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저출생…'민생 바통' 넘겨받은 한동훈
금투세 폐지 이어 저출생 대책
'운동권 척결'서 '민생'으로 전환
지지부진한 판세 역전 노려
"25만원 지원금, 물가 더 자극"
李 '현금풀기 정책'과 차이 부각
한 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저출생 4대 공약은 △주거·난임지원·아이돌봄서비스 등에 대한 소득 기준 폐지 △다자녀 기준 3자녀에서 2자녀로 변경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 △육아기 탄력근무제도 의무화 등이다. 공약이 실현되면 맞벌이 예비·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조건이 훨씬 유리해진다. 소득 기준을 넘겨받을 수 없던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저리의 정책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라고 차별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도 낳기 어렵다는 상황에서 다자녀 기준도 일괄적으로 두 자녀로 바꿀 때가 됐다”며 “우선 세 자녀 이상 모든 가구의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이 ‘민생에 강한 여당’이라는 이미지로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그는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의·정 갈등을 직접 중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에 26일로 예정됐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를 보류하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투세 폐지도 약속했다.
그간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구도로 ‘운동권 척결’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범야권의 ‘검사 독재 청산’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양당 간 네거티브 선거에 피로감을 느끼고, 용산발(發) 리스크까지 대두되면서 조국혁신당의 돌풍만 낳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야 간 포퓰리즘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1인당 25만원씩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13조원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한 공약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여당이 대규모 재원이 드는 정책을 또다시 들고나온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치라는 것은 희소한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높은 물가로 고통받는 분을 돕기 위해 돈을 푼다는 것인데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25만원 지원금은 물가를 올리고 사람을 더 고통받게 하지만,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저희 대책은 수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저출생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것 같다”면서도 “정부 역할은 정부가, 당의 역할은 당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정소람/한재영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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