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 드레스룸 천장에서 발견된 인분이 든 비닐봉지(빨간색 원). /사진=연합뉴스
C씨 드레스룸 천장에서 발견된 인분이 든 비닐봉지(빨간색 원). /사진=연합뉴스
경기 화성시의 한 신축아파트 드레스룸에서 악취가 진동하게 한 인분이 든 비닐 봉지가 발견됐다. 입주민들은 시공사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과 애프터서비스(A/S)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해당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안방 드레스룸 벽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악취를느끼고 같은달 29일 시공사 A/S부서에 하자신청을 했다.

지난 2일 건설사 관계자가 방문해 배관, 바닥, 벽면, 천장 등 집안 곳곳을 살펴보던 중 드레스룸 천장 등 위쪽 공간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 3개를 발견했다.

천장 등을 떼어내자마자 구멍에서 나온 심한 악취가 방에 가득 찼지만, 건설사 관계자들은 사진도 찍지 못할 정도로 재빠르게 봉지를 들고 나가버렸다고 A씨는 전했다.

A씨가 하자신청 전에 입주자 카페에 올린 관련 글을 보고 바로 옆집에 사는 또 다른 입주민 C씨도 지난 8일 드레스룸에서 악취를 느껴 찾아보던 중 천장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 1개를 발견했다. 임신 5개월인 C씨의 아내는 악취로 인한 스트레스로 두통을 호소하다가 전날 입원했고, 의료진으로부터 스트레스성·긴장성 두통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C씨는 말했다.

건설사 측은 아파트 내부 마감공사 과정에서 작업 인부들이 인분을 숨겨 놓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C씨는 인분이 든 비닐봉지가 발견된 뒤 건설사의 대응에 더 분노하고 있다. 제대로 된 사과 조치도 받지 못한 데다 냄새가 밴 천장과 벽면 석고보드를 교체하고 전문 업체를 불러 탈취작업을 해달라는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고 있어서다.

A씨는 “인분봉지가 발견된 후로 벌써 17일이 지났지만, 건설사는 벽지와 천장을 뜯어낸 후 살균하고 액상 세제를 뿌리는 걸 탈취작업이라고 하고 있다”며 “이 세제는 욕실이나 바닥용 약알칼리성 세정제를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건데, 건설사에서 어떻게 한 건지 아직도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작업자 관리를 미흡하게 해 벌어진 일로 입주자들이 고통받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피해 보상 과정에서 입주자가 요구한 전문 업체 탈취 작업은 견적 비용 규모가 너무 커 들어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성실하게 협의해 입주자들의 피해를 보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