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사진=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재계 자산 순위 28위(16조8920억원)인 영풍그룹의 공동 창업주 일가가 결별을 선언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더 이상 동반자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자”라며 영풍의 ‘성장 지렛대’인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되찾아오기로 했다. 1949년 장병희(영풍)·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가 ‘동업자 정신’으로 설립한 영풍그룹은 75년 만에 계열분리를 향한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

24일 종합상사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조만간 서린상사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재구성하는 등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풍그룹의 비철금속을 유통하는 서린상사는 창업 양가의 우호를 상징하는 그룹 핵심 계열사다. 고려아연 측이 66.7%를 보유해 최대주주지만, 지분율 33.3%인 영풍의 장씨 일가에 경영을 일임해왔다. 지난해 매출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 서린상사와 거래를 끊고 별도 종합상사인 고려상사(가칭)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어떻게든 유통권을 가져오겠다는 심산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와의 관계 정리를 시작으로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인력·정보 교류 프로그램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영풍 측 현금원을 말림으로써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 지분율은 15.9%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33.2%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분 경쟁에 불이 붙으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영풍그룹의 내홍은 2차전지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글로벌 비철금속제련 1위인 고려아연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G화학과 합작사도 설립했다. 영풍 관계자는 “동업자 정신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