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업자 관계를 청산하기로 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법정공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양측 우호의 상징이자 영풍그룹의 제품 유통, 무역 등을 담당하는 서린상사 경영권을 고려아연이 되찾으려고 하면서다. 고려아연은 3월 내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상법상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법정공방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버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3월 25일자 A1, 3면 참조

25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내에 서린상사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 전 이사회 소집을 강행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주총을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촌인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을 포함해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 김영규 고려아연 상무, 이수환 고려아연 영업1팀장 등 4명의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4명, 영풍 측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아연 전략대로 주총이 마무리되면 8 대 3의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알짜' 서린상사 경영권 놓고…고려아연·영풍, 법정 다툼 예고
서린상사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린상사의 ‘경영권’은 영풍이 갖고 있다. 지분은 고려아연이 우위지만, 양가 우호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한 관례였다.

영풍 오너가 3세인 장세환 대표가 서린상사를 이끌고 있다. 이사회는 오랫동안 영풍 측 3명, 고려아연 측 3명으로 구성돼 왔고, 그룹 공동경영 원칙에 따라 고려아연 측 이사들은 장 대표의 경영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려아연이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을 이사회에 추가해 4 대 3 구성을 만들었다. 고려아연이 8 대 3의 이사회 구성을 완성하면 단독 이사회 개최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총 개최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주총을 열려면 이사회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사회 7명 중 고려아연 측 최창걸 명예회장, 영풍 측 류해평 서린상사 대표 등 2명이 와병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의 나머지 3명 모두가 주총 개최에 합의해도 영풍 측 2명이 반대하는 한 의결정족수인 4명을 채울 수 없다.

상법상 모든 회사의 정기주주총회는 반드시 3월 안에 열려야 한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 개최를 거부하는 건 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풍은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려는 시도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주총 개최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영풍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공동 판매를 통해 누려온 ‘가격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 비철금속제련 시장에서 고려아연과 경쟁 관계로 돌아선 만큼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영풍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박탈 시도에 대해 “고려아연의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영풍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서린상사 내 트레이딩 사업부문을 신설해 신사업으로 키워 왔는데 고려아연이 이것까지 통째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