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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창민
    장창민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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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부 차장입니다

  • [데스크 칼럼] 석유화학 사업재편 성공을 위한 조건

    지난달 말 한국경제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진 ‘석유화학 구조조정 1호’ 빅딜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11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용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전격 중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같은 단지에 공장을 둔 경쟁사 HD현대케미칼과 협상을 벌인 끝에 내린 결단이어서 더 그랬다.두 회사의 빅딜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사(史)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따른 공멸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정상 기업 두 곳이 함께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통상 생산설비 통폐합 등은 부도 위기에 내몰리거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에 맞닥뜨린 기업이 해오던 사업재편 방식이다. 민간 기업이 정부와 힘을 합쳐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업계 선두 업체인 롯데케미칼이 먼저 구조조정의 서막을 올린 것도 이례적이다. 버티면 된다는 희망회로 접고산업계 안팎의 시선은 여수와 울산 등 다른 주요 석화단지로 쏠리고 있다. 대산처럼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해당 단지에 있는 기업과 채권단, 정부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다.기업들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여천NCC는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불협화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재편은커녕 에틸렌 판매 가격을 놓고 티격태격 중이다. 울산에선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기관 자문을 통해 사업재편안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일부 설비

    2025.12.09 17:35
  • [데스크 칼럼] 자산 랠리,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코스피 4000 시대다.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60% 넘게 뛰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간판 기업들의 실적과 불확실성에 휩싸인 대내외 여건이 그대로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시장에선 벌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옛말이 됐다는 환호가 터져 나온다.주가뿐만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도 랠리를 거듭하다가 정부가 ‘부동산 계엄령’을 내리고서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안전자산인 금과 대표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가격도 올 들어 각각 50%, 20% 이상 함께 급등하는 등 기현상이 ‘노멀’이 됐다. ‘에브리싱 랠리’ ‘탈(脫)화폐 거래’ 등의 분석이 쏟아진다. 체력 바닥인데 '과잉 유동성'자산 랠리는 한국에서 유독 더 낯설다. 솔직히 말하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 실물경제를 둘러싼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초 체력은 지금 바닥나고 있다. 2000년대 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5% 내외였지만 2010년대 들어 3%대로 하락한 이후 2020년대엔 2%대를 맴돌았다. 올 들어선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에서 2030년 1%대 초반까지 지속 하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한국개발연구원)마저 나온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더딘 노동·연금·교육 관련 구조개혁이 맞물린 결과다.더 갑갑한 건 간판 기업들의 펀더멘털이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조선 등 국내 8대 주력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계속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규제 강화, 성장 둔화 등 복합적 리스크에 직면한 데다 ‘레드 테크’(중국의 최첨단 기

    2025.11.02 17:38
  • [데스크 칼럼] 정서적 은행 국유화에 대하여

    ‘이자놀이’, ‘전당포식 영업’. 금융권, 특히 은행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일갈이다. 금융회사가 손쉬운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만 기대지 말고, 보다 생산적인 곳에 돈을 투입해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 아파트 콘크리트 덩어리에 묶인 돈을 기업과 자본시장에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나름의 선의(善意)도 녹아 있다.한편으론 은행에 대한 선입견도 깔려 있다. 금융사가 인가받은 통화 유통 권한에 기대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다는 인식이 굳게 박힌 듯하다. 금융을, 정부가 필요할 때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정부의 '돈줄'이 된 은행들대통령의 인식은 전광석화처럼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펀드 재원의 절반(75조원)을 민간에서 조달한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돈을 댈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은 어리둥절했다. 사전 협의조차 없어서다. 난데없는 교육세율 인상(0.5%에서 1%로)과 보이스피싱 피해액 배상, 배드뱅크 출자 등엔 할 말을 잃고 대꾸도 못 하는 처지다.매도 맞아야 한다. 은행들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및 국고채 전문 딜러 담합에 관한 정부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조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커녕 기존 주주환원 약속도 못 지킬 판이다.급기야 대통령의 선의는 선을 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의 이자

    2025.09.17 17:36
  • [데스크 칼럼] 은행 종노릇, 그리고 이자놀이

    2023년 10월 30일 국무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인 적이 있다. 그 유명한 ‘은행 종노릇’ 발언이다. 이후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로 떼 돈을 벌고,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굳어졌다. 제조기업과 같은 피나는 혁신 없이 수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둔다는 조리돌림도 당했다. 은행권은 바짝 엎드렸다. 그리고 대출 이자 및 수수료 감면, 대환 대출, 현금 지원 등의 상생 방안을 앞다퉈 쏟아냈다. 정부의 현금인출기 된 금융사들정권이 바뀌어도 은행은 여전히 ‘죄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일갈했다. 금융권이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을 기반으로 거둔 이익이 국내 기업 투자에 다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의(善意)엔 공감한다.하지만 대통령의 ‘이자놀이’ 발언은 은행을 폄훼하고, 업(業)의 본질을 오해한 측면도 있다. 은행의 본업은 이자 장사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매출과 이익을 거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은행업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을 뿐이다.대통령의 이자놀이 경고 이후 관치금융의 파도는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먼저 금융사들에 ‘생산적 금융’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100조원 넘는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첨단기업 지원을 위한 국민

    2025.08.13 17:26
  • [데스크 칼럼] 국정委, '론스타 먹튀 논란' 곱씹어 보라

    ‘론스타 먹튀 논란’은 2000년대 한국을 뒤흔든 대표적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당시 부실 은행으로 낙인찍힌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과정부터 시끄러웠다. 헐값 매각 논란에다 론스타가 국내 법상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론스타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회사의 경우 산업자본도 인수할 수 있다는 은행법 예외 규정을 파고들었다. 거듭된 논란 끝에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16%라는 자료를 근거로 론스타의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문제 터지자 서로 '남 탓'이후 논란은 더 거세졌다. 곧바로 외환은행 주가가 뛰면서다. 론스타는 단기간에 1조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론스타는 2006년 들어 외환은행 매각을 본격 추진했다. ‘먹튀 논란’의 서막이다. 검찰은 대대적 수사에 들어갔다. 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외환카드 주가 조작, 로비 등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이어졌다.이 대목부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은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 부실 상황을 보고했고, 론스타 인수 관련 인가는 금융감독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금감위는 “재경부가 금융 안정을 위해 외환은행 매각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맞받았다. 금감원은 “재경부와 금감위가 사실상 매각을 결정한 분위기여서 부실 상황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금융 관련 부처와 감독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남 탓만 하는 ‘핑퐁 게임’에 들어간 것이다.당시 금융당국은 ‘세

    2025.06.29 17:22
  • [데스크 칼럼] 진짜 어른의 조건은 무엇인가

    얼마 전 한 금융회사 대표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내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 등을 걱정했다. 난세(亂世) 속 나라 경제와 금융 시스템, 외교·안보, 신인도 등에 대한 우려 섞인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한숨만 내쉬던 그는 대화 말미에 옅은 미소를 띠며 불쑥 ‘어른’ 얘기를 꺼냈다. 이어령 선생 이후 ‘어른 부재’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 고향인 경남 진주에 평범하지만 큰어른이 있다고 했다. 험난한 시대, 그 어른을 떠올리면 작은 위로가 된다는 말도 보탰다.그 어른은 진주에서 60년 가까이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했다. 비교적 싼값에 한약을 팔아 많은 사람이 몰렸고 꽤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모으진 않았다. 주변 학생 1000명 이상에게 장학금으로 나눠 주고 생활비까지 댔다. 1984년에는 사재 110억원을 들여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한 후 조건을 달지 않고 나라에 헌납했다. 그는 2022년 한약방 문을 닫을 때까지 교육·사회·문화·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돈을 거름으로 뿌렸다. 가끔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온 이들에겐 “사회에 갚으면 된다”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어른 김장하’ 얘기다.그의 삶은 책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2023년엔 이 다큐멘터리가 이례적으로 백상예술대상 수상작에 올랐다. 급기야 전국 각지에서 그의 자취를 돌아보는 ‘성지순례’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그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학자, 법조인, 기업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성장해 각자 자리

    2025.04.27 17:54
  • [데스크 칼럼] 정책은 타이밍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결과는 뻔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초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여파로 가계부채 문제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만 5조원 급증해 전달(3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타이밍 잘못 잡은 정책은 필패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일부 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언젠가 없어져야 할 규제이긴 하다. 문제는 엉뚱한 진단과 아쉬운 정책 타이밍이다. 우선 지방 건설 경기 악화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잠잠하던 서울 지역 규제를 푼 게 화근이 됐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정책 조율도 매끄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더 큰 문제는 해제 시기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은행의 대출 금리와 조건까지 압박해가며 수도권 가계대출 폭증세를 가까스로 눌렀다. 하지만 이번 규제 해제는 ‘빚을 내 아파트를 사야 하나’ 고민해온 이들의 조급함을 들쑤신 불쏘시개가 됐다. 화들짝 놀란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재지정하며 한 달 만에 다시 진화에 나섰지만, 버스는 떠난 상태다.작년에도 ‘헛발질’이 있었다. 규제 도입 시기를 미룬 것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작년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돌연 적

    2025.03.19 17:28
  • [데스크 칼럼] 은행은 왜 이자 장사를 하는가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막대한 이자이익(42조원) 덕을 크게 봤다. 떼돈을 번 은행을 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조기업과 같은 피나는 혁신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돈을 벌고, 매년 직원 고임금 논란에 휩싸여온 은행들이 조리돌림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은행 종노릇’ 언급과 함께 싸잡아 질타한 후 비판적 시각은 더 굳어졌다.과연 이자 장사는 죄일까. 은행은 돈을 벌면 안 되는 것인가. 찬찬히 들여다보면 답은 의외로 선명하다. 우선 은행의 모회사인 금융지주는 상장된 주식회사다. 이익을 내고 주주에게 배당하는 기업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외면받고, 결국 쓰러진다. 은행도 마찬가지다.은행의 본업(本業)은 무엇인가. 이자 장사다. 은행은 예·적금을 받고 이자를 지급한다. 돈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엔 대출을 내주고 이자를 받는다. 이 예대금리 차를 통해 이자이익을 낸다. 각종 수수료를 받아 비이자이익도 거둔다.인가받은 은행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다.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 지급결제 업무와 원활한 자금 중개를 하는 공적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자산의 위험을 분산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다만 은행의 공적 역할은 가끔 과도하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구분해야 한다. 정부가 은행에 툭하면 요구하는 수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은 사실상 ‘횡재세’에 가깝다. 은행은 금융기관도, 구세군 같은 사회복지기관도 아니다. 금융회사다. 은행은 공적 기능을 위해 수익성에 기반한 건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은행이

    2025.02.12 17:15
  • [데스크 칼럼] 지금, 누가 사력을 다하고 있나

    얼마 전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직 경제 관료를 만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국민의힘 추천 몫인 조한창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류한 직후였다. 그는 임명 직전 최 권한대행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했다. “여야와 좌우, 윤석열 대통령보다 나라 경제와 외교, 국민의 삶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비정상 속의 정상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절차가 정상화되고, 정치 혼란이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에두른 조언이었다. 그래야 나라 경제와 금융시스템, 외교·안보, 대외신인도, 민생을 지켜낼 수 있다는 말이다. 수많은 이들이 비슷한 조언을 건넸다고 그는 귀띔했다.기자는 다시 물었다. 최 권한대행이 조언을 구하고 귀를 기울인 이들이 누구인지. 그 전직 관료는 이렇게 답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죠.” 직업 정치인과 검사, 판사, 변호사, 운동권 출신의 이른바 ‘여의도 정치꾼’이 아닌 이들이라고 했다. 적어도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는 전·현직 관료와 기업인, 금융인, 학자 등으로 짐작된다.정상과 비정상…. 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진 건 법이 무너지면서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입법권을 침해한 영장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이를 빌미로 당당하게 책임지겠다던 윤 대통령은 철조망과 지지자 뒤에 숨어 법에 맞서다 결국 체포됐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겐 걸맞지 않은 모

    2025.01.15 17:40
  • [데스크 칼럼] '험난한 불의'의 시대를 사는 법

    난세(亂世)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계엄 선포’라는 폭탄을 던진 후 나라 꼴이 엉망이다. 분노 조절 장애와 유튜브·알코올 의존증이 의심될 정도로, 즉흥적이고도 반헌법적인 일탈의 결과다. 전시나 사변에 의한 계엄이 아니라, 계엄 선포 때문에 전시가 된 양상이다. '4류 정치'가 남긴 깊은 상처국민의힘은 이 와중에도 “1년 지나면 국민들이 다시 찍어준다”는 천박한 망상에 사로잡힌 채 계파 간 권력 투쟁만 벌이고 있다. 12개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시계만 쳐다보며 이번 사태를 만끽 중이다. 정부 관료에 대한 연쇄 탄핵소추와 입법 폭주로 국정을 마비시켜온 거대 야당은 이번 위기를 틈타 극단적 포퓰리즘 법안을 또 쏟아낼 태세다. 와중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은 내란 수사의 주도권을 놓고 쟁탈전에 한창이다. 군인들을 국회로 끌고 왔던 장성들은 앞다퉈 유튜브에 나와 양심선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엄중한 동시에 코미디 같은 시대를 맞았다.대가는 혹독하다. 불법 계엄이 통치 행위라는 궤변에 기대던 윤 대통령은 끝내 14일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경기 침체와 맞물린 정치 혼란의 후유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주식·외환시장은 연일 살얼음판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내수 시장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앞다퉈 쏟아낸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전 금융사는 매일 건전성과 유동성을 점검하며 가슴을 졸인다. 기업인들은 “납기를 제대로 맞출 수 있겠느냐”는 해외 바이어의

    2024.12.17 17:29
  • [데스크 칼럼] 트럼프 스톰, 비트코인 스탠더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요즘 외국 감독당국 수장이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 꼭 묻는 말이 있다. 가상자산, 특히 암호화폐(코인)에 대한 정책 방향이다. 다들 비슷한 속내를 털어놓는다고 한다. 내재적 가치가 없는 코인의 자산가치와 시장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다음 질문이 이어지면 대화가 갑자기 끊어진다고 한다. 아무도 답하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코인시장을 죽일(강한 제재나 거래소 폐쇄 등) 수 있을까요.” 금융시장 뒤흔드는 코인김 위원장의 얘기는 ‘코인을 어떻게 보는 게 맞느냐’는 근원적 질문으로 들린다. 과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일까.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에 의해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찬밥 취급을 받았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투기 광풍이 분 튤립에 비교되곤 했다. 워런 버핏이 당시 “비트코인은 거품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다”고 깎아내릴 정도였다. 실제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24시간 거래되는 탓에 보편적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하지만 비트코인은 점차 금을 닮아갔다. 최대 발행량(2100만 개)이 제한된 데 따른 ‘희소성’을 바탕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정부나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로 다져진 ‘탈중앙화’ 역시 매력으로 부각됐다.코인은 다시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서다. 기세는 더 매서워졌다. 최근 1억원을 훌쩍 넘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미 한국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을 넘어섰다. 비트코

    2024.11.17 17:46
  • [데스크 칼럼] 스테이블 코인과 외환시장 '왝더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말 한 국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이름과 달리 불안정(unstable)하다.”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거래에 쓰이는 등 금융·외환시장을 파고들면서 기존 화폐를 구축(驅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총재의 언급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데다 스테이블 코인 문제가 한국과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얘기라고 여겨서다. 금융·외환시장 복병의 등장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화폐와 다르다.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 같은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더 놀라운 건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의 미국 국채 보유량(976억달러)이다. 이미 독일(880억달러)을 제쳤고, 한국(1167억달러)마저 넘보는 규모다. ‘코인런’이 발생하면 테더사가 미 국채를 쏟아내고 자본 및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 코인이 세계 각국의 무역 거래 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한국 무역 거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법인 계좌가 허용된 건 아니지만, 소규모 무역 거래를 하는 기업인 및 개인사업자가 개인 명의로 계좌를 터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제 절차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2024.10.15 17:35
  • 어떤 폭풍도 견뎌낼 '노아의 방주' 같은 튼튼한 재정 만들자

    성경에 나오는 얘기지만 세상을 절멸시킨 대홍수에서 노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계시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에 인간의 지난한 노력이 더해졌다. 노아 가족은 수십 년에 걸쳐 약 135m 길이의 목선을 제작했다. 대재앙에서 생존했고, 노아의 후손은 인류를 이뤘다.빠르게 증가하는 한국 국가채무를 보면 창세기에 묘사된 대홍수가 떠오른다. 우리는 방주를 준비하고 있는가. 각 영역에서 선진국 기준을 아무리 충족한들 나라 곳간이 부실해져 빈사 상태에 이르면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은 불가능해진다. 허약한 재정으로는 위기 때 속절없이 휩쓸려 간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는 그 증가 속도가 특히 위협적이다.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원에서 2023년 1126조원으로 5년 새 446조원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35.9%에서 50.4%로 늘었다.‘큰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각종 퍼주기 정책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후과는 혹독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정부엔 긴축 예산 편성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도 재정수지 적자는 해마다 불어난다. 긴축을 이어가도 2026년엔 국가채무가 1346조원까지 치솟는다는 게 정부 추계다.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재정이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서 더 이상 가점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랏빚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자본 이탈을 부른다. 과도하면 국가 부도 상태로 추락한다.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호시탐탐 곳간을 거덜 낼 정책 몰

    2024.09.29 18:29
  • [데스크 칼럼] '관치 금리'의 역습, 가계빚 전쟁

    2012년 7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현황 보고. 당시 한 국회의원이 보고자로 나선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세게 몰아붙였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쥐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김 위원장은 담담하게 답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한 사안으로, 최우선 정책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춥더라도 집 기둥을 뽑아 불을 땔 수는 없습니다.” 일부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어도 전면적인 규제 완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표심이나 정치 논리와 상관없이 정책의 근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이기도 했다. 관치의 업보, 가계빚 폭증10여 년이 흐른 지금, 집값 급등과 가계 빚 폭증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어쩌면 작년 초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당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업보(業報)일지도 모른다. 이후 금융당국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억지로 끌어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서민을 위한 것이라며 디딤돌·버팀목 등 저리의 정책 대출 상품을 쏟아냈다. 가계 빚이 빠르게 불어난 이유다. ‘화룡점정’은 지난 6월 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시기를 돌연 두 달 미룬 것이다. 홈쇼핑의 ‘마감 임박’ 문구 역할을 하면서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부추겼다.‘정책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번 총대를 멨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세는 잡히지 않았다. 이 원장의 좌충우돌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25일

    2024.09.10 17:41
  • [데스크 칼럼] 관치 금리의 역습, 뒤틀린 시장

    ‘관치(官治) 금리’의 역습. 지난달 이맘때 본지가 세 번에 걸쳐 보도한 시리즈 제목이다. 말 그대로 정부의 인위적 금리 개입을 꼬집은 기획기사였다. 관치 금리 문제와 그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조목조목 짚었다.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났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관치 금리는 더 굳어졌고, 시장은 점점 뒤틀려 갔다.가장 큰 문제는 가계 빚 폭증이다. 얘기는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언급 이후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을 일일이 돌며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했다. 금융당국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길 잃은 정책에 가계 빚 폭증결과는 뻔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매달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이 와중에 정부 정책마저 손발이 맞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고, 국토교통부는 서민용 저리 주담대를 쏟아내는 엇박자가 반복됐다.길을 잃은 정부의 가계 빚 정책은 ‘더 센’ 헛발질로 이어졌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하기로 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시기를 돌연 한 달 미룬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발표는 홈쇼핑의 ‘마감 임박’ 문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잠재적 부동산 매수자까지 은행으로 대거 끌어들이며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부추겼다.다급해진 정부는 지난달부터 은행에 가계 빚 관리를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

    2024.08.11 17:42
  • [데스크 칼럼] 차기 금융위원장, 대책반장 맡아야

    10여 년 전 기자가 금융권을 취재하던 때 금융위원장은 ‘대책반장’ 김석동이었다. 2011년 1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첫 과제로 ‘저축은행 사태 해결’을 떠안았다. 당시 저축은행에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였다. 영업정지를 통보하기 불과 한 시간 전에야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사실을 미리 공개하고 협의하는 순간 정치권의 온갖 압박에 일이 틀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렇게 2년 동안 20개 넘는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꺼지지 않는 위기의 불씨선명한 기억이 또 하나 있다. 2012년 표심을 노린 국회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급조해 들고나왔다. 문을 닫은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한 고객이 입은 피해액 중 55%까지 물어주자는 법안이었다. 예금자보호법(5000만원까지 보호)을 무력화하는 조치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온몸으로 법안 통과를 막아냈다. 정치인의 표 욕심을 맞춰주기 위해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그는 사석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위기가 닥칠 거라는 걸 안다면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위기가 오기 전까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다. 2013년 퇴임한 그를 다시 소환해낸 이유이기도 하다.지금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선 늘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이미 빚에 포위돼 있다. 가계 기업 정부의 빚을 합한 수치만 6000조원(작년 말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때 빚을 낸 자영업자들은 수년간 고금리·고물가에

    2024.07.08 17:46
  • [데스크 칼럼] 새마을금고·저축銀에 울리는 비상벨

    ‘PF 부실 쇼크…저축은행 절반 무더기 적자’ ‘새마을금고 비상…431곳 적자 났다’ ‘수·신협 10곳 중 3곳 적자…상호금융 비상벨 울린다’ ‘깡통 논란 새마을금고 5000억원 배당 잔치’ ‘상호금융의 배신 서민대출 외면했다’ ‘부실채권비율 20% 넘은 저축은행 10곳’.최근 두 달 새 한국경제신문 1면에 보도된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관련 단독 기사 제목이다. 농·수·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5대 상호금융사와 저축은행의 부실, 도덕적 해이 등을 비판한 기사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금융권 안팎에서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기사를 왜 이렇게 많이 쓰냐’는 질문을 꽤 받는다. 본지 편집국 내부에서도 “너무 자주 다루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관리·감독 총대 멘 부처 없어두 번째 반응은 ‘불편한 진실’에 대한 우려다. 관리·감독 책임을 진 금융당국마저 거북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굳이 몰라도 되는 수치와 사실을 자꾸 들춰내 금융시장의 불안감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토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일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위기 상황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 본지 기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해당 금융사 관계자들은 “이러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터지면 어떻게 하냐”는 불만도 쏟아낸다.비상벨을 왜 울리는가.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선명하다. 우선 정확한 사실과 상황 전달이 필요하다. 외부

    2024.06.09 17:47
  • [데스크 칼럼] 행안부 '깡통 금고' 감독 자격 있나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인 적이 있다. 전국에 깔린 1288곳의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질 때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새마을금고 예금 해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불안감은 잇단 예금 인출로 이어졌다. 당시 고객들이 금고에 맡긴 돈은 넉 달 만에 6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을 떠올린 정부는 허겁지겁 진화에 나섰다. 먼저 예금 전액 보호를 공언했다. 몇몇 관료는 금융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동네 금고에 수천만원을 예치하는 ‘쇼’까지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나서 부실채권 1조원어치를 매입하고 나서야 뱅크런 공포는 가까스로 사그라들었다. 새마을금고 부실 논란 확산‘면사첩(免死帖)’을 받은 새마을금고는 나름 ‘실적 분식’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1236억원 적자를 봤지만, 캠코가 부실채권을 사주면서 일부 충당금이 환입돼 연간 기준 흑자(860억원)를 냈다.과연 새마을금고는 건실한 금고로 거듭난 걸까. 그렇지 않았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 세 명이 이틀에 걸쳐 전국 새마을금고 1288곳의 지난해 경영공시를 모두 조사한 결과, 단위 금고 431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적자 금고’ 수는 2022년 45곳에서 1년 만에 열 배 가까이 폭증했다.본지 후속 보도를 통해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새마을금고가 ‘깡통 금고’ 논란에도 5000억원 가까운 ‘배당 잔치’를 벌인 것이다. 작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860억원)의 다섯 배 넘는 돈을 출자자들에 뿌렸다. 심지어 적자를 냈거나 쌓아놓은 돈(임

    2024.05.07 17:57
  • [데스크 칼럼] '4류 정치'와의 결별을 위하여

    얼마 전 한 지인이 뜬금없이 책 뒤표지 사진 하나를 찍어 보냈다. 4대 그룹 임원 출신으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준비한 사람의 책이었다. (그는 공천을 받진 못했다) 책 뒤표지엔 각계 유명 인사의 추천 글이 빼곡했다. 그중 두 개의 추천 글이 눈에 들어왔다.“기업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치에서 법조인 등이 과다 대표화됐다면, 정반대로 기업인과 과학기술인은 과소 대표화돼 왔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비례성부터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다. 경제를 책임지는 집단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과소 대표화된 경제인“정치가 정말 정신을 차리고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실물 경제를 잘 알고 기업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후보는 (중략) 귀한 존재다.”(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두 추천 글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경제인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군부 독재시대 이후 여의도 정치판은 직업 정치인과 검사, 판사, 변호사,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 등의 놀이터가 됐다. 기업인과 과학기술인, 금융인, 경제관료, 자영업자 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움직이는 이들이 발을 디딜 틈은 비좁았다.정치꾼이 득세할수록 경제 전문가가 설 자리는 더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 한국경제신문이 16대부터 21대까지 국회의원의 과거 직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인, 경제관료, 경제학자 등 이른바 경제통은 지난 21대 국회 때 29명으로 가장 적었다. 그나마 가장 많은 19대 국회 때(55명)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그래서일까. 한국 정치판은 변함이 없다. 막말과 인신공격이 늘

    2024.04.07 17:41
  • [데스크 칼럼] 금감원의 ELS 배상안 유감

    한 달 전쯤 일이다. 금융부의 한 후배 기자가 어느 날 불쑥 회사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 계획을 조곤조곤 보고했다. 요즘 ‘핫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발제였다. 투자자에 대한 은행의 손실 배상안을 정부가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기사화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의 경제학과 교수 296명을 대상으로 일일이 이메일을 보낸 뒤 받은 답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선명했다. 정부가 일부 불완전 판매를 빌미로 투자자 책임과 자유시장 원칙을 훼손한다는 날 선 비판이 녹아 있었다. 당국의 자의적 잣대, 혼란만 키워기자는 후배에게 물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처럼 복잡하고 손 많이 가는 일을 했는지. 후배 기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경종(警鐘)’을 울리고 싶었습니다.”순간 속내가 복잡해졌다. 후배 말대로 금융당국이 투자자 책임 원칙을 외면하고 국민정서법에 기대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안을 금융회사에 강요하는 현실을 꼬집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대규모 손실을 본 후 배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의 비난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우여곡절 끝에 경종을 울리긴 했다. 예상대로 해당 기사엔 수백 개의 ‘악플’이 주렁주렁 달렸다. 항의 전화도 이어졌다.논란 끝에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배상안)을 내놨다. 배상안을 훑어본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금감원이 정한 배상 비율(0~100%)이 너무 자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여부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나이,

    2024.03.19 18:35
  • [데스크 칼럼] ELS 피해자와 피해 호소자

    얼마 전 고향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안부를 묻는 것도 잠시, 친구는 대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얘기부터 꺼냈다. 금융회사가 배상하는 시기가 언제쯤일지, 배상 비율은 어느 정도가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장인이 ELS 투자로 3000만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어르신이 불완전 판매에 넘어간 것 아니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무슨 소리야. (장인이) 5년 넘게 투자했는데…. 당연히 깨질(원금 손실) 가능성도 알고 있었지.”갑자기 궁금해졌다. 홍콩H지수 ELS로 손실을 본 이들은 피해자일까, 아니면 피해 호소자일까. 일단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사례를 보면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자들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은행 창구 직원이 팔순 노인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숨긴 채 상품 가입을 권하거나 암보험금 수령자에게까지 상품 가입을 유도했다고 한다. 정서법에 가려진 투자자 책임이는 수수료에 목맨 은행의 탐욕과 맞물린다. 은행은 ELS 상품을 팔 때마다 가입자로부터 선취 수수료(약 0.8~1.0%)를 뗀다. 조기 상환이 이뤄지는 6개월마다 재투자를 권하고 그때마다 수수료를 또 챙긴다. 은행은 직원 인사평가 지표에 판매 실적까지 반영해 이런 행태를 부추겼다.다른 시각도 있다. (국민정서법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투자자 책임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지고 보면 ELS는 일종의 ‘베팅형 상품’이다. 투자한 상품의 기초지수(또는 종목)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통상 정기예금의 두 배 이상의 금리를 받는다. 2006년 은행들이 판매를 시작한 이후 ELS가 20년 가까이 대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다.ELS

    2024.02.18 17:53
  • [데스크 칼럼]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의 원칙

    2020년 3월 어느 날. 두산그룹 재무담당 임원은 산업은행 기업금융본부 문을 급히 두드렸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긴급 자금을 수혈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그 임원은 봉투 하나를 먼저 건넸다. 두산 오너 일가 30여 명이 지주회사인 ㈜두산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각서가 담긴 봉투였다. 두산중공업에 ‘면사첩(免死帖)’을 주면 모든 걸 걸겠다는 ‘증표’를 내놓은 셈이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군말 없이 3조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다. 진정성과 절박함에 대한 화답이었다. 대주주의 책임과 고통 분담2010년 말 선산까지 담보로 내놓고 사재를 출연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례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22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 및 지분 포기 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후 금호산업 등 4개사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거쳐 살아남았다. 두 대표적 구조조정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하나다.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뼈’를 깎아 기업을 살릴 ‘피’ 같은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바로 이 점이 지난달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그룹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태영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다. 하지만 대금 일부(890억원)를 태영건설에 납입하지 않으면서 ‘꼬리 자르기’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남의 뼈가 아니라 자기 뼈를 깎으라”고 몰아붙인 뒤에야 백기 투항했다.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시작된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구조조정 시대가 다시 오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일지 모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

    2024.01.16 17:53
  • 청룡의 기운 '으랏차차'…글로벌 주도권 잡는다

    어김없이 새해(甲辰年)가 밝았다. 해가 바뀌어도 기업들은 여전히 숱한 악재에 휩싸여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 후유증에 짓눌려 있다. 생존 경쟁에도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미래차 전장(戰場)에서 명운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도 미래를 위한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간판기업들은 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차세대 바이오 및 에너지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사업 투자 대폭 확대삼성전자는 올해 연구개발(R&D), 전략적 설비투자 등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 신기술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경기 평택 공장 생산능력 확대, 미래 대응을 위한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등이 예정돼 있다.완제품 사업에선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초대형 TV 시장을 선도해 프리미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폴더블폰 시장의 글로벌리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SK그룹은 올해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계열사들의 솔루션을 묶어 동반 진출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에 HBM3 24GB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하고 있으며, 고객 역시 이 제품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2024.01.01 16:13
  • ESG 업종별 가중치 차별화해 평가

    한국경제신문사와 연세대 동반경영연구센터, IBS컨설팅이 함께 개발한 ‘한국형 ESG 평가모델 2.0’을 활용해 ‘ESG경영 혁신대상’ 참가 기업을 평가했다.응모 기업이 어떤 산업에 속하는지에 따라 평가지표를 다르게 적용했다. 소속 업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함께 개발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구분했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은 GICS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체 기준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소비자서비스, 금융, 행정서비스 등으로 업종을 구분했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부문 지표와 관련한 민간부문 기본 가중치는 30 대 40 대 30이지만 업종별로 가중치 비율을 다르게 조정했다.공공부문 기본 가중치는 34 대 35.5 대 30.5 정도다. 다른 글로벌 평가기관에 비해 G 부문 비중이 낮은 편이다. 공공부문의 지배구조는 법률과 상급 부서의 지침 등을 통해 관리된다는 점을 감안했다.이번에 활용한 공공부문 평가지표는 98개(E 33개, S 42개, G 23개)다. 민간부문은 128개(E 45개, S 51개, G 32개)다. G는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지표를 공통으로 적용했다. E와 S는 업종에 따라 적용한 지표 개수가 다르다.평가위원장은 이종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맡았다.장창민 기자

    2023.12.17 18:44
  • [차장 칼럼] 기업인도 되새겨볼 '엑스포 교훈'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료, 주요 그룹 총수 수십 명이 출동해 떡볶이를 시식하면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후 부산 시민을 위로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를 마친 뒤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제 관련 행사도 아닌데 총수들까지 불러 모은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내년 사업계획 점검으로 뛰어다녀야 할 판에 난데없는 떡볶이 시식이 웬 말이냐는 토로였다. 거슬려도 직언하는 부하 아껴야기자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떡볶이 시식 장면을 보다가 잠시 잊혔던 숫자를 다시 떠올렸다. 119 대 29. 지난달 말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부산이 각각 획득한 득표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위안을 삼기엔 버거운 숫자다. 실패에 대한 외교적, 정치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실패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인들이 되새길 만한 교훈도 꽤 있다.단초는 유치 실패 후 나온 대통령 담화에 녹아 있다. 바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는 대목이다. ‘박빙’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관료와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받은 보고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에두른 표현이다.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언제든 마찬가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평소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임직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부도 직전에야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가끔 거슬리고 불편하더라도 객관적 상황을 꿰뚫고 직언하는 부하를 아껴야 한다.이

    2023.12.14 18:01
  • 1위 꿰찬 삼성생명·G90·참이슬…대한항공·SSG닷컴 약진

    국내 대표 생명보험 브랜드인 삼성생명과 고급차 브랜드 G90, 주류 브랜드 참이슬이 ‘2023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ational Brand Competitiveness Index·NBCI)’에서 각각 82점을 받아 공동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국제항공)과 삼성전자 갤럭시(스마트폰), CGV(멀티플렉스영화관), SSG닷컴(인터넷쇼핑몰), LG전자 트롬(세탁기), 제주삼다수(생수), 파리바게뜨(베이커리) 등이 81점으로 뒤를 이었다. 작년보다 브랜드 경쟁력 높아져한국생산성본부는 국내 70개 업종, 243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NBCI를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가 76.5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난해(76.1점)보다 0.4점 높아졌다. NBCI는 브랜드 가치 중심의 경영이념 확산과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한국생산성본부가 2003년 개발한 브랜드 평가지수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브랜드 가치 수준을 파악하고 시장 현황을 분석할 수 있다.NBCI의 업종별 점수를 살펴보면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65개 업종 중 28개 업종의 NBCI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업종은 전년과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점수가 하락한 업종은 22개였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경쟁력 향상에 꾸준히 노력한 점이 소비자에게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제조업에선 대형자동차가 81점으로 NBCI 점수가 가장 높았다. 스마트폰, TV가 80점으로 뒤를 이었다. 태블릿은 79점이었다. 제조업 36개 업종, 116개 브랜드의 NBCI 평균은 76.4점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0.1점 높아졌다. 세탁기(4.0%)의 브랜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공기청정기(1.3%) 자동차(1.3%) 냉장고·김치냉장

    2023.11.14 18:06
  • 기업가정신 살려야 소득 4만달러 열린다

    경남 사천공항에서 30여 분 차를 몰면 닿는 의령 남강 어귀. 강물에 반쯤 잠긴 솥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반경 20리(8㎞) 안에 큰 부자가 여럿 나올 것”이라는 옛말이 전해 내려온 곳이다. 오랜 전설은 100여 년 전 현실로 다가왔다. 이병철(삼성), 구인회(LG), 허만정(GS), 조홍제(효성) 등 내로라하는 그룹 창업 회장이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면서다. 이들이 나고 자란 경남 진주, 의령, 함안 일대가 ‘K기업가정신’의 본산으로 통하는 이유다. 이들을 관통한 정신은 하나다. 사업보국(事業報國). 배를 곯던 시절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 먹고사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달러를 벌어들여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꿈도 꿨다. 기름때 묻은 야전점퍼를 입은 채 공장에서 쪽잠을 자고, 바이어를 쫓아 해외를 누빈 이유다. 그렇게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했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교수는 “창업 회장들은 나라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K기업가정신의 뿌리가 외국의 창업정신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났다. 100여 년 전 태동한 K기업가정신은 현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철강, 조선, 정유 산업의 근간이 됐다. 이젠 그들의 손주, 후배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끝이 보이지 않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에 짓눌려 있다. 생존 경쟁에도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미래차 전장(戰場)에서 ‘밀리면 끝장’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2023.10.09 18:37
  • [차장 칼럼] 한경협이 '레드카드' 안 받으려면

    2016년 말. 당시 재계팀장이었던 기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경련을 험악하게 ‘조진’ 기획기사 때문이었다. 내내 섭섭함과 분노가 뒤섞인 하소연이 이어졌다. 기자는 짧게 답했다. “무용론(無用論)과 해체론(解體論)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아닙니까. 그게 지금 전경련의 현실입니다.” 그 임원은 말문이 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류진 "이미 옐로카드 받은 상태"당시 전경련은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태였다. 박근혜 정부의 요구에 따라 주요 기업을 상대로 돈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문을 닫으라”는 힐난이 터져 나왔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회원사마저 등을 돌렸다.어쩌다 그 지경이 됐던 걸까. 전경련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했다. ‘국민 경제 발전’이라는 정관상 목적은커녕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본연의 업무마저 소홀히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력의 심부름꾼 역할에 만족해하며 스스로 매몰됐다. 그러는 사이 전경련 사무국은 관료화됐다. 회장(비상근)이 아닌 상근부회장이 조직을 좌지우지했다. 회원사가 아닌 사무국 주도 체제로 바뀌었다. ‘전경련을 위한 전경련’으로 변질한 것이다.전경련의 ‘흑역사’를 7년 만에 다시 끄집어낸 이유가 있다.지난 18일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꾸고 새 출발한 전경련의 혁신 조건들이 바로 그 부끄러운 역사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류진

    2023.09.21 17:55
  • [차장 칼럼] 새우깡과 '보이는 손'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최근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하다 우연히 본 새우깡 광고 가사다. 어릴 적부터 귀에 익은 터라 절로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가수 지코가 새로 부른 이 광고 가사엔 새로운, 여러 손이 등장한다. 작은 손, 큰 손, 친구 손, 연인 손…. 그런데 광고 말미에 생각지도 못한 손이 튀어나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단순한 언어유희인지,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넣은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지난 4월 공개된 이 광고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수 2634만 회를 넘어서며 대박을 쳤다. 광범위해지는 시장 개입난데없이 새우깡은 왜 ‘보이지 않는 손’을 외쳤을까.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를 새삼 각인시키고 싶었던 걸까. ‘보이는 손(규제·통제)’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드러낸 건 아닐까. 여하튼 광고가 나온 지 두 달여 만에 ‘보이는 손’은 움직였다.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제품값을 내리라는 정부의 동시다발적 압박에 맞닥뜨린 것이다. 새우깡 제조사인 농심은 지난달 말 백기를 들고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작년 이맘때부터다. 정부와 정치권의 시장 개입은 광범위해지고 있다. 기름값부터 은행 금리, 통신요금 등을 사실상 통제하면서다. 올 들어선 라면과 과자 등 식료품 가격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다음 타자는 빵과 우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동네 중국집 짜장면과 김밥값까지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압박 수위다. 단순한 구두 개입이나 팔을 비트는 정도를 넘

    2023.07.06 18:32
  • [차장 칼럼] 현대차 환골탈태 이제 시작이다

    매일 아침 8시. 어김없이 사무실마다 국민체조 음악이 흘러나왔다.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직원들은 연병장에 모인 군인들처럼 체조를 했다. 신기하게 박자가 척척 맞았다. 임원이나 팀장이 점심 식당을 고를 땐 결재판이 책상 위에 올라왔다. 의사결정 과정은 더뎠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끝나면 다들 사장, 회장 얼굴만 쳐다봤다.5년간 체질 확 바뀐 현대차회사는 군대처럼 착착 돌아가는 듯 보였지만 속은 상처투성이였다. 국내외에 깔아놓은 생산라인만 연간 900만 대. 정작 글로벌 판매량은 740만 대 수준에 그쳤다.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빈 채로 돌아가는 ‘공피치’를 다들 멀뚱하게 쳐다봤다. 오랜 판매 부진에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맞물린 후유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보복에 따른 ‘차이나 쇼크’까지 맞닥뜨렸다. 이 와중에 회사 노동조합은 툭하면 파업을 벌였다. 미래마저 불투명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5년 전 기자가 출입할 때의 현대자동차그룹 얘기다.상처가 곪아갈 무렵(2018년) 정의선 회장이 그룹 총괄 경영을 떠맡았다. 그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그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강산이 반쯤 변한 지금, 현대차그룹은 딴판이 됐다. 군대를 떠올리게 했던 양재동 본사엔 ‘넥타이 부대’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임직원들이 오간다. 순혈주의가 깨지면서 외국이나 경쟁사 출신 임원도 많아졌다. 수시 채용과 인사는 이제 관행이 됐다. 의사결정 체계도 빨라졌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선제적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가 속도감

    2023.05.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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