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돈 못버는 '주식 전환'…골칫거리 된 카카오게임즈 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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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이후 주가 최저치 기록
CB 발행 때보다 주가 반토막

풋옵션 행사 잇따라, 원금 회수 나서
수천억 현금 필요, 주가 전망도 부정적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때 자금 조달 통로가 됐던 전환사채(CB)가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죠. 3년 전 발행했던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CB투자자들은 부진한 주가 흐름 탓에 주식 전환을 통한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원금 회수에 나서고 있죠.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 일부가 주식 전환에 나서며 CB 잔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약 4600억원입니다. 이 CB의 최초 조기상환일은 이달 31일이죠. 최근 이 조기상환 청구 비율이 70%를 넘어섰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소 3200억원이 넘는 투자원금을 돌려줘야 한단 의미죠. CB를 발행한 지 3년이 지난 현시점부턴 매 6개월이 지난 날 풋옵션 청구가 가능합니다.

수천억원 CB 원금 돌려줘야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부터 CB를 발행했습니다. 코스닥 입성 이후 6개월 만의 자금조달이었죠. 카카오게임즈는 공모자금(3900억원)과 CB 발행자금(5000억원)을 발판으로 외부 게임개발사 인수, 지식재산권(확보) 확보 등 사세를 키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마켓PRO] 돈 못버는 '주식 전환'…골칫거리 된 카카오게임즈 CB
당시 CB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0%로 책정됐음에도 수십 곳의 기관투자자가 몰리는 등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게임즈는 0% 이자율로 5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죠. 반면 CB투자자들은 CB를 만기까지 보유해도 한 푼의 이자수익도 거두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오로지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 차익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CB 전환가액은 5만2100원입니다. 전환가액 리픽싱(조정) 옵션도 담기지 않았죠. 리픽싱 옵션이 존재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만큼 전환가액도 낮아지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CB는 리픽싱 옵션이 없는 탓에 주가가 내려도 전환가액이 5만2100원으로 유지됩니다. CB투자자의 주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선 주가가 5만2100원을 웃돌아야 합니다.

문제는 주가 부진…전망도 '글쎄'

문제는 부진한 주가입니다. CB발행 직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했죠. CB 발행 당시 5만2000원대이던 주가는 이달 8일 주당 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3년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죠. 지난 7일에는 상장 이후 종가 기준 최저치(2만2950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환사채(CB)가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죠. 카카오게임즈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고 풋옵션을 행사하는 투자자가 늘자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작년 3분기 말 개별 기준 현금성 자산은 2700억원에 불과합니다. 5000억원 CB 전체에 대한 풋옵션이 행사되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합니다.
[마켓PRO] 돈 못버는 '주식 전환'…골칫거리 된 카카오게임즈 CB
시장에선 카카오게임즈 신작에 기대감 걸 수밖에 없습니다. 신작의 흥행 여부에 따라 카카오게임즈 주가 추이가 달라질 수 있어서죠. 신작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승해 추가적인 풋옵션 행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합니다. 최근 증권가는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죠. 금융정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카카오게임즈의 평균 목표주가는 2만8000원입니다.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가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신작들의 매력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는 기존 3만원에서 2만7000원으로 낮췄습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롬' 등의 세계 시장 출시로 영업이익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시점 확보한 신작 라인업으로는 2025년이 돼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익을 창출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