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M 직원들이 지난 25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말라주 공단에 있는 OCIM 폴리실리콘 공장의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OCIM 직원들이 지난 25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말라주 공단에 있는 OCIM 폴리실리콘 공장의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어디를 봐도 팜나무뿐인 ‘정글길’을 한참 달렸더니, 거대한 공사장이 나왔다. 대체 뭘 믿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런 정글에 공단(사말라주 공단)을 지었는가 싶었는데, 입주 기업 리스트를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세계 1위 태양광 업체 룽지가 50만5000㎡ 부지에 조성하고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은 완공 단계였고, 중국 대형 철강회사인 원안철강은 고로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공단의 1호 입주 기업은 다름 아닌 한국 기업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이다. 지난 25일 찾은 이곳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 및 금호피앤비화학과 함께 짓는 에피클로로히드린(ECH) 공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OCIM이 이곳에 터를 잡아 성공했다는 소식에 다른 글로벌 기업이 잇달아 따라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3저’ 경쟁력에 투자 늘어

OCI홀딩스가 말레이시아의 시골 마을에서 해외 진출 성공 스토리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보다 70% 저렴한 전기료와 인건비, 낮은 세금을 지렛대 삼아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고 있어서다. 이날 방문한 폴리실리콘 공장은 OCIM의 핵심 사업장이다.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2017년 2174억원에 인수해 현재 연 3만5000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로 만들면 11.6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공장은 일본 대표 화학 기업 도쿠야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9년부터 2조원을 투입했지만 2013년 완공 후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툭하면 설비가 멈춰서다 보니 손님이 꼬일 턱이 없었다. 가동률은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OCI는 이 공장의 ‘가능성’을 봤다. 공장 설비를 현대화하고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 어차피 높은 인건비와 전기료 탓에 더 이상 전북 군산 공장을 돌리기 힘들었던 만큼 이를 대체할 해외 공장이 필요하던 터였다. 이 회장은 인수 후 한국 직원 120여 명을 1년6개월가량 공장에 머무르게 하며 설비와 공정을 뜯어고쳤다. 그렇게 한국 OCI 인력이 현지 인력과 ‘원팀’이 되자 가동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가동률 100%, 생산량 세 배 늘어

인수 당시 1만1000t이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6~7년 만에 3만5000t으로 세 배가 됐다. 가동률은 100%에 육박한다. 2022년과 지난해 각각 5363억원, 40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OCIM은 8500억원을 투입해 전체 생산량을 5만6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

OCIM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전기료를 꼽는다. ㎾당 5.2센트로 한국 산업용 전기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동문 공장장은 “전기를 많이 쓰는 석유화학과 철강, 태양광 기업이 주로 들어온다”며 “낮은 전기료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법인세도 이 공단의 매력 포인트다. 사라왁주 정부는 도쿠야마의 투자비 2조원을 10년에 걸쳐 법인세 면제 형태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10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2조원에 못 미치면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얘기다. 이번 추가 투자로 OCIM은 법인세를 그만큼 더 감면받게 된다. 여기에 한 달 150만원 수준인 인건비도 원가 경쟁력에 한몫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생산원가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유다.

이 회장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수입 제재를 가한 것도 호재”라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 신설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라왁=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