자칫 길을 잃어 조난 당할 수도 있는 웅장한 규모다.

신사에 도착 후 건너편 산봉우리 정상이 눈앞에 보였지만 스텝의 말처럼 무리하지 않고 다음 기회에 장비 갖추고 다시 찾는 것이 답이라 생각하고 곤돌라 탑승장으로 향했다.

탑승장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곤돌라에서 내려 하얀 세상을 즐기고 있다.
나는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 한동안 멍하니 자동판매기 커피를 마시며 설산을 즐겼다.

이 정도 규모의 스키장인 데도 정상에는 화장실과 자동판매기가 전부며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도 작은 푸드코트에 선물코너 하나가 전부인 소박한 리조트.

일본 산악 트래킹은 대부분 곤돌라나 로프웨이가 설치 돼있어 고령자나 체력 약자들도 대자연의 풍경을 즐길 수가 있다. 정상 도착 후에도 일반적인 코스(대략 걷는 코스 10분 내외)와 산행코스로 나뉘어 접근성이 좋다.

스노 몬스터까지 봤다면 완벽한 목표 달성이었겠 지만 맑은 날씨에 설산 능선 트레킹만이 잊지 못할 추억을 저장했다. 아마 약간의 아쉬움은 다음에 다시 오라는 아키타 신의 선물로 해석하고 싶다.
곤돌라로 하산 후 젖어버린 양말과 부츠를 벗고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하늘은 잿빛으로 변한 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키타와 나는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하네다공항 2터미널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아키타현 "오다테 노시로"공항으로 이동. / JAPAN NOW
하네다공항 2터미널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아키타현 "오다테 노시로"공항으로 이동. / JAPAN NOW
도쿄를 이륙해 북쪽으로 향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눈 풍경 / JAPAN NOW
도쿄를 이륙해 북쪽으로 향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눈 풍경 / JAPAN NOW
아키타현 오다테노시로 공항 / JAPAN NOW
아키타현 오다테노시로 공항 / JAPAN NOW
3박4일 함께 할 토요타 "Roomy" 연비 20Km가 넘는 실용적인 차./ JAPAN NOW
3박4일 함께 할 토요타 "Roomy" 연비 20Km가 넘는 실용적인 차./ JAPAN NOW
모리요시산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 가운데 유일하게 온천이 있었던 숙소. / JAPAN NOW
모리요시산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 가운데 유일하게 온천이 있었던 숙소. / JAPAN NOW
2층은 대욕장, 3층은 6개의 숙소가 있는 시골 동네 료칸. / JAPAN NOW
2층은 대욕장, 3층은 6개의 숙소가 있는 시골 동네 료칸. / JAPAN NOW
추측컨데 이날 객실 상황은 나 혼자 뿐이었다./ JAPAN NOW
추측컨데 이날 객실 상황은 나 혼자 뿐이었다./ JAPAN NOW
시골스런 료칸 조식./ JAPAN NOW
시골스런 료칸 조식./ JAPAN NOW
시간이 멈춘 듯 한 마을 풍경./ JAPAN NOW
시간이 멈춘 듯 한 마을 풍경./ JAPAN NOW
드디어 모리요시산 "아니스키장" 도착./ JAPAN NOW
드디어 모리요시산 "아니스키장" 도착./ JAPAN NOW
손님을 맞아주는 "아키타견'./ JAPAN NOW
손님을 맞아주는 "아키타견'./ JAPAN NOW
곤돌라를 내리면 만나는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 / JAPAN NOW
곤돌라를 내리면 만나는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 / JAPAN NOW
현실로 안 보이는 엽서 같은 풍경./ JAPAN NOW
현실로 안 보이는 엽서 같은 풍경./ JAPAN NOW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은 이곳 정상에서 부터 3Km가 넘는 거리를 활강 할 수 있다./ JAPAN NOW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은 이곳 정상에서 부터 3Km가 넘는 거리를 활강 할 수 있다./ JAPAN NOW
신사 또는 정상까지 트래킹 하는 사람들. / JAPAN NOW
신사 또는 정상까지 트래킹 하는 사람들. / JAPAN NOW
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객들은 스노우부츠와 설피는 필수다. / JAPAN NOW
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객들은 스노우부츠와 설피는 필수다. / JAPAN NOW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이 정상 능선 코스. / JAPAN NOW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이 정상 능선 코스. / JAPAN NOW
발밑에 보이는 건물은 대피소와 신사. / JAPAN NOW
발밑에 보이는 건물은 대피소와 신사. / JAPAN NOW
뒤로 보이는 야마가타현의 설산풍경. / JAPAN NOW
뒤로 보이는 야마가타현의 설산풍경. / JAPAN NOW
중국인 관광객들이 곤돌라에서 내려 눈을 즐기고 있다. / JAPAN NOW
중국인 관광객들이 곤돌라에서 내려 눈을 즐기고 있다. / JAPAN NOW
<한경닷컴 The Lifeist> Cona KIM / JAPAN NOW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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