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의 사회학] 현대의학이 맨발걷기에 회의적인 이유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내가 팔고 있는 신발은 맨발신발이다. 신발을 최대한 신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애쓴다. 발이 찔리는 것만 막아주는 정도의 두께 3mm의 고무로 된 밑창이 전부다. 내가 맨발신발을 시작한 이론적 근거는 스포츠과학이었지만, 최근에는 발의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스본스도’와 맨발로 땅위를 걸음으로써 몸의 정전기를 없애 건강을 지키는 ‘어싱’으로 우리 신발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스본스도나 어싱, 둘 다 의학계에서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 대체의학이다. 5,000여 년 역사를 가진 한의학조차도 잘 인정하지 않는데, 최근에 새로 생겨난 대체의학을 양의학이 선뜻 인정할 리가 없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몸을 잘게 잘라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데 중점을 두는 ‘환원주의’적 치료 방법을 쓴다. 반면에 한의학, 스본스도, 발 지압 요법(foot reflexology)과 같은 대체의학은 몸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병을 고치는 ‘전체론 (system)’적 치료 방법을 추구한다. 환원주의적 의학 치료는 사람의 몸을 팔다리, 몸통을 따로따로 잘라서 이상이 있는 부분을 수리하고 다 고쳐지면 다시 자동차 조립하듯이 조립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전체론적인 관점에서는 머리가 아픈 것은 발바닥에 있는 작은 점이 몸의 균형을 깨 생길 수도 있어서 몸에 이상이 생기면 몸 전체를 살펴야 한다는 관점이다.

1. 관점, 환원주의

사람의 몸을 미세한 단위로 나누어 이해하는 의학적 관점은 일반적으로 '환원주의'라고 불린다. 환원주의는 복잡한 현상이나 시스템을 그 구성 요소로 분해해 이해하는 방법을 말한다. 의학에서 환원주의적 접근은 신체를 개별 부위, 기관, 세포, 심지어 분자 수준까지 나누어 분석하며, 각 구성 요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질병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치료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가끔은 신체의 상호작용과 균형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환원주의의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유전학에서의 유전자 중심 관점은 질병을 유전자 변이나 결함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 변이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2) 약물 치료는 특정 증상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경로나 세포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를 위해 혈압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3) 분자 생물학은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로, 특정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이나 질병을 더 작은, 구체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이해하고 치료하는 환원주의적 접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환원주의적 현대 의학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질병에 대한 원인 파악과 치료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환원주의의 한계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항생제 내성 증가: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해 많은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는 단일한 치료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더 큰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환원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드러낸다.
2) 정신 질환 치료: 정신 질환의 경우, 화학 물질 불균형에만 초점을 맞춘 약물 치료는 종종 한계를 가진다. 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접근은 효과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3) 만성 질환의 복잡성: 만성 질환은 단일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찾기 어렵다. 고혈압, 비만, 심장 질환 등은 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 대체의학의 전체론

환원주의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전체론' 또는 '시스템 사고'가 있다. 전체론은 개별 부분들을 따로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전체 시스템을 형성하는지에 중점을 두는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신체의 각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건강과 기능에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전체론적 의학에서는 신체의 한 부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고안한다. 전체론적 치료법은 신체, 정신,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법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전통적인 의학적 치료법과 다르게, 개인의 전체적인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전체론적 치료법으로는 아유르베다, 침술과 중의학, 자연요법, 명상과 마음챙김, 요가, 홈 요법, 체험적 치료법 등이 있다.

1. 아유르베다는 인도 전통 의학으로, 몸, 마음, 영혼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는 개인의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 허브, 요가, 명상 등을 포함한다.
2. 침술과 한의학은 우리 한민족 전통 의학의 중요한 진단 및 치료 방법은 인체의 기(氣)의 흐름을 조절하여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복원한다.
3. 요가는 신체 자세, 호흡 기법, 명상을 포함해 신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증진하는 고대 인도의 신체 연습이다. 이 밖에도 홈요법은 극소량의 천연 물질을 사용해 몸의 자연 치유력을 자극하는 치료법이고, 체험적 치료법은 미술 치료, 음악 치료 등과 같이 창의적 표현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전체론적 치료법들은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활동을 중요시한다.

3. 현대 의학이 전체론적 관점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전체론적 관점은 과학적 검증이 어렵고,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의학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체론적 치료 방법들이 개별적이고 비표준화된 경향이 있어, 전통적인 의학 연구 방법론으로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 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환원주의적인 관점을 반영하며, 구체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전체론적 관점을 현대 의학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통합 의학은 이러한 변화의 예로, 전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의학과 다양한 대체 치료법을 결합하여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접근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심리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는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와 상황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전체적인 웰빙과 생활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체론적 치료 접근법은 여러 면에서 유익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효과적이지는 않다. 일부 경우에는 이 방식이 실패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론적 치료의 실패 사례로 보면, 우선 과도한 의존이다. 일부 환자들이 중요한 암 치료를 거부하고 허브나 홈요법에만 의존하는 등 현대 의학적 치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대체 치료법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환자가 비효과적인 치료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는 물론이고 스스로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에 빠지는 많은 사례는 전체론적 접근법이 때때로 특정 질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간과하고, 대신 더 광범위한 생활 습관이나 심리적 요인에 초점을 맞출 때,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가 지연되거나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사용자는 전체론적 치료제나 보충제는 엄격한 안전성 검증이나 품질 관리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상호 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전체론적 치료법은 과장돼 비현실적인 기대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는 치료의 실제 효과와 환자의 경험 사이의 괴리를 초래할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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