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서 게임체인저로"…주목받는 정의선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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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인사·공채 폐지·회계법인 교체
'삼성 따라하기' 재계관행 깨고 변화 선도
외국인 등 외부출신 인사 중용
시무식선 경영진 좌석 없애고 10대 그룹 최초 수시채용 도입
임원 회의선 보고 대신 토론
셀프 동영상으로 메시지 전달도
경영·사업방식에도 변화
미래차 기술 선점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동맹 구축
'삼성 따라하기' 재계관행 깨고 변화 선도
외국인 등 외부출신 인사 중용
시무식선 경영진 좌석 없애고 10대 그룹 최초 수시채용 도입
임원 회의선 보고 대신 토론
셀프 동영상으로 메시지 전달도
경영·사업방식에도 변화
미래차 기술 선점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동맹 구축
재계에는 암묵적 공식이 하나 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이 먼저 시도하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 LG 등 나머지 그룹이 줄줄이 따라하는 관행이다. 삼성이 국내 기업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런 ‘룰’이 최근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그룹 경영을 도맡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보폭을 넓히면서다.
그는 지난해 말 ‘쇄신 인사’를 시작으로 올 들어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 폐지’, ‘30여 년 만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 교체’ 등 파격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다른 기업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선택하고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파격 행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꿔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리더십은 ‘순혈주의 타파’였다. 작년 말 쇄신 인사를 통해 외국인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삼성맨’ 출신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지난 18일엔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재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현대제철이 포스코 출신 사장을 선임한 것은 2001년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들이 현대차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초 3년 만에 열린 그룹 통합 시무식에선 ‘격식’을 깼다. 정 수석부회장은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매년 시무식 무대를 가득 메웠던 경영진 전용 좌석을 모두 치웠다. 대신 자신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객석에 앉았다. 시무식은 기존과 달리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사 및 채용, 조직문화, 경영 방식 등도 바뀌고 있다. 삼성 등 다른 그룹의 움직임을 보며 따라가던 기존 관행은 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정기 공채’ 폐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정기 공채를 완전히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전면적인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것은 처음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 등 다른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연공서열주의가 깨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30여 년 만에 외부감사인을 교체한 것도 파격 조치로 여겨진다. 그동안 회계감사를 맡아온 딜로이트안진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삼정KPMG와 새 감사계약을 맺었다. 상장회사가 감사인을 6년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양재동에 등장한 분홍 셔츠
그룹 내 소통 방식도 바뀌고 있다. 보고와 정보 공유 위주의 임원회의는 사라졌다. 대신 임원 토론이 등장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실장 또는 본부장 이상 임원들에게만 대면 보고를 받던 기존 관행도 없앴다. 필요한 경우 직급과 상관없이 담당 실무자를 불러 직접 설명을 듣는다. 단순히 보고만 받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다가서는 방식도 달라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 팀장 이상 간부와 임원 등 1000여 명에게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담은 경영서적을 선물했다. 신임 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선 셀프 카메라 형식의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차세대 수소전기자동차(FCEV) 넥쏘의 운전석에 앉아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시연하면서 “차를 잘 만들었네요. 이거 누가 만들었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 계열사 임원은 “정 수석부회장이 옷을 편하게 입는 편이어서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고집해온 임원들의 복장 문화도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양재동 본사에서 볼 수 없던 분홍색 셔츠를 입고 나온 임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경영 및 사업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가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해 미래차 기술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미래차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시스코, 바이두, 모빌아이, 미쉐린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동맹’ 구축에 나선 것도 기존에 볼 수 없던 대목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그는 지난해 말 ‘쇄신 인사’를 시작으로 올 들어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 폐지’, ‘30여 년 만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 교체’ 등 파격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다른 기업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선택하고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파격 행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꿔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리더십은 ‘순혈주의 타파’였다. 작년 말 쇄신 인사를 통해 외국인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삼성맨’ 출신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지난 18일엔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재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현대제철이 포스코 출신 사장을 선임한 것은 2001년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들이 현대차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초 3년 만에 열린 그룹 통합 시무식에선 ‘격식’을 깼다. 정 수석부회장은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매년 시무식 무대를 가득 메웠던 경영진 전용 좌석을 모두 치웠다. 대신 자신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객석에 앉았다. 시무식은 기존과 달리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사 및 채용, 조직문화, 경영 방식 등도 바뀌고 있다. 삼성 등 다른 그룹의 움직임을 보며 따라가던 기존 관행은 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정기 공채’ 폐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정기 공채를 완전히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전면적인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것은 처음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 등 다른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연공서열주의가 깨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30여 년 만에 외부감사인을 교체한 것도 파격 조치로 여겨진다. 그동안 회계감사를 맡아온 딜로이트안진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삼정KPMG와 새 감사계약을 맺었다. 상장회사가 감사인을 6년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양재동에 등장한 분홍 셔츠
그룹 내 소통 방식도 바뀌고 있다. 보고와 정보 공유 위주의 임원회의는 사라졌다. 대신 임원 토론이 등장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실장 또는 본부장 이상 임원들에게만 대면 보고를 받던 기존 관행도 없앴다. 필요한 경우 직급과 상관없이 담당 실무자를 불러 직접 설명을 듣는다. 단순히 보고만 받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다가서는 방식도 달라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 팀장 이상 간부와 임원 등 1000여 명에게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담은 경영서적을 선물했다. 신임 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선 셀프 카메라 형식의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차세대 수소전기자동차(FCEV) 넥쏘의 운전석에 앉아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시연하면서 “차를 잘 만들었네요. 이거 누가 만들었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 계열사 임원은 “정 수석부회장이 옷을 편하게 입는 편이어서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고집해온 임원들의 복장 문화도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양재동 본사에서 볼 수 없던 분홍색 셔츠를 입고 나온 임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경영 및 사업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가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해 미래차 기술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미래차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시스코, 바이두, 모빌아이, 미쉐린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동맹’ 구축에 나선 것도 기존에 볼 수 없던 대목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