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규제를 피해가지 못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1주일 만에 최고 1억원 떨어졌다. 지난 18일과 22일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 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치 등을 연달아 발표하자 마음이 조급해진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압구정 현대 호가 1억 '뚝'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14차 전용 84㎡ 호가는 지난주 26억원에서 25일 25억원으로 낮아졌다. 물건이 하나 나올 때마다 하루에 열 팀 이상 문의가 들어오고 앉은 자리에서 호가를 1억원 올리던 모습이 한 주 만에 사라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호가를 1억원 내려도 매수자가 바로 붙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25일 1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주 18억원, 24일엔 17억7000만원을 호가했으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소유주가 지속적으로 호가를 내렸다. 실거래가도 3000만원 떨어졌다. 전용 76㎡ 중층 물건은 지난주 16억3000만원에 팔렸으나 이번주 초 16억원에 계약됐다. 오전에 매물이 나오면 오후에 바로 거래가 될 만큼 매수세가 몰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이 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M공인 관계자는 “오는 4월 양도세가 중과되기 전에 팔려고 하는 소유주들이 3000만~5000만원 호가를 내렸다”며 “매수 대기자들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여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아파트 시세를 선도해온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호가도 4000만~5000만원 낮아졌다. 전용 76㎡ 2층 물건은 지난주 19억1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18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20억1000만원에 팔린 전용 82㎡ 물건은 19억7000만원에 매수자를 찾고 있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도 장기보유자 매물이 풀리고 있다. 전용 72㎡가 지난주 19억5000만원에 실거래(예약 판매)됐으나 지금은 19억원 선으로 내려왔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이달 초엔 연락온 매수자들 리스트를 만드느라 정신없었는데 오늘은 3일 전에 전화번호를 남긴 사람에게 연락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에선 아직 호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매물이 증가했다. 한 건 실거래되면 동·호수에 관계없이 일제히 호가를 수천만원 올리던 지난주와 정반대 분위기다. 목동 신시가지 4단지는 지난주까지 매물이 없거나 많아야 1개에 불과했는데 이날 5개로 매물이 늘어났다. 목동 K공인 관계자는 “목동은 재건축 기대로 가격이 급등한 곳이라 정부 발언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환수제 부담금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호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당분간 기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양길성/민경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