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윤희숙 중·성동갑 후보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윤희숙 중·성동갑 후보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국민의힘이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 카드를 꺼내든 건 총선을 2주여 앞두고 민생 정책의 주도권을 당이 가져가는 모양새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다시 강조했고, 전공의 파업 사태에서의 중재자도 자처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불리해진 선거 판세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저출생 4대 공약은 △주거·난임지원·아이돌봄서비스 등에 대한 소득 기준 폐지 △다자녀 기준 3자녀에서 2자녀로 변경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 △육아기 탄력근무제도 의무화 등이다. 공약이 실현되면 맞벌이 예비·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조건이 훨씬 유리해진다. 소득 기준을 넘겨받을 수 없던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저리의 정책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라고 차별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도 낳기 어렵다는 상황에서 다자녀 기준도 일괄적으로 두 자녀로 바꿀 때가 됐다”며 “우선 세 자녀 이상 모든 가구의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이 ‘민생에 강한 여당’이라는 이미지로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그는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의·정 갈등을 직접 중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에 26일로 예정됐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를 보류하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투세 폐지도 약속했다.

그간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구도로 ‘운동권 척결’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범야권의 ‘검사 독재 청산’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양당 간 네거티브 선거에 피로감을 느끼고, 용산발(發) 리스크까지 대두되면서 조국혁신당의 돌풍만 낳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야 간 포퓰리즘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1인당 25만원씩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13조원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한 공약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여당이 대규모 재원이 드는 정책을 또다시 들고나온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치라는 것은 희소한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높은 물가로 고통받는 분을 돕기 위해 돈을 푼다는 것인데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25만원 지원금은 물가를 올리고 사람을 더 고통받게 하지만,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저희 대책은 수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저출생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것 같다”면서도 “정부 역할은 정부가, 당의 역할은 당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정소람/한재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