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유전쟁으로 변질되는 중동 사태, 인질로 잡힌 글로벌 경제
이란이 그제 새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조기 종전 기대에 숨을 고르던 글로벌 시장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지난 8일 공식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이 그제 새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조기 종전 기대에 숨을 고르던 글로벌 시장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지난 8일 공식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 석유 흐름을 차단해 워싱턴에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기대했던 정권을 무너뜨릴 만한 봉기 조짐은 이란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하락하는 주식시장은 이란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승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전쟁을 끝내거나,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또 다른 수렁에 빠지는 것 사이의 기로에 설 것이다.테헤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걸프 국가의 석유 및 가스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해협이 계속 폐쇄된다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에너지 공급난이 예상된다. 걸프 지역의 의미걸프 지역은 단순히 화석연료 그 이상을 의미한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석유와 가스 수출의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알루미늄 제련소 같은 에너지 집약산업을 육성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 걸프 지역은 비료 생산의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적대적 국가가 걸프 지역의 에너지 수출을 막아 세계를 협박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국익이라고 믿어왔다. 이는 미국 중동 정책의 핵심 기반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이번 전쟁의 충격은 이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보여준다. 미국이 이란의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거나, 향후 재봉쇄 역량을 없애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이 끝나면 이란 정권은 앞으로도 주변 국가의 국제 교역을 가로막을 위험성이 높다. 이란이 필요할 때마다 세계 경제 위기를
“이러려고 법을 강행 처리했냐는 비판이 돌아올 테니, 당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죠.”지난 12일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을 두고 한 민주당 의원이 “예상은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날은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시행일이자 양 전 의원이 대출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은 날이었다. 양 전 의원은 “죄송하다”면서도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며 재판소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해당 제도는 민주당의 방탄용이었다”며 맹공에 나섰다.재판소원법은 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권리구제 수단을 보다 강화하려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결국 ‘법원의 재판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등에서 ‘4심제’가 사실상 도입됐다.입법 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된 모호성 문제는 법을 기어코 탄생시킨 여당에서부터 현실화했다. 비판을 쏟아낸 국민의힘도 다를 것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 유포 혐의로 전날 유죄가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도 “헌재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했다.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상 하자나 기본권 침해는 주장할 방법이 너무 많은데 헌재는 현행법상 이를 모두 심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유죄 판결이 난 모든 정치인이 ‘보여주기식’으로라도 재판소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많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했다. 그간 기회가 될 때마다 강단에서, 또 지면을 통해 “한국을 떠난 인재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인재 전쟁의 실상을 알리며 우리 기업의 인재 경영 혁신을 주문했지만, 현실에서의 변화가 좀처럼 체감되지 않아 답답함이 컸다. 무엇보다도 본인은 정작 미국에 살면서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이 일종의 ‘자가당착’처럼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늘 편치 않았다. 국가 차원 인재 경영 위한 세 가지 무기끊임없는 위기론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AI 시대를 선도할 국가 차원 인재 경영의 세 가지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첫째, ‘인적자본의 상향 평준화’다. 최근 한국 대학들이 세계 순위가 낮아 국제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대학들이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를 기록한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 70.6%는 한국이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미스매칭’이라는 과제는 존재하지만, 한 국가의 인적자본 수준이 이토록 상향 평준화된 나라는 드물다. 심지어 미국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만성적인 전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텍사스주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60x30TX’ 계획, 즉 2030년까지 청년 인구의 60%가 대학 학위를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앞으로 펼쳐질 AI 시대는 소수의 천재 과학자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대중의 광범위
문화·외교를 통해 한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소프트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안정된 민주주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대외 무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에 따른 경제적 상승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 군사행동, 자국 내 반감 여론소프트파워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이 2주째 접어드는 시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키워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단행한 직후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서 60%이상의 미국 시민들은 이란 전쟁을 반대했다. 군사적 행동을 하기 전에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믿는 미국 시민들 역시 27%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군사력에 의존하는 하드파워가 국제무대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며 외교적인 노력이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올 12월에 세번째로 탈퇴하기로 결정하는 등 소프트 파워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한류’ 영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연관 산업의 수출 증대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중국은 물론,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도 한국을 모델삼아 자국의 문화산업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는 노력을 단행하고 있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역시 정부와 민간 부분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국제무대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자 우리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에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르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한 대목이 있다. 해당 부분은 잉여 곡물을 수출할 때 장려금을 지급하던 당시 영국 곡물법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다. 곡물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내려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곡물 수출 장려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유지해 곡물 생산자들의 이익을 보전해줬다. 이 같은 법을 통과시킨 의회 구성원 대부분이 대규모 농업용 토지 임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이런 법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믿었다. 나아가 그는 ‘곡물 시장과 곡물법에 대한 여담’이라는 장에서 곡물상에 대한 편견을 다뤘다. 여러 쪽에 걸쳐 전개된 스미스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곡물상은 매점매석을 통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자로 비난받곤 한다. 그러나 곡물상과 소비자의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지 않다. 곡물상은 수확 상황과 계절 요인을 반영해 곡물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올리면 수요가 위축된다. 그러면 창고에 남아도는 곡물을 보관하는 비용을 떠안게 된다. 새로 수확한 곡물을 판매할 때가 임박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가격이 과하게 책정돼 안 팔린 묵은 곡물을 시장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곡물상이 너무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과도한 수요를 유도한다. 그러면 공급 물량이 조기에 소진되는 결과를 낳는다. 곡물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면 기근의 위험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따라서 곡물상은 매일, 매주, 매달 그때마다 시장 상황에 가장 적합한 수준의 가격으로
봄의 문턱, 개나리보다 먼저 새로운 계절에 손 흔드는 것은 곳곳마다 걸린 입학식 현수막이다.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생애 첫 등교를 하는 꼬마의 긴장 가득한 볼, 갓 어린이를 졸업한 청소년의 힘 들어간 어깨, 처음 어른을 시작하는 대학 새내기의 자유분방한 걸음이 하나같이 푸르다. 온 세상이 3월의 시작에 보내는 환영 인사는 꽃망울이 맺히면 꽃이 피는 것처럼 ‘성장이 예견된 출발’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다.삶의 어느 시점까지 성장이란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밥만 먹어도 자라고 잠만 자도 자란다. 울어도 자라고 넘어져도 자라고 가만히 있어도 자란다. 매일의 세상엔 늘 반드시 새로운 것이 있고, 몸이 자라는 동안 마음에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할 수 없던 것을 해내는 뿌듯함이 자란다.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성장한다는 사실은 인생 초반에 양손 가득 주어지는 입학 선물 같다.반면 더 이상 봄의 입학식을 치르지 않는 어른의 성장은 때맞춰 자동으로 갱신되지 않는다. 일상은 새로울 일 없이 반복되고, 자원은 늘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나뿐 아니라 자녀, 후배, 팀원 등 주변의 성장을 돌보아야 하는 어른에게 성장이란 경험이 아닌 전략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에 가깝다.이렇게 ‘과제가 되어버린 성장’은 그 과정에서 즐거움이나 뿌듯함보다는 불안과 압박감을 키운다. 종종 떠오르는 ‘내가 왜 꼭 성장해야 하느냐’는 피로감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강요에 대한 저항이다.한편 다행인 것은 어른도 때로 자연히 자란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울며 배우고 넘어지며 해낸다. 어른은 애쓰지
나는 또래보다 1년 빨리 프로로 전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덕분에 그로부터 1년 뒤 만 17세가 되었을 때 선발전 없이 직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시드전에 참가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했다.아마추어 때 바라본 프로 무대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많은 분의 응원을 받는 프로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 무대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성적, 인터뷰, 외모 등이 늘 평가 대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성적에 대한 질타는 견딜 수 있었다. 나도 성적이 좋지 못한 건 싫었기에 더 노력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좀 다른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인터뷰에서 말을 너무 잘한다며 미움을 살 때도 있었다. 내 치마 길이는 항상 같았지만, 성적이 좋아지니 치마가 짧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프로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소녀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관심이 힘들었다.나는 투어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에서 은퇴 후의 길을 찾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통 목·금요일은 대회장에 있었기 때문에 수업은 월·화·수요일 3일 동안 몰아서 들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야 연습할 시간이 생겼다.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골프 성적은 더 좋아졌다. 오히려 대학 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면서 연습 기회가 생겼을 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골프에 질리지 않는 ‘균형’이 생겼다.체육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골프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역학을 통해 골프 스윙을 더 잘 이해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10월 말 사상 최고가인 212달러를 기록한 뒤 5개월 가까이 100달러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질주하던 기술주 다수가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백을 메운 주식이 있다. 에너지·금속·광업 등 이른바 ‘구경제’ 주식이다. 프리포트맥모란, 리오틴토, 엑슨모빌 등은 작년 10월 말부터 20~50% 올랐다. 구리가 지난달 t당 1만4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금과 은, 구리, 알루미늄, 원유, 천연가스 등 온갖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는 덕분이다. 원자재 급등…구경제의 복수이를 ‘실물자산 부활’이라 부르든,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라 칭하든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본이 신경제(신기술)로 몰리는 사이 한동안 구경제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투자 부족이 누적되는 사이 수요 충격이 생기면 장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70년 동안 나타난 두 차례의 대규모 자본지출 사이클 이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뒤따른 건 우연이 아니다. 1960년대 ‘니프티 피프티’(대형주 중심 주가 상승세)가 지배했을 때 돈은 코카콜라, 맥도날드, IBM 등 브랜드를 가진 기업에 몰렸다. 그사이 구경제 투자는 소홀해졌고, 이어진 1968~1980년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다. 1990년대 중반 세계는 닷컴 붐에 빠졌고 모든 자본은 인터넷에 쏠렸다. 그리고 2002~2014년 원자재는 초호황을 누렸다.이번에도 비슷하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에 투자가 몰렸다. 이런 추세는 2022년 챗GPT 탄생과 함께 AI 붐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작년부터 원자재가 뛰고 있다. 칼라일은 이를 ‘구경제의 복수’라고
미국·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때부터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2017년 말 이란 등 이슬람권의 극렬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다. 2018년에는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고, 2020년 1월에는 헤즈볼라·하마스의 핵심 배후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선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이어 이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참수 작전까지 단행했다.과거처럼 중동 석유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석유 수송의 ‘초크 포인트’였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사안들이다. 미국 자신감의 원천은 잘 아는 대로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완전 독립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중동 석유에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패권국 지위가 미국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미국 현대사는 곧 에너지 확보의 역사다. 미국이 에너지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69년 콜로라도 핵폭발 사건이다. 그때도 셰일이라는 거대하고 단단한 암석층에 가스와 오일이 매장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를 뽑아낼 방법을 찾지 못하자 ‘핵폭발’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시도했다. 미국 원자력위원회가 TNT 4만t급 폭발로 셰일층을 깨부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을 합한 것보다도 큰 규모다. 가스 채굴량은 현격히 늘었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상업화할 수 없게 돼 무용지물이었다.미국 정부도 손든 셰일 개발을 해낸 이들이 중소 석유개발 기업인이었다. ‘셰일의
딸아이가 대학 졸업반이 됐다. 이제 1년만 더 지원해 주면 얼추 부모 역할은 다한 셈이다. 홀가분한 마음 반, 졸업 후 제대로 취업해 자기 밥벌이는 할까 걱정스러운 마음 반이다. 딸아이는 하필 요즘 ‘컴송’하다는 컴퓨터공학이 전공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일자리 대체 폭풍을 맨 앞에서 맞고 있는 과(科)다. 미국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의 실업률이 예술사 전공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외신 보도에 이어 국내 대학 컴퓨터공학과 취업률도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는 소식이다. 앤스로픽이 최근 공개한 ‘노동시장에 관한 AI의 영향’ 보고서 역시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꼽았다. 진로 고민이 많은지 아이의 얼굴이 부쩍 어두워졌다.‘문송’했던 아빠에 이어 딸아이는 ‘컴송’이라니, 왜 대물림처럼 누군가에게 ‘죄송’해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 과정에서 문과생의 비애를 느껴봤기에, 아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내심 안도한 것도 사실이다. 정보기술(IT)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던 시절에 입학해 이렇게 AI발(發) 취업 한파가 몰아칠 때 졸업하게 될 줄 당사자라고 상상이나 했을까.그런데 문제는 문송, 컴송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가뜩이나 좁은 취업 관문을 아예 무너뜨릴 기세다. 문·이과를 가리지도 않는다. 사실상 ‘졸송’(졸업해서 죄송)한 시대다. 엔지니어인 지인은 AI를 활용하니 혼자서도 낮은 연차 후배 여러 명과 일할 때만큼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일일이 가르쳐 가며 일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고 한다. 삼성처럼 70년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