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데스크 칼럼] '4류 정치'와의 결별을 위하여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장창민 금융부장
    [데스크 칼럼] '4류 정치'와의 결별을 위하여
    얼마 전 한 지인이 뜬금없이 책 뒤표지 사진 하나를 찍어 보냈다. 4대 그룹 임원 출신으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준비한 사람의 책이었다. (그는 공천을 받진 못했다) 책 뒤표지엔 각계 유명 인사의 추천 글이 빼곡했다. 그중 두 개의 추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기업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치에서 법조인 등이 과다 대표화됐다면, 정반대로 기업인과 과학기술인은 과소 대표화돼 왔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비례성부터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다. 경제를 책임지는 집단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과소 대표화된 경제인

    “정치가 정말 정신을 차리고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실물 경제를 잘 알고 기업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후보는 (중략) 귀한 존재다.”(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두 추천 글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경제인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군부 독재시대 이후 여의도 정치판은 직업 정치인과 검사, 판사, 변호사,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 등의 놀이터가 됐다. 기업인과 과학기술인, 금융인, 경제관료, 자영업자 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움직이는 이들이 발을 디딜 틈은 비좁았다.

    정치꾼이 득세할수록 경제 전문가가 설 자리는 더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 한국경제신문이 16대부터 21대까지 국회의원의 과거 직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인, 경제관료, 경제학자 등 이른바 경제통은 지난 21대 국회 때 29명으로 가장 적었다. 그나마 가장 많은 19대 국회 때(55명)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래서일까. 한국 정치판은 변함이 없다. 막말과 인신공격이 늘 난무한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미래의 삶과 연계된 고민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규제 완화와 혁신을 위한 법안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대신 반시장·반기업 입법만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초과이익 공유제나 횡재세 도입, 사회연대임금제 등 포퓰리즘을 등에 업은 허황된 말 잔치만 판을 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했던 날 선 비판(1995년)에 여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고단한 삶 도와줄 인물 뽑아야

    정치적 지분이 거의 없는 경제인들은 (역설적이지만) 어김없이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高)’ 후유증에 휩싸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과 혁신을 담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언젠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주요 7개국(G7)에 진입하는 길을 닦는 일도 그들의 숙제다.

    이틀 뒤면 총선을 치른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이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빨간색과 파란색을 기준으로 삼지 말자. 이번 총선엔 평소와 다른 ‘잣대’를 품고 투표장에 가보길 권한다. 청춘을 시험공부에 바치고도 취직을 못해 고개를 숙인 우리의 아들과 딸,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와 늘 빠듯한 살림을 걱정하는 그의 아내, 그들 모두 덜 고단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는 이들을 뽑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4류 정치’와도 결별할 수 있을 것이다.
    장창민 기자
    증권부 차장입니다

    ADVERTISEMENT

    1. 1

      [데스크 칼럼] AI 무기 쥔 反국가세력들

      한 동유럽 국가의 유명 정치 유튜버 A, B, C가 각각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러시아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선거 직전 이들은 “친미 후보 측에서 우리를 살해하려고 한다”며 신변의 위협을 주...

    2. 2

      [데스크 칼럼] 보이콧 대상은 푸틴의 러시아다

      러시아는 한때 대표적인 문화예술 강국이었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톨스토이 등 수많은 거장을 배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이 남긴 문화예술 유산을 활용해 매년 한 국가를 선정, ‘러시아 시즌&rsqu...

    3. 3

      [데스크 칼럼] RSU에 덧씌워진 편견

      주가를 올리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는 주가와 기업 오너·경영진의 보상을 연동하는 것이다. 주가에 따라 자신의 소득이 결정된다면 어느 경영진이 이를 방치할까.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대책을 도입하는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