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재능의 영역이란 잘못된 신념이 수포자를 만들어" [서평]
수학 때문에 학창 시절이 괴로웠던 경험이 있다면 주목. 한 번이라도 본인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불러 본 이라면, 나의 자녀도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부모라면 읽을만한 수학책이 연달아 나왔다. 지루한 문제풀이나 학습서가 아니다. 수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방법이나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수학을 알려주는 등 수학에 대한 머나먼 거리감을 좁히는 책들이다.

○ 수학 공부는 '마음먹기' 나름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을 쓴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교육과의 조 볼러 교수의 연구 분야는 '수포자'다. 전 세계 많은 학생이 왜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고 쉽게 포기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 "마음가짐이 문제"란 결론을 내렸다. 수학적 능력은 노력보다 타고나는 재능의 영역이란 잘못된 신념이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배움을 통해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면 누구나 '수포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학이 재능의 영역이란 잘못된 신념이 수포자를 만들어" [서평]
다소 추상적인 마음가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를 비롯한 연구진이 직접 초·중·고 교실에서 실험하며 검증한 성장 마인드셋을 기르는 구체적인 전략이 소개돼 있다. 가령 저자는 어린 학생들에겐 수와 도형, 데이터를 가지고 놀게 하면서 패턴과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갖고 놀기 쉬운 퍼즐이나 카드놀이로도 얼마든지 수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수학 교육의 '속도'보다 '깊이'에 방점을 찍으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한 시간 수업이라면 세 문제 이상을 다루지 않는 것이 좋다. 심지어 수학적 정의와 공식에 중점을 둔 수업이라도 토론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 숫자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이미 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수학적 사고를 키워보자는 책도 있다. 영국 브리스틀대 수학대학의 통계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올리버 존슨 교수가 쓴 <수학의 힘>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 본인의 트위터(현 엑스) 계정에서 바이러스 관련 통계를 쉽게 풀이해주며 4만3000명의 팔로어를 모았다.
"수학이 재능의 영역이란 잘못된 신념이 수포자를 만들어" [서평]
존슨 교수는 "수학을 알면 세상을 읽는 더 나은 위치에 선다"고 강조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숫자를 직접 계산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주장들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비판적 태도를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쉽게 숫자를 계산하고 해석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예컨대 미국 국가부채가 '30536360095124달러'란 뉴스가 나왔다. 이 복잡한 수치의 자릿수를 먼저 세어본다. 0이 6개면 100만이고 9개면 10억, 12개면 1조다. 그리고 올림과 내림 법칙을 사용해 숫자를 단순화한 다음, 대략적인 인구 규모로 나눠 1인당 수치를 계산해 보라. 숫자의 표기 단위가 작아지고 간소화될수록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손에 잡히는 형태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밖에 주식 투자자를 위한 행동공식 설명에 사용되는 '브라운 운동', 반도체 시장을 예측하는 '무어의 법칙', 인공지능(AI) 비서를 만든 확률의 원리 '베이즈 정리' 등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학의 힘을 소개한다.

○수학 천재들은 '게임광'이었다

수학 칼럼니스트 벤 올린의 <아주 이상한 수학책>은 수학을 놀이와 게임으로 접근한다. 역사적으로 여러 수학 천재들이 게임을 즐겼고, 게임을 즐기다 수학적 발견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파스칼은 도박사가 낸 수수께끼를 풀다 확률 이론을 탄생시켰다. 폰 노이만은 포커를 분석하다 게임 이론을 만들었고, 오일러는 다리를 건너는 놀이를 하다 그래프 이론의 창시자가 됐다.
"수학이 재능의 영역이란 잘못된 신념이 수포자를 만들어" [서평]
이책은 크게 공간, 숫자, 조합, 위험과 보상, 정보 등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눠 총 200개가 넘는 수학 게임을 소개한다. '짤'과 '숫자야구' 등 익숙한 게임에 숨은 수학적 원리와 기원도 알 수 있다. 설명 중간에 저자가 직접 그린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그림들이 삽입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