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최 "클래식에 색소폰?…들어보면 매력에 빠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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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베토벤' 발매…"베토벤도 색소폰 알았다면 사랑했을 것"
"갑상선암 수술 이후 음악 달리 보여…색소폰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색소폰 연주를 함께 한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는 절대 협연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아요.
'이런 매력이 있는지 몰랐다'며 여러 번 불러주죠."
브랜든 최(36·최진우)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색소포니스트다.
2016년 낸 첫 앨범 '색소폰 소나타즈'를 시작으로 미니앨범을 포함해 10개가량의 앨범을 꾸준히 냈고, 이달 초에는 베토벤의 곡들로 구성한 새 앨범 '베토벤'을 발매했다.
지난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브랜든 최는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라며 "목관의 부드러움, 현의 유연함, 금관의 웅장함을 갖고 있다"고 악기 자랑을 늘어놨다.
이어 "색소폰이라고 하면 보통 재즈 음악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악기는 클래식 음악에서 먼저 사용됐고, 어떤 관악기보다도 오케스트라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강조했다.
재즈 색소폰과 클래식 색소폰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악기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인 마우스피스(연주자의 입술이 닿는 부분), 리드(울림을 만드는 얇은 떨림판) 등이 다르고, 연주법에도 차이가 있다.
소리도 재즈 색소폰은 세고 거친 소리가 나는 반면, 클래식 색소폰은 오보에나 클라리넷같이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맛집'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대중은 물론 클래식 애호가들도 잘 모른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새 앨범 '베토벤'은 이런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리는 앨범이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로망스 2번,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등을 클래식 색소폰으로 들을 수 있다.
브랜든 최는 "어떤 작곡가와 만나야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베토벤의 곡을 시도해보니 너무 잘 맞았다"고 베토벤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색소폰이 발명된 건 1840년 초여서 많은 거장 작곡가가 이 악기를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며 "베토벤이 이 악기를 알았다면 정말 사랑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브랜든 최는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가운데 가장 작업하기 어려웠던 곡으로 첼로 소나타 3번을 꼽았다.
베토벤이 남긴 다섯 개의 첼로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곡이지만, 첼리스트들도 연주하기 까다로워하는 곡이다.
그는 "악장마다 가진 음역이 달라 색소폰을 악장마다 다른 종류를 썼다"며 "1악장은 가장 낮은 음역의 바리톤 색소폰, 2악장은 테너 색소폰, 3악장은 알토 색소폰을 사용해 악장마다 고유의 느낌을 살렸다"고 만족해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데서 나아가 클래식 색소폰의 음색이 원곡을 더 돋보이게 한 곡으로는 로망스 2번을 꼽았다.
브랜든 최는 "원래 바이올린을 위한 곡인데, 저만의 색깔, 클래식 색소폰이 가진 색깔을 내보려고 했다"며 "바이올린은 가장 높은 음역의 현악기라 날카로움이 있는데, 알토 색소폰은 음색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봄 날씨에 더 어울리는 로망스가 된 것 같다"고 자랑했다.
브랜든 최는 지금은 "색소폰은 벨기에에 살던 아버지가 악기상을 한 아돌프 삭스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어요"라며 악기의 연혁을 줄줄 읊는 자타공인 '색소폰 홍보대사'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때라고 했다.
그는 "평범한 인문계 모범생이었는데, 고등학교 입학식 때 학교 오케스트라 축하 연주를 듣고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며 "악기 소리를 쭉 들어봤는데 그중에 색소폰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클래식 색소폰에 빠져든 배경을 전했다.
브랜든 최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이 길을 선택한 데 후회가 없다고 했지만, '비주류'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임윤찬 앞에는 조성진이 있고, 그 위에 백건우 선생님이 계시는데 저는 '마이웨이'다 보니 외롭기도 했어요.
국내에도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들이 꽤 있지만,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활발하게 하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제가 앨범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계속 기록을 남겨가는 거죠."
2022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고비를 맞기도 했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휴식기를 가지면서 음악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브랜든 최는 "수술받고 나서 전환점을 맞았다"며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내가 이 연주를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클래식 색소폰이 너무 좋으니까 막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 일을 '직업'으로 느끼기도 했던 것 같고요.
수술 이후 한 3개월 쉬고 나니 음악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이제는 그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이 악기랑 같이 음악 여행을 다니며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
/연합뉴스
"갑상선암 수술 이후 음악 달리 보여…색소폰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색소폰 연주를 함께 한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는 절대 협연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아요.
'이런 매력이 있는지 몰랐다'며 여러 번 불러주죠."
브랜든 최(36·최진우)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색소포니스트다.
2016년 낸 첫 앨범 '색소폰 소나타즈'를 시작으로 미니앨범을 포함해 10개가량의 앨범을 꾸준히 냈고, 이달 초에는 베토벤의 곡들로 구성한 새 앨범 '베토벤'을 발매했다.
지난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브랜든 최는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라며 "목관의 부드러움, 현의 유연함, 금관의 웅장함을 갖고 있다"고 악기 자랑을 늘어놨다.
이어 "색소폰이라고 하면 보통 재즈 음악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악기는 클래식 음악에서 먼저 사용됐고, 어떤 관악기보다도 오케스트라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강조했다.
재즈 색소폰과 클래식 색소폰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악기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인 마우스피스(연주자의 입술이 닿는 부분), 리드(울림을 만드는 얇은 떨림판) 등이 다르고, 연주법에도 차이가 있다.
소리도 재즈 색소폰은 세고 거친 소리가 나는 반면, 클래식 색소폰은 오보에나 클라리넷같이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맛집'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대중은 물론 클래식 애호가들도 잘 모른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새 앨범 '베토벤'은 이런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리는 앨범이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로망스 2번,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등을 클래식 색소폰으로 들을 수 있다.
브랜든 최는 "어떤 작곡가와 만나야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베토벤의 곡을 시도해보니 너무 잘 맞았다"고 베토벤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색소폰이 발명된 건 1840년 초여서 많은 거장 작곡가가 이 악기를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며 "베토벤이 이 악기를 알았다면 정말 사랑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브랜든 최는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가운데 가장 작업하기 어려웠던 곡으로 첼로 소나타 3번을 꼽았다.
베토벤이 남긴 다섯 개의 첼로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곡이지만, 첼리스트들도 연주하기 까다로워하는 곡이다.
그는 "악장마다 가진 음역이 달라 색소폰을 악장마다 다른 종류를 썼다"며 "1악장은 가장 낮은 음역의 바리톤 색소폰, 2악장은 테너 색소폰, 3악장은 알토 색소폰을 사용해 악장마다 고유의 느낌을 살렸다"고 만족해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데서 나아가 클래식 색소폰의 음색이 원곡을 더 돋보이게 한 곡으로는 로망스 2번을 꼽았다.
브랜든 최는 "원래 바이올린을 위한 곡인데, 저만의 색깔, 클래식 색소폰이 가진 색깔을 내보려고 했다"며 "바이올린은 가장 높은 음역의 현악기라 날카로움이 있는데, 알토 색소폰은 음색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봄 날씨에 더 어울리는 로망스가 된 것 같다"고 자랑했다.
브랜든 최는 지금은 "색소폰은 벨기에에 살던 아버지가 악기상을 한 아돌프 삭스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어요"라며 악기의 연혁을 줄줄 읊는 자타공인 '색소폰 홍보대사'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때라고 했다.
그는 "평범한 인문계 모범생이었는데, 고등학교 입학식 때 학교 오케스트라 축하 연주를 듣고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며 "악기 소리를 쭉 들어봤는데 그중에 색소폰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클래식 색소폰에 빠져든 배경을 전했다.
브랜든 최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이 길을 선택한 데 후회가 없다고 했지만, '비주류'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임윤찬 앞에는 조성진이 있고, 그 위에 백건우 선생님이 계시는데 저는 '마이웨이'다 보니 외롭기도 했어요.
국내에도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들이 꽤 있지만,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활발하게 하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제가 앨범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계속 기록을 남겨가는 거죠."
2022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고비를 맞기도 했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휴식기를 가지면서 음악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브랜든 최는 "수술받고 나서 전환점을 맞았다"며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내가 이 연주를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클래식 색소폰이 너무 좋으니까 막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 일을 '직업'으로 느끼기도 했던 것 같고요.
수술 이후 한 3개월 쉬고 나니 음악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이제는 그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이 악기랑 같이 음악 여행을 다니며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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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