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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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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약력
우리은행 홍보실장, 서여의도지점장
예쓰저축은행장/대표이사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이투데이 선임연구위원
현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소개 글
2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만큼 살다 보니 그때는 듣기 싫던 잔소리가 나를 이만큼이나 키워준 거란 걸 알았습니다.
그 지겹던 잔소리들이 모두 고사성어에서 나온 거란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부모 등을 보고 배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불초(不肖)‘라는 고사성어에도 나오듯 아버지를 닮지 못합니다.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인성이 더없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시집간 딸이 딸을 낳고 장가든 아들이 아들을 낳아 손주가 생기고 나니 손주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고사성어를 100여 개 추려 잔소리를 회억해냈습니다.
  •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들은 야단이 ‘ 생각이 없다 ’ 였다 . 조금 약한 핀잔은 ‘ 생각이 짧다 ’ 나 ‘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 였다 . 가장 심한 욕은 ‘ 생각 없는 놈 같으니라고 ’ 였다 . 야단칠 때는 언제나 “ 사람은 딱 생각한 만큼만 행동한다 . 생각 좀 하고 살아라 ”...

    2023-06-05 17:00
  • 집중하면 이룰 수 있다

    아버지가 두 동강 난 지팡이를 든 채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 변호사 사무실에 들른다고 외출했던 아버지는 화가 많이 난 채 귀가해 방문을 굳게 잠갔다 . 이튿날 휴일 새벽에 어머니가 깨워 일어나자 아버지가 같이 가자고 했다 . 차에 탄 아버지가 수주면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 지금은 무릉도원 면으로 바뀌었다 ) 으로 가자고 했다 . 구룡산 쪽으로 길을 들어서라고 할 때에서야 십수 년 전에 아버지가 경영하던 채석 회...

    2023-05-30 13:22
  • 전달되지 못한 말은 소리일 뿐이다

    아버지는 필기구를 셔츠 주머니에 꽂았다. 양복주머니에서 꺼내면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메모는 생각이 퍼뜩 날 때 바로 적어야 한다고 했다. 때로 거꾸로 꽂은 볼펜에서 새 나온 잉크로 옷을 망치기도 해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도 고치지 못했다. 필기구 꽂은 셔츠 주머니가 해져 덧대기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필기구도 그렇지만 메모지도 닥치는 대로 썼다. 잠에서 깨면 주머니마다 구겨 넣은 메모지를 꺼내 다급하게 휘갈겨 쓴 난필을 해독하며 잡기장에 옮겨적...

    2023-05-22 10:54
  • 갈등을 해소하려면 명분을 만들어라

    친구가 차에 깔려 죽는 사고가 터졌다 . 초등학교 6 학년 때다 . 학교에 붙여 지은 새집에 이삿짐을 내린 트럭이 운동장에 주차해 있었다 . 점심시간에 같은 반 아이들이 차에 올라가고 매달리며 놀았다 . 그중 한 아이가 운전석에 올라가 시동을 걸자 차가 후진했다 . 내 친구가 차 밑에 떨어진 검정 고무신을 꺼내러 들어갔다가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 집에서 점심 먹다 비보를 듣고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 사람들이 모여있...

    2023-05-16 14:50
  •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

    미국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 99 년 9 월 부모님이 뉴욕 집에 다니러 오셨다 . 관광을 안 가겠다는 아버지를 설득해 차로 모시고 워싱턴 DC. 에 갔다 .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본 뒤 아버지가 제퍼슨 기념관은 안 가겠다고 해 의아했다 . 링컨 기념관을 서둘러 보고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했을 땐 문 닫을 시간이었다 . 바리케이드를 치려고 준비하던 병사가 캐딜락 승용차가 다가오자 멈칫했다 . 내가 내려서 &ldq...

    2023-05-09 16:02
  • 훌륭한 선생은 혼자 가르치지 않는다

    산수 문제를 칠판에 풀던 선생님이 분필을 들고 머뭇거릴 때 끝나는 종이 울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선생님이 “이 문제는 다음 시간에···”라며 칠판에 풀다 만 문제를 지우고 수업을 끝냈다. ‘선생님이 풀지 못한 문제’는 저녁때 집에 다니러 온 작은아버지가 바로 풀어줬다. 밤새 문제 풀이를 외웠다. 다음날 선생님이 지난 시간에 이어 한 사람씩 나와 다음 문제를 ...

    2023-05-02 15:15
  • 똑바로 걸어라

    평생 걸을 때마다 떠오르는 아버지의 지적이다 .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다 . 윗동네 사는 어른께 아버지가 편지 심부름을 시켰다 . 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요즘 말로 손편지가 소통꾼이었다 . 걸음이 불편한 아버지는 내게 편지 심부름을 많이 시켰다 . 편지를 써서 들려주며 아버지는 “ 답을 받아와야 한다 ” 거나 “ 전해드리기만 하면 된다 ” 는 말씀을 꼭 했다 . 그날은 ...

    2023-04-25 17:44
  • 최고 제품은 시장을 새로 만든다

    아버지는 평생 집을 직접 두 번 지었다 . 두 번째 지은 집이 완성되자 바로 이발소를 개업했다 . 1966 년이다 . 우리집에서 백여 미터 앞에 있는 아세아시멘트 공장 준공을 앞두고서다 . 개업하기 전에 ‘ 일성 ( 一盛 ) 이발관 ’ 간판을 먼저 달았다 . 간판을 단 이튿날 어머니가 잠을 깨워 일어나자 아버지는 이미 어둑한 새벽에 양복을 차려입고 기다렸다 .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

    2023-04-18 18:06
  • 어제보다 더 나아지지 않은 날은 삶이 아니다

    고등학교 입시에 합격한 날 . 합격증을 받으러 본관에 함께 들어서던 아버지가 “ 아 !” 하는 비명 같은 탄성을 질렀다 . 나도 놀랐지만 주위에 있던 이들도 모두 놀랐다 . 이어서 아버지는 큰소리로 “ 참 좋은 학교에 합격했다 . 내가 가르치고 싶었던 게 저거다 . 저렇게 현관에 떠억 하니 내건 창학정신을 봐라 . 일류학교답다 ” 라고 했다 . 아버지가 지팡이를 ...

    2023-04-11 16:49
  •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재주가 있다

    사직서를 아버지께 들켰다 . 신혼 시절 부모님과 한집에 살 때다 . 입사 동기 중 하나가 불러 “ 입행 동기지만 난 대리다 . 다른 대리들이 뭐라 한다 . 존댓말을 써라 ” 라고 했다 . 아래 직급인 계장 중에서는 내가 선임이라 그동안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왔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뜻밖이었다 .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선임부서의 대리 수준이 이 정도냐는 생각에 이르...

    2023-04-04 13:36
  • 정답만 고집하지 말고 해답을 찾아라

    숙제는 ‘ 일부터 천까지 ’ 써오는 거였다 . 초등학교 2 학년쯤이었다 . 학생 사이를 돌며 숙제를 검사하던 선생님이 내 숙제를 보자마자 앞으로 나가라고 했다 . 하나 틀린 거에 한 대씩 손바닥을 내밀게 해 회초리로 때리던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멀뚱거리게 서 있는 내 뺨을 세게 후려쳤다 . 뭐라고 말씀은 했으나 기억나지는 않는다 . 넘어졌다가 일어서자 다른 뺨도 세게 쳤다 . 선생님은 &l...

    2023-03-28 17:53
  • 너를 위해 살아라

    이제껏 아버지만큼 삼국지 ( 三國志 ) 를 탐독한 이를 보지 못했다 . 아버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 ( 吉川英治 ) 가 쓴 삼국지 번역본을 읽었다 . 가끔 보면 밑줄을 긋기도 하고 여백에 메모를 깨알같이 했다 . 결혼해서 한집에 살 때다 . 출근 인사를 드리자 갑자기 삼국지 일본어판을 구해오라고 했다 . 동경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며칠 걸려 구해드렸다 . 그러고 얼마쯤 지나 나관중 ( ...

    2023-03-21 16:24
  • 하늘은 모두 알고 있다

    같은 반 아이가 학용품을 잃어버렸다고 울었다 .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 교실에서 잃어버렸으니 같은 반 누군가가 훔쳐간 거라고 다들 단정지었다 . 담임선생님은 “ 모두 눈을 감아라 .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손만 들면 용서해주겠다 ” 고 했다 .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 두 번 세 번 말해도 마찬가지였다 . 화난 선생님이 부리나케 교실 밖으로 나갔다가 한참 만에 양동이 두 개를 들고 들어왔...

    2023-03-14 13:33
  • 마음에 없는 인사치레는 하지 마라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아버지가 느닷없이 물었다 . 은행에 다닐 때다 . 점심을 먹고 아버지가 담배 피우는 동안 길에서 지나치는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두어 번 한 말이었다 . “ 별일 없지 ? 언제 밥 한 번 같이 하자구 ” 라는 말을 아버지가 지켜보다 지적했다 . 점심시간에 만나는 직장 동료들인데 딱히 할 얘기는 없어 인사치레로 하는 거라고 강변했다 . 아버지는 바로 “ 정신 나간 놈...

    2023-03-07 16:22
  •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지 마라

    나는 왼발 엄지발톱이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 재떨이를 들고 동생과 장난치다 떨어뜨려 다쳐서다. 대포 탄피 밑동을 잘라 만든 재떨이는 무거웠다. 검붉은 피가 솟구쳐 나오더니 발톱이 빠진 자리에 새 발톱이 나오지 않았다. 인젠 익숙해졌는데도 발톱 없는 왼발을 볼 때마다 그날이 떠오른다. 상흔(傷痕)이란 게 그렇다. 잊히질 않는다. 양말 벗고 있을 땐 언제나 왼발 위에 오른발을 올려 감추는 건 그때부터 가진 버릇이다. 해수욕장에서는 왼발 ...

    2023-02-28 17:53
  • 지식의 바퀴는 클수록 좋다

    아버지 자전거로 타는 법을 배웠다 . 초등학교 4 학년 때다 . 아버지가 나갔다 오면 자전거 바큇살까지 윤이 나게 닦는 게 내 일이었다 . 틈틈이 타봤지만 쉽질 않았다 . 아버지 몰래 자전거 수리도 여러 번 했다 . 한참 만에야 용기 내 타고 나갔다 . 어머니가 놀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 키가 작아 엉덩이를 이리저리 씰룩거려야 페달에 발이 닿았다 . 뒤뚱거리며 시장길을 걷는 것보다 못하게 자전거를 몰았다 ....

    2023-02-21 17:30
  • 호기심을 잃지마라

    우물에 빠졌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 평생토록 잊히지 않아 지키고 산다 . 초등학교 다닐 때다 . 정확히는 우물 파는 공사장에 떨어졌다 . 외갓집에서 아버지 담배 심부름을 하고 대문을 들어서자 마당 한복판에서 소리가 들려 들여다봤다 . 그리고는 깊게 파고들어 간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 깨어나 안방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 분명히 우물 파는 공사현장을 들여다보려 한 것 같은데 방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 ...

    2023-02-14 18:08
  • 바래다주려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어라

    물에 빠졌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다들 뛰어들길래 덩달아 물에 들어간 것과 가슴을 세게 압박해 깨어났던 게 전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에서 2킬로쯤 떨어진 시냇물을 시멘트 공장이 용수를 얻으려고 보로 막아 생긴 큰 물웅덩이였다. 제법 큰 아이들은 거기서 멱을 감는다고 해 따라갔다가 속절없이 물에 빠졌던 거다. 마침 외진 길을 지나던 어른이 바로 물에 두 번이나 뛰어들어 바닥에 가라앉은 나를 발로 더듬어 찾아내 살렸다. 깨어난 걸 확인한 ...

    2023-02-07 16:33
  • 잘못한 일은 반드시 바로잡아라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났다 . 대학에 다닐 때다 . 집에 온 나를 본 어머니는 떨리는 손을 마주 잡으며 “ 아버지가 한양대병원에 입원하셨대 . 비서가 사람을 시켜 은밀히 알려줬다 . 난 발이 안 떨어져 못 가겠다 ” 라고 했다 .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눈물만 흘렸다 . 곱돌아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아들을 어머니는 오래 지켜봤다 .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으나 아버지 이름으로 입원한 환자는...

    2023-01-31 17:42
  • 빈틈이 없어야 이루어진다

    삼국시대 때부터 내려온 구구단의 이름은 중국 관리들이 평민들이 알지 못하게 일부러 어렵게 9 단부터 거꾸로 외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구구단 ( 九九段 · 요즘 학교에서는 ‘ 곱셈 구구 ’ 라 한다 ) 을 어렵게 배웠다 . 초등학교 때 외우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했다 . 그래도 다 외우지는 못했다 . 어둑해질 때 돌아오자 아버지가 주먹구구 셈법을 가르쳐주었다 . &ldq...

    2023-01-25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