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필리핀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2002년 베이징현대 설립 이후 17년 만에 첫 수출이다. 판매 부진으로 반 토막 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베이징현대, 17년 만에 수출…가동률 끌어올리기 '고육지책'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필리핀으로 소형 세단 레이나(한국명 베르나) 600대를 수출했다. 레이나는 현대차 중국 5공장인 충칭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다른 나라에 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10개국에서 운영하는 35개 공장 가운데 수출하지 않는 공장은 현대차 중국 공장이 유일했다.

현대차가 중국 공장에서 조립한 차량을 수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극심한 판매 부진에 있다. 베이징현대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현지 판매 1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판매량이 78만 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지난해에도 79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판매량이 떨어지자 가동률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현대차는 중국에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 쓰촨공장(상용차) 등을 합쳐 연 181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 중국 공장의 지난해 생산량은 80만6214대로 가동률은 50% 아래였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베이징 1~3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직을 권유하고 전환배치를 추진하는 등 인력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