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쇼크' 덮친 재건축…서울 노른자땅도 개발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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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공사비 3.3㎡당 687만원
철근 57%·시멘트 47%·임금 17%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3년새 '껑충'
설상가상으로 중대법 등 규제 산적
아파트값보다 비싸진 분담금
상계주공5단지 분담금 5억에 '발칵'
안양 목련마을 2단지도 분담금 2배
1기 신도시 건설사 구하기 어려울 듯
철근 57%·시멘트 47%·임금 17%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3년새 '껑충'
설상가상으로 중대법 등 규제 산적
아파트값보다 비싸진 분담금
상계주공5단지 분담금 5억에 '발칵'
안양 목련마을 2단지도 분담금 2배
1기 신도시 건설사 구하기 어려울 듯
최근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에서 공사비 문제로 파행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가 사업성을 저해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어서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비 가격이 최근 3년 새 50%가량 올랐고, 주 52시간 근로제, 안전 기준 강화 등에 따른 간접비도 갈수록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공사비를 올려 받지 못하면 손실을 보는 시공사와 가구당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공사비 마찰로 인한 공사 중단과 법정 공방 등으로 아파트 공급 일정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증가 요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원자재와 인건비가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기준 강화, 층간소음 사후인증제 등 각종 규제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등 법규 변경과 대외환경 요인에 따른 공사비 원가 상승률이 15%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 기간도 지상 29층 1000가구 기준으로 기존 36개월에서 3~6개월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토요 휴무제 등을 적용하면서 전체 공사기간이 6개월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은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 내분이 생겨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가 2017년 선정 당시보다 28% 증액한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조합원 간 이견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착공과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공사비가 미지급돼 올해 초부터 공사 현장이 멈춰 섰다.
일각에선 공사비 이슈가 향후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도 재건축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운데 1기 신도시는 시공사 선정 문턱이 더 높을 수 있어서다. 1기 신도시 일부 단지에선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 안양 동안구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 조합원은 최근 4억7900만원(전용 58㎡ 기준)의 추정 분담금을 통보받았다. 2021년 추정치(2억8600만원)의 두 배 규모다. 수도권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공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내년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길 것이란 얘길 들었다”며 “사업을 시작조차 못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공사비를 올려 받지 못하면 손실을 보는 시공사와 가구당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공사비 마찰로 인한 공사 중단과 법정 공방 등으로 아파트 공급 일정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평균 공사비 3년 새 43% 증가
11일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도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480만3000원)까지 400만원대였던 공사비가 3년 새 43% 오른 셈이다. 공사비 급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와 환율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건설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자재비가 뛰면서 공사비 부담이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년 12월~2023년 12월) 건설자재지수는 106.4에서 144.2로 35.6% 상승했다. 철근 가격은 같은 기간 56.6%, 시멘트는 46.8% 올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심 건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수급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63%가량이 작업 중단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2017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업 근로자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3년 전(23만1779원)보다 16.83% 올랐다.문제는 공사비 증가 요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원자재와 인건비가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기준 강화, 층간소음 사후인증제 등 각종 규제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등 법규 변경과 대외환경 요인에 따른 공사비 원가 상승률이 15%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 기간도 지상 29층 1000가구 기준으로 기존 36개월에서 3~6개월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토요 휴무제 등을 적용하면서 전체 공사기간이 6개월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분담금 부담 커지자 “재건축 안 해”
공사비 급등은 도시정비사업 전반에서 뇌관이 되고 있다.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는 분담금 폭탄 때문에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전용면적 31㎡ 기준 시세(4억6000만원)를 웃도는 추가 분담금(5억원)을 통보받았다. 용산구 산호아파트 전용 84㎡ 집주인이 동일 평형을 새로 받으려면 4억8000만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서울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도 용적률 제한과 단지 고급화 추진 등으로 조합원에게 가구당 최대 8억8000만원의 추정 분담금이 책정됐다.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은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 내분이 생겨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가 2017년 선정 당시보다 28% 증액한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조합원 간 이견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착공과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공사비가 미지급돼 올해 초부터 공사 현장이 멈춰 섰다.
일각에선 공사비 이슈가 향후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도 재건축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운데 1기 신도시는 시공사 선정 문턱이 더 높을 수 있어서다. 1기 신도시 일부 단지에선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 안양 동안구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 조합원은 최근 4억7900만원(전용 58㎡ 기준)의 추정 분담금을 통보받았다. 2021년 추정치(2억8600만원)의 두 배 규모다. 수도권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공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내년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길 것이란 얘길 들었다”며 “사업을 시작조차 못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