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영리병원'이라는 정치적 용어 왜곡, 바로 잡아야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선정됐던 중국 뤼디그룹의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끝내 무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7일 “조건부 허가(외국인만 진료·3개월 내 개원) 요건을 지키지 못했다”며 녹지국제병원 허가를 취소했다. 2002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동북아 의료 허브’ 구상에 따라 추진된 투자개방형 병원이 17년 동안 헛바퀴만 돌린 꼴이 됐다. 의료 분야의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자극할...

  • [사설] '리디노미네이션' 앞서 경제체질 개선이 먼저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주장이 국회 일각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기 상조”라며 신중론을 내놓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게 주목된다. 1000원을 새로운 1원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京) 단위 통계까지 나오면서 불...

  • [사설]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안산시의 '대학등록금 지원'

    고삐 풀린 지방자치단체의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 모든 대학생에 대한 무차별 등록금 지원에까지 이르렀다. 그제 윤화섭 안산시장이 전국 최초로 지역 내 대학생들에게 본인 부담 등록금의 절반(최대 2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2학기 취약계층 자녀(3945명)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안산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대학생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시의회 조례 제정 등의 절차가 남긴 했지...

  • [기고] 세계 최고 5G, 세계 최초 노하우 다져야

    지난 3일 오후 11시, 우리나라는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나 빠르고 데이터 전송 지연을 최소화함으로써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5G 시대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당초 정부는 5G 스마트폰 출시 등 업계 상황을 고려해 3월 말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5G 스마트폰 개발과 시험 일정 등이 지연되면서 상용화 시점을 4월 5일로...

  • [천자 칼럼] 씁쓸한 '과학의 날'

    “자네, 미국 가면 박사 말고 다른 걸 해오게. 미국이 어떻게 과학 영재를 기르고, 연구소는 어떻게 움직이며, 산업계는 어떤 연구로 1등 국가를 일궜는지 보고 와서 학교와 연구소 만드는 일로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가 돼 주게나.” 김법린 초대 원자력원장이 1959년 유학을 준비 중이던 정근모 인턴 연구원에게 한 말이다. 김 원장은 프랑스 유학파로 장관을 지냈고, 정근모 당시 인턴은 유학 후 KAIST를 설립하고 과학기...

  • [안현실 칼럼] 박영선은 홍종학과 다를까

    “(중략)이스라엘이 재벌개혁에 나섰다. 혁신적 창업국가로 우뚝 선 이스라엘에서 거대 기업집단이 혁신을 막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 같이 작은 나라에서 혁신적 창업을 유도하는 게 규모의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홍종학, 혁신경제 4-이스라엘) 재벌개혁만 하면 중소기업들이 벌떡 일어서고 창업이 분출하고 혁신이 쏟아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 눈엔 모든 게 그런 쪽으로만 비치는 모양이다. 홍종학 ...

  • [천자 칼럼] '엘리트 교육'의 명암

    프랑스는 ‘대학 평준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대학 서열도 거의 없다. 하지만 ‘대학 위의 대학’이 존재한다. 국가 엘리트 양성을 위한 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다. 정치·행정 분야의 국립행정학교(ENA)를 비롯해 종합기술학교(에콜 폴리테크니크),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 [시론] 경제를 살리는 '市+産+學 협력'

    네덜란드는 우리 국토 면적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아주 작은 국가다. 영토 대부분을 간척사업으로 얻었기에 그 절반 정도는 해발 1m 이하다. 그런 측면에서 아름답게 보이는 풍차(風車)는 한없이 물을 퍼내야만 살 수 있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고난의 삶을 증명하는 것이다. “문명이란 끝없는 노력으로 자연의 험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는 것”이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이야기대로 네덜란드는 오히려 어려운 자연환경과 ...

  • [취재수첩] '묻지마 ILO 비준' 민노총의 아전인수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최근 노동계가 요구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선(先)비준’ 주장에 대해 “국회 동의 없이는 선비준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용부 국제협력관이 언론 브리핑을 자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헌법 원칙에 어긋나는 선비준 요구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잇따르자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예상대로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 [고두현의 문화살롱] 길을 내는 자, 성을 쌓는 자

    로마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의 뒤꿈치’인 남동부 브린디시까지 뻗은 약 570㎞의 아피아 가도(Via Appia). 세계 최초의 포장도로인 이 길은 기원전 312년부터 약 70년에 걸쳐 완공됐다. 로마에서 그리스나 이집트로 가려면 이 길을 통과해야 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알렉산드리아를 멸하고 돌아올 때도 이 도로로 개선했다. 로마는 제국의 광대한 영토를 촘촘한 도로망으로 연결했다. 서기 200년 무렵에는 도로 총연장이 3...

  • [전문가 포럼] 한국이 보이지 않는 글로벌 기술전쟁

    페이션스라이크미(PatientsLikeMe)라는 미국 기업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유튜브와 함께 참여·공유·개방을 표방하는 웹2.0의 대표적 기업이다. 유튜브가 사용자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것과 마찬가지로, 페이션스라이크미는 사용자들이 자신과 유사한 질환이 있는 다른 사용자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이 기업에 2017년 중국 아이카본엑스(iCarbonX)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주주가 ...

  • [문화의 향기] 오페라도 한때는 놀라운 기술발전의 산물

    1980~1990년대엔 요즘은 거의 사라진 오락실이 성행했다. 50원 또는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잘하는 친구들은 20분도 넘게 레버와 버튼이 달린 오락기 앞에서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갤러그, 너구리, 돈킹콩 같은 당시 오락물은 지금 보기에는 조악한 그래픽의 영상이다. 하지만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요, 성지였다. 이따금 대학생 형이나 아저씨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 고객은 동전 몇 닢을 쥐고 찾아오는 아이...

  • [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5G, 결국 소프트웨어 싸움이다

    마크 앤드리슨은 세계 최초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의 개발자다. 정보기술(IT)기업 투자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삼키는 이유’에서 “10년 이내에 많은 산업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 [유광종의 시사한자] 삼 마(麻) 취할 취(醉)

    신체의 일부에 깃든 감각이 없어질 때가 있다. 보통은 마비(麻痺)라고 적는다. 의학적으로는 마취(麻醉)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통증을 없애고 수술을 해야 할 때 곧잘 취하는 행위다. 앞의 글자 麻(마)는 보통 식물의 일종인 삼을 지칭한다. 글자 구성을 보면 집을 가리키는 (엄)에 삼의 껍질인 (빈) 두 개가 합쳐졌다. 집에 삼을 가져다가 껍질을 벗겨 늘어놓은 모습이다. 그 삼으로 만든 옷이 마의(麻衣), 삼실로 짠 굵은 자루가 마대(麻...

  • [한경에세이] 넥스트 유니콘 기업의 퀀텀리프

    ‘모소 대나무(moso bamboo)’는 중국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 대나무다. 4년 동안 단 3㎝만 자라는 모소 대나무를 키우는 농부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물과 양분을 주며 묵묵하게 길러낸다. 씨를 뿌린 지 5년이 지나면 모소 대나무는 하루에 30㎝가 넘게 자라기 시작해 고작 6주 만에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폭풍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를 ‘퀀텀리프(quantum leap·양...

  • [한경에세이] 마라도나 효과와 리더의 조건

    축구를 좋아하는 딸 덕분에 배운 용어 중 ‘마라도나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인 디에고 마라도나를 중심으로 수비수가 몰린 탓에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겨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1986년 우리나라가 30년 만에 출전한 멕시코월드컵은 말 그대로 ‘마라도나의 월드컵’이었다. 마라도나는 그해 ‘혼자 힘으로 90분을, 21명을 지배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