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5일 오후 2시 54분

한미그룹이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창업자 일가 장·차남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모녀 측이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임종윤·종훈 사장 해임
임주현 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송 회장이 오랜 기간 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차남이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에 힘을 실어주기로 하면서 모녀 측은 비상이 걸렸다. 장·차남 측과 모녀 측이 확보한 지분은 각각 40.57%, 35%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7.66%)과 소액주주(16.77%)를 누가 잡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임주현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OCI그룹과 통합 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의 오버행(물량 부담)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 리스크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를 결집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임종윤 사장도 이날 보유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주현 사장은 “지분에 담보가 많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를 마련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며 “임종윤 사장에게 무담보로 빌려준 266억원의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 통합으로 글로벌 제약사 기술이전 없이 자체적으로 임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5년 내 3조원, 10년 내 5조원 규모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며 “해외 사업도 최대 60%까지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사우회는 한미그룹과 OCI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사우회 보유 주식은 약 23만 주(0.03%)다.

이영애/박종관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