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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신연수 기자
    신연수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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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공연예술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신연수의 3분 클래식]을 연재 중입니다.

  • 1830년대 파리 혁명 현장에 온 듯…비장한 앙상블 '일품'

    막이 오르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남성 합창곡 ‘룩 다운’이 흘러나오자 1830년대 프랑스로 순간 이동한 듯한 느낌이 든다. 노역장에서 일하는 죄수로 분한 앙상블이 저음으로 내지르는 비명은 극의 몰입도를 순식간에 높인다. 어두침침하고 냄새나는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그곳에 사는 빈민들의 비참한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이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올랐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공연화한 작품이다. 파리 초연 후 영국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손을 거쳐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최장 기간 공연 중인 뮤지컬이기도 하다. 원작의 양이 방대한 만큼 여러 캐릭터와 서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절도범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용서를 계기로 회심하는 이야기, 혁명을 위해 희생하는 학생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등이 나온다. 작품을 여러 번 감상해도 볼 때마다 다른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러닝타임(상연시간)이 약 세 시간에 달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한 뮤지컬 넘버(삽입곡)를 현장에서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중 하나는 함께 봉기하는 학생과 시민이 부르는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이다. 라마르크 장군의 죽음을 계기로 혁명의 불씨를 댕기는 장면에서 나온다. 희망차면서도 비장한 멜로디가 공연장 전체를 채우며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여성 캐릭터의 감미로운 넘버도 인상적이다. 코제트의 엄마인 판틴이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고 꿈꾸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들려주는 노래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은 가슴을 울린다.

    2023.12.10 18:09
  • 순식간에 19세기 파리로…7년만에 찾아온 대작 ‘레미제라블’

    막이 오르고 웅장한 음악으로 넘버 '룩 다운(Look Down)'이 흘러나오자 1800년대 프랑스 파리로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든다. 노역장에서 일하는 죄수로 분한 앙상블들이 저음으로 내지르는 비명은 극의 몰입도를 순식간에 높인다. 어두침침하고 냄새나는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그곳에 사는 빈민들의 비참한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7년만에 국내에서 개막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공연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초연 후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손을 거쳐 전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최장 기간 공연 중인 뮤지컬이기도 하다. 원작의 양이 방대한 만큼 여러 캐릭터와 서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절도범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용서를 계기로 회개하는 이야기, 혁명을 위해 희생하는 학생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등이 나온다. 작품을 여러 번 감상해도 볼 때마다 다른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약 세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한 넘버를 현장에서 듣는 재미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중 하나는 혁명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부르는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 라마르크 장군의 죽음을 계기로 혁명의 불씨를 당기는 장면에서 나온다. 희망차면서도 비장한 멜로디가 공연장 전체를 채우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성 캐릭터의 감미로운 넘버도 인상적이다. 판틴이 사랑하던 이에게 버림받고 꿈 꾸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말하는 노래인 '아이 드림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은 가슴을 울린다. 짝사랑하는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사랑하는 것

    2023.12.10 09:42
  • [이 아침의 극작가] 첫 공연 하루 앞두고 사망…뮤지컬 '렌트' 조너선 라슨

    서울 삼성동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렌트’는 임차료 낼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만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아버지’와도 같은 극작가 겸 작곡가·작사가 조너선 라슨(1960~1996)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난방도 잘되지 않는 다락방에서 작업하던 라슨이 20대의 젊은 나이에 첫 번째로 내놓은 뮤지컬은 ‘슈퍼비아’다.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자 다시 내놓은 두 번째 뮤지컬이 ‘틱틱붐’이지만, 이마저도 브로드웨이 입성에 실패했다. 라슨의 마지막 작품은 ‘렌트’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뉴욕으로 배경을 바꿔 제작했다. 마약, 동성애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렌트’는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며 ‘렌트 헤드’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흥행했지만, 정작 라슨은 공연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첫 공연 하루 전날 대동맥 박리로 갑자기 사망한 것.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틱틱붐’은 2021년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틱, 틱… 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라슨을 연기한 앤드루 가필드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23.12.07 18:14
  • 온갖 장애 이겨내고 사막을 함께 건너는 ‘두 낙타’ 헬렌과 애니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헬렌 켈러를 연극 무대에 불러낼 때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 앤 설리번의 이야기를 '오감'으로 불러내는 도전을 했다.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관객도 도전에 동참할 수 있다. 국립극장이 기획한 이 공연은 여덟살에 시력을 잃은 앤 설리번(애니)과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켈러(헬렌)가 만나 서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2인극이다. 작품의 제목인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실제로 헬렌이 애니의 도움을 받아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에서 내뱉은 말이다. 작품 속에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는 응원의 말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극 전반에 걸쳐 고비사막을 걷는 두 낙타에 비유된다. 더운 날씨에 서로 기대 몸을 식히는 두 낙타처럼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다. 극에선 헬렌보다 앤의 비중이 좀 더 높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제때 결막염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을 잃은 앤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동생 지미를 잃는 과정, 처음 점자책을 접하면서 세상에 눈을 뜨게 됐을 때의 감동 등이 펼쳐진다. 헬렌을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앤이 겪는 좌절과 고민 등도 함께 묘사된다. 운율 있는 대사가 특징이다. 헬렌을 연기하는 소리꾼 겸 배우 정지혜는 헬렌이 언어를 습득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판소리로 표현한다. 언어를 배우기 전 헬렌을 연기할 땐 의미 없는 음만 존재하는 구음을 사용하다가, 앤을 만나 점차 언어를 익히며 음이 있는 말을 사용하는 식으로 성장과 변화를 보여준다. 애니 역을

    2023.12.06 15:14
  • "어느덧 세계 최고령 '엔젤' 됐네요…다음엔 연출가로 만나뵙겠습니다"

    “이젠 엔젤을 놓아주고 다음 시즌부턴 연출가로 ‘렌트’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 김호영(40·사진)은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엔젤은 뉴욕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렌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드래그퀸(과장된 분장이나 퍼포먼스 등으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이면서 주변 친구들을 두루 따뜻하게 챙기는 캐릭터라서다. 김호영은 2002년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2학년 시절 엔젤로 처음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다섯 시즌을 거쳐 21년간 엔젤 자리를 지켜 왔다. 세계 최장수·최고령 엔젤이다. 김호영은 “작품 속에서 엔젤은 주변인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만드는 따뜻한 캐릭터”라며 “무대 뒤에서도 마치 엔젤처럼 연습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게 실제 공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스스로 이번 공연이 ‘마지막 엔젤’이라고 못 박아놓고 시작한 이유는 ‘렌트’에서 새로운 몫을 하고 싶어서다. 배우가 아니라 연출이나 액팅 코치, 드라마투르기(극의 구성과 인물 해석 등을 돕는 역할) 등 스태프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호영은 “오랜 기간 같은 역할을 맡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틀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신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고, 그 덕분에 배우와 제작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 연출을 맡은 앤디도 과거 엔젤을 연기한 배우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영은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방송인으로 활약 중이다.

    2023.12.05 18:44
  • 뮤지컬 '렌트' 김호영 "20여년 맡은 '엔젤' 그만… 연출 욕심나요"

    "이젠 엔젤을 놓아주고 다음 시즌부턴 연출가로 '렌트'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 김호영(40)은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엔젤은 뉴욕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렌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드래그퀸(과장된 분장이나 퍼포먼스 등으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이면서 주변 친구들을 두루두루 따뜻하게 챙기는 캐릭터라서다. 김호영은 2002년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2학년 시절 엔젤로 처음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다섯 시즌을 거쳐 21년 간 엔젤 자리를 지켜 왔다. 세계 최장수·최고령 엔젤이다. 김호영은 "작품 속에서 엔젤은 주변인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만드는 따뜻한 캐릭터"라며 "무대 뒤에서도 마치 엔젤처럼 연습실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게 실제 공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스스로 이번 공연이 '마지막 엔젤'이라고 못박아놓고 시작한 이유는 '렌트'에서 새로운 몫을 하고 싶어서다. 배우가 아니라 연출이나 액팅 코치, 드라마투르기(극의 구성과 인물 해석 등을 돕는 역할) 등 스태프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호영은 "오랜 기간 같은 역할을 맡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틀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신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고, 덕분에 배우와 제작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 연출을 맡은 앤디도 과거 엔젤을 연기한 배우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영은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방송인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2023.12.05 14:34
  • 축제 같았던 150분…끝날 무렵엔 관객도 '덩실덩실'

    “당신만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난 다른 남자는 다 포기했어. 밤낮으로 나는 당신 거예요!”(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삽입곡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 중에서) 신을 향한 수녀들의 아찔한(?) 고백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지만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1970년대 배경과 디스코 음악, 의상 등은 최신의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클래식한 재미와 편안한 웃음을 준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코미디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영화는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또한 2006년 초연한 뒤 17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공연 중인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번 공연은 국내 뮤지컬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아시아투어권을 확보해 미국 뉴욕과 서울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내한 공연이다. 무대에 서는 29명의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트’로 공연한다. 하나의 배역에 한 명의 배우만 배정됐다. ‘시스터 액트’는 무명의 삼류가수 들로리스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수녀원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치스러운 생활과 유명세를 좇는 들로리스와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녀들은 초반엔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어 보이지만, 함께 성가대 연습을 시작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나서기 싫어하고 조용하던 수녀들이 대표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을 비롯해 ‘선데이 모닝 피버(Sunday Morning Fever)’ 등 재치 있는 가사가 담긴 찬양가를 춤추면서 부르는 모습이 낯설면서

    2023.12.04 19:06
  • 스트립 댄서·드래그퀸이 뛰노는…이 뮤지컬, 오페라 원작이라고요?

    뮤지컬 ‘렌트’는 올해 27살이 됐다.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뮤지컬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과 작곡상, 각본상 등을 모두 휩쓸고 퓰리처상까지 받은 수작이다. 비록 렌트할(임대료를 낼) 돈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부자인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며 무대 뒤 숨겨진 이야기 또한 만만찮게 흥미롭다. 마약과 매춘이 횡행하고 에이즈가 유행하는 슬럼가에서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달렸다’고 외치는 렌트. 이 발랄하고도 슬픈 뮤지컬이 국내에서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렌트를 보기 전 미리 알고 가면 좋은 팁을 소개한다. (1)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vs '렌트'의 미미 주인공 직업, 수선공·시인서 댄서·음악가로 수정 ‘렌트’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1896년 선보인 오페라 ‘라 보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원작이 나온 지 딱 100년 만인 1996년 렌트가 탄생했다. 라 보엠이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에 사는 가난한 시인과 화가, 음악가의 이야기라면 렌트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힘들게 사는 음악가와 행위예술가, 드래그퀸의 이야기다. 원작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을 괴롭힌 병은 결핵이지만, 이 작품에선 에이즈다. 라 보엠에서 바느질로 먹고사는 미미와 시인 로돌포의 러브스토리는 스트립 댄서 미미와 음악가 로저의 러브스토리로 변형됐다. 미미가 로저에게 불을 빌리러 왔다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고, 이때 나오는 넘버 ‘라이트 마이 캔들(Light My Candle)’의 멜로디는 오페라곡 ‘그대의 찬 손’ 등에서 가져왔다. 극 중 로저가 작곡한 넘버 ‘유

    2023.11.30 19:11
  • 커튼콜에 관객들 일어나 덩실덩실… 축제 같은 뮤지컬 ‘시스터액트’

    "당신만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난 다른 남자는 다 포기했어. 밤낮으로 나는 당신 거예요!"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삽입곡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 중에서) 신을 향한 수녀들의 아찔한(?) 고백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지만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1970년대 배경과 디스코 음악, 의상 등은 최신의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클래식한 재미와 편안한 웃음을 준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코미디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영화는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또한 2006년 초연한 뒤 17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공연 중인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번 공연은 국내 뮤지컬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아시아투어권을 확보해 뉴욕과 서울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내한 공연이다. 무대에 서는 29명의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트'로 공연한다. 하나의 배역에 한 명의 배우만 배정됐다. '시스터 액트'는 무명의 삼류가수 들로리스가 우연히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수녀원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치스러운 생활과 유명세를 좇는 들로리스와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녀들은 초반엔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어 보이지만, 함께 성가대 연습을 시작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나서기 싫어하고 조용하던 수녀들이 대표 넘버 '테이크 미 투 헤븐(Take Me to Heaven)'을 비롯해 '선데이 모닝 피버(Sunday Morning Fever)' 등 재치있는 가사가 담긴 찬양가를 춤추면서 부르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이 난다. 특히 견습 수녀

    2023.11.30 18:45
  • 뮤지컬 '명성황후' 공동 제작자가 전하는 신간 <뮤지컬의 탄생>

    유명 뮤지컬 작품의 좋은 좌석 티켓을 구할 땐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 경쟁이 일상이 됐을 정도로 국내에서 뮤지컬의 인기가 높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뮤지컬의 '원조'라고는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뮤지컬의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고 발전한 걸까. (마인드빌딩)는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 쓴 '뮤지컬 역사서'다.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 극장장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장 등을 지낸 고 원장은 뮤지컬 '맘마미아' '렌트' '명성황후' 등을 공동제작했다.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투어 공연도 기획한 뮤지컬 전문가다. 이 책은 뮤지컬이란 장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한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다양한 '프리 엔터테인먼트' 양식부터 2020년대 뉴욕과 런던의 뮤지컬까지 약 150년을 다룬다. 당대의 사회상과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뮤지컬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트렌드가 생기고 사라졌는지 등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밝혀 나간다. 뮤지컬은 세상 변화에 민감한 장르다. 공연 시장과 문화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과 요소들이 뮤지컬 장르의 탄생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귀족사회가 무너지고 권위주의 사회가 변화해 대중이 문화 주체로 등장한 19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뮤지컬은 20세기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변화했다. 21세기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 세계화의 과정도 뮤지컬 발전의 의미 있는 변수다. "뮤지컬은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성숙하는 시간과 함께 발전해 온 장르"라는 캐나다 뮤지컬 작가 맬 애트키의 지적도 흥미롭다. 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중요한

    2023.11.29 11:53
  • '라 보엠' 100주년에 탄생한 뮤지컬 '렌트', 5가지 뒷이야기

    뮤지컬 ‘렌트’는 올해 27살이 됐다.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뮤지컬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과 작곡상, 각본상 등을 모두 휩쓸고 퓰리처상까지 받은 수작이다. 비록 렌트(임대료)낼 돈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부자인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지만, 무대 뒤 숨겨진 이야기도 만만찮게 흥미롭다. 마약과 매춘이 횡행하고 에이즈가 유행하는 슬럼가에서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달렸다’고 외치는 렌트. 이 발랄하고도 슬픈 뮤지컬이 국내에서 다섯번째 시즌을 맞았다. 렌트를 보기 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팁을 소개한다. ‘라 보엠’의 미미 VS ‘렌트’의 미미 ‘렌트’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1896년 만든 오페라 ‘라 보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라 보엠’이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 지구에 사는 가난한 시인과 화가, 음악가의 이야기라면, ‘렌트’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힘들게 사는 음악가와 행위예술가, 드래그 퀸의 이야기다. 원작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을 괴롭힌 병은 결핵이었지만, 이 작품에선 에이즈다. ‘라 보엠’에서 바느질로 먹고 사는 미미와 시인 로돌포의 러브스토리는 스트립 댄서 미미와 음악가 로저의 러브스토리로 변형됐다. 미미가 로저에게 불을 빌리러 왔다가 사랑에 빠지는 설정도 원작과 동일하고, 이때 나오는 넘버 ‘라이트 마이 캔들(Light My Candle)’의 멜로디는 오페라곡 ‘그대의 찬 손’ 등에서 가져왔다. 극중에서 로저가 작곡한 넘버 ‘유어 아이즈(Your Eyes)’는 원작의 ‘뮤제타의 왈츠’에서 일부 영감을 받았다. 오페라와 뮤지컬을

    2023.11.29 09:40
  • 연극 '신파의 세기'…'이순신'을 튀르키예 여성이 맡았다고?

    연극이나 영화에서 ‘신파’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예술성보다는 대중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이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뜬금없이 감동적인 요소를 집어넣은 작품에 이런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제작한 연극 ‘신파의 세기’는 신파극을 풍자하면서도 스스로 신파극이 돼버린 독특한 연극이다. 이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정진새(사진 왼쪽)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창작자로서 신파는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흥행한 것도 신파를 적절히 녹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적당한 신파는 서사에 힘을 실어주고 대중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새는 특유의 유머가 담긴 공상과학(SF) 연극 등으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받은 작가 겸 연출가다. 이번 작품에도 기발한 상상력을 담았다. 중앙아시아의 한 신생 자립국이 해외의 우수한 대중문화를 도입하는 3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입찰에 붙이는데, 한국의 ‘국립현대극장’이 신파극을 들고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최종 후보로 한국의 신파극과 K팝, 브라질의 삼바 등이 경쟁을 펼친다. 극중극 형식으로 신파극을 풍자한다. 극중에서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른바 ‘신파 트리오’가 영화 ‘국제시장’ ‘명량’ 등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신파극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트리오 중 한 명인 배우 베튤은 극중극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베튤은 튀르키예 출신으로 어릴 때 이민 와 한국어에 능통한 20대 여성 배우다. 베튤은 “외국인 여성이 이

    2023.11.27 18:29
  • 20대 튀르키예 여성이 이순신 역을 맡은 황당한 연극 '신파의 세기'

    연극이나 영화에서 '신파'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예술성보다는 대중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이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뜬금없이 감동적인 요소를 집어넣은 작품에 이런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제작한 연극 '신파의 세기'는 신파극을 풍자하면서도 스스로 신파극이 돼버린 독특한 연극이다. 이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정진새는 최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창작자로서 신파성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도 신파성이 적절히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적당한 신파성은 서사에 힘을 실어주고 대중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진새는 특유의 유머가 담긴 SF(공상과학) 연극 등으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수상한 작가 겸 연출가다. 이번 작품에도 기발한 상상력이 담겼다. 중앙아시아의 한 신생 자립국이 해외의 우수한 대중문화를 도입하는 3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입찰에 붙이는데, 한국의 '국립현대극장'이 신파극을 들고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최종 후보로 한국의 신파극과 K팝, 브라질의 삼바 세 후보가 경쟁을 펼친다. 극중극 형식으로 신파극을 풍자한다. 극중에서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른바 '신파 트리오'가 영화 '국제시장', '명량' 등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신파극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트리오 중 한 명인 배우 베튤은 극중극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베튤은 튀르키예 출신으로 어릴 때 이민 와 한국어에 능통한 20대 여성 배우다. 베튤은 "외국인 여

    2023.11.27 15:49
  • [책마을] 혼자인 건 좋은데 고독사가 걱정이라면

    죽음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의 순간 옆에 아무도 없이 외롭게 가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1인 가구가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은 지금, ‘고독사’를 진지하게 준비하는 일본 작가의 책이 나왔다. 는 독신자인 문학 평론가 겸 작가 몬가 미오코가 혼자 맞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부제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존엄하게 떠나는 법’이다. 원래 고독사는 가족을 잃은 일부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기준 1인 가구가 전체의 41%로 1000만 가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 없이 홀로 마지막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좀 더 일찍 고령화를 맞아 홀로 남은 노인의 죽음을 지원하는 행정제도와 서비스가 성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을 맞는 과정과 사후 처리 등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일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보며 덜컥 겁이 난 저자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죽음이 무엇인지부터 어떻게 죽어야 할지, 어떤 장례식을 치러야 하며 재산과 유품은 어떻게 처분할지 등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로 써 내려간다. 저자는 하나하나 해법을 찾아 나간다. 홀로 맞을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릴 방법으로 신문 배달부터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본다. 또 저자는 자신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연명치료 등 생사가 걸린 판단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고민한다. 혹시 자신이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어머니가 몸담을 요양보호시설을 둘러보기도 한다. 죽음 전후를 도와줄 국가의 행정서비스를

    2023.11.24 19:21
  • 의족 비보이·발달장애 무용수…"무대선 똑같은 배우일 뿐"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찬 비보이가 춤을 춘다.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을 땐 불안정해 보이다가도 의족을 뺀 채 절단된 다리를 드러내고 무대 이곳저곳을 헤엄치듯 유영할 땐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의 등에 새겨진 문구 한마디가 눈에 띈다. ‘살아있어 소중하다.’ 국내 최초 장애예술극장으로 지난달 서울 충정로에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의 제작 공연 ‘제자리’는 장애를 가진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등장한다. 프랑스 극단 라 콤마의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사진)가 참여한 한·프랑스 공동 창작 작품이다. 슈와이저는 전문 연기자나 공연인이 아닌 일반인과 협업해 공연을 만들어 주목받는 안무가이자 연출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이 극장은 장애인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극을 만들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슈와이저는 “‘제자리’라는 제목은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로의 자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장애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만남과 각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오디션을 거쳐 배우 9명을 뽑았다. 장애를 가진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가 섞여 있다.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극 경험의 유무도 모두 다양하다. 10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프리랜서 비보이 김완혁(33)은 사고를 계기로 고교 시절 포기한 비보잉을 다시 시작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진작가 이민희(40)는 무대 위에 카메라를 들고나와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정신장애로 꿈을 포기한 류원선(54), 시

    2023.11.24 18:25
  • 의족 찬 비보이, 발달장애 무용수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하는 안무극 '제자리'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찬 비보이가 춤을 춘다.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을 땐 불안정해보이다가도, 의족을 뺀 채 절단된 다리를 드러내고 무대 이곳저곳을 헤엄치듯 유영할 땐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의 등에 새겨진 문구 한 마디가 눈에 띈다. “살아있어 소중하다.” 국내 최초 장애예술극장으로 지난달 서울 충정로에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의 제작 공연 ‘제자리’는 장애를 가진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등장한다. 프랑스 극단 라 콤마의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가 참여한 한·프랑스 공동 창작 작품이다. 슈와이저는 전문 연기자나 공연인이 아닌 일반인과 협업해 공연을 만들어 주목받는 안무가이자 연출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이 극장은 장애인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극을 만들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슈와이저는 “‘제자리’라는 제목은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로의 자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장애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만남과 각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오디션을 거쳐 배우 9명을 뽑았다. 장애를 가진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가 섞여 있다.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극 경험의 유무도 모두 다양하다. 10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프리랜서 비보이 김완혁(33)은 사고를 계기로 고교시절 포기했던 비보잉을 다시 시작했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사진작가 이민희(40)는 무대 위에 카메라를 들고 나와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정신장애로 꿈을 포기한 류원선(54), 시각장애

    2023.11.24 15:09
  • '조선시대 아이돌' 바우덕이의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조선 후기 남사당패의 '첫번째 여성 꼭두쇠(우두머리)' 바우덕이의 인생을 소재로, 전통 남사당놀이를 현대적으로 무대화한 공연 '암덕: 류(流)의 기원'이 개막했다. 22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암덕: 류(流)의 기원' 기자간담회에서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오래 전 우연한 기회에 남사당놀이를 접했다가 큰 감동을 받고 총체적 공연예술의 결정체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춤과 소리 등 전문 아티스트로 구성돼 전통 연희 전문 단체를 지향하는 예술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적절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암덕'은 여성 최초로 남사당패 꼭두쇠(단체의 대장격)로 활약한 바우덕이의 본명 '김암덕'에서 따온 제목이다. 암덕이라는 한 인물을 네 명의 배우가 나눠서 연기한다. 춤추는 암덕(배우 조하늘 분), 노래하는 암덕(서진실 분), 줄타는 암덕(박지나 분), 어린 암덕(이유주 분) 등이다. 배우들은 각각 춤과 판소리, 줄타기 등으로 암덕이 어머니를 떠나 보낸 어린 시절부터 남사당패의 스타로 자리잡기까지 인생의 각 단계를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민새롬 연출가는 "연극처럼 기승전결을 가진 서사로 바우덕이의 인생을 소개하는 방식보다는, 바우덕이가 성장해 온 순간의 장면들을 마치 시처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며 "세세한 이야기와 정서는 관객이 직접 재구성하고 상상하며 채우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풍물(농악)·버나(대접돌리기)·살판(땅재주)·어름(줄타기)·덧보기(탈놀이)·덜미(꼭두각시놀음) 등 남사당놀이 여섯 종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물'을 이용한 연출이 특징이다. 풍물 연주자들이 꽹과리와 장

    2023.11.23 10:36
  • 2인극으로 만나는 헬렌 켈러 이야기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인 앤 설리번(애니)의 실화를 낙타에 빗대 표현한 독특한 형식의 2인극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사진)를 다음달 6~1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2일 밝혔다. 헬렌과 애니가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과정을 고비사막을 걷는 두 마리 낙타에 빗대 그려낸다. 헬렌은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었고 애니는 8세에 시력을 잃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점차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한다. 소리꾼이기도 한 배우 정지혜는 헬렌이 언어를 습득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판소리로 표현한다. 작창도 직접 맡았다. 모든 회차를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무장애 공연(배리어프리 공연: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23.11.22 19:28
  • [이 아침의 소설가] 하층민 삶 생생히 그린 '레미제라블'의 아버지

    이달 말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내년 1월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모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을 공연화한 작품이다. 위고는 장군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여러 도시로 이사를 다니며 자랐다.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1822년 처음 발표한 시집 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어 희곡 (1827)과 시집 (1829) 등을 발표하며 낭만주의 문학(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과 감성 등을 중시한 문학 사조)의 대표로 떠올랐다. 1831년 발표한 장편소설 로 소설가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가진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그가 사랑한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하층민의 소외된 삶 등을 묘사했다. ‘레미제라블’도 위고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빵 한 조각을 훔치고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고 나온 장발장의 이야기다. 두 작품 모두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23.11.22 18:21
  • 혼자서 죽으면 어떻게 하지?… 日 작가의 '고독사 대처법'[책마을]

    죽음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의 순간 옆에 아무도 없이 외롭게 가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1인 가구가 더이상 특별해지지 않은 지금, '고독사'를 진지하게 준비하는 일본 작가의 책이 나왔다. 는 독신자인 문학 평론가 겸 작가 몬가 미오코가 혼자 맞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원래 고독사는 가족을 잃은 일부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기준 1인 가구가 전체의 41%로 1000만 가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 없이 홀로 마지막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좀더 일찍 고령화를 맞아 홀로 남은 노인의 죽음을 지원하는 행정제도와 서비스가 성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을 맞는 과정과 사후 처리 과정 등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일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보며 덜컥 겁이 난 저자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죽음이 무엇인지부터 어떻게 죽어야 할지, 어떤 장례식을 치러야 하며, 재산과 유품은 어떻게 처분할지 등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로 써 내려간다. 저자는 하나하나 해법을 찾아나간다. 홀로 맞을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릴 방법으로 신문 배달부터 IoT(사물인터넷) 서비스까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본다. 실제로 일본에선 고독사를 막기 위해 매일 생존 여부를 체크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또 저자는 자신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연명치료 등 생사가 걸린 판단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도 고민한다. 혹시 자신이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어머니가 몸담을 요양보호시설을 둘러보기도 한다. 죽음 전후를

    2023.11.22 11:27
  • 헬렌 켈러와 선생님 이야기…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 앤 설리번을 낙타에 빗대 표현한 독특한 형식의 2인극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를 다음달 6~1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1일 밝혔다. 헬렌 켈러(헬렌)와 앤 설리번(애니)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두 사람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다. 헬렌과 애니가 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과정을 고비사막을 걷는 두 마리 낙타에 빗대 그려낸다. 헬렌은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었고, 애니는 8살에 시력을 잃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점차 서로 위로가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이들 관계가 사막의 더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 체온을 내리는 낙타들과 닮아 있다는 구상이다. 극중에서 낙타는 헬렌이 애니에게 처음 마음을 열고 공감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물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두 사람의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의 대사다.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배우 한송희과 정지혜가 각각 애니와 헬렌을 비롯해 주변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한다. 소리꾼이기도 한 배우 정지혜는 헬렌이 언어를 습득하며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판소리로 표현한다. 작창도 직접 맡았다. 정지혜는 "헬렌의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문장은 리드미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헬렌이 언어를 익히며 점차적으로 '음이 있는 말'인 판소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 역을 맡은 한송희는 작품 중간 리듬 위에 대사를 얹어 노래하듯이 말하는 방식인 이른바 '리듬 말'을 사용한다. 판소리

    2023.11.21 14:29
  • 부수고, 깨고, 달리는 '난장판'…이 공연, 관객도 미쳐야 즐긴다

    한 남자가 빠른 속도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뛰고 있다. 사람과 의자, 식탁 등의 물건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지만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 갖가지 사물과 충돌하던 남자에게 심지어 벽까지 돌진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벽을 부숴버린 채 질주한다. 부서진 벽 속에서 꽃가루가 터지자 관객들은 환호를 터뜨린다. 전 세계 관객을 ‘미치게’ 만든 ‘푸에르자 부르타’의 대표 장면 ‘코레도르’(Corredor·통로)다.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 서울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옛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에서 개막했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의 이 공연은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한 이후 전 세계 63개 도시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에선 2013년 첫선을 보여 그동안 18만 명이 관람했다. 공연은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슬픔, 절망,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아찔한 곡예를 비롯한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관객 모두 음악과 조명에 몸을 맡긴 채 손을 들고 발을 구르며 한바탕 ‘노는’ 공연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에 맞춰 70분 동안 춤추고 소리를 지르면 몸은 땀 범벅이 된다.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이 처음 맞닥뜨리는 건 커다란 창고처럼 텅 빈 공간이다.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좌석도 없어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관람해야 한다. 대신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등장한 배우들이 관객 사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운다. 강렬한 음악이 공연장을 채우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찔하고 과격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배우들은 와이어에 90도로 매달려 비닐 장막으

    2023.11.20 19:31
  • 깨부시고 돌진하는 광란의 공연… 록 콘서트 같은 ‘푸에르자 부르타’

    한 남자가 빠른 속도의 트레드밀(러닝 머신) 위를 뛰고 있다. 사람과 의자, 식탁 등의 물건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지만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 갖가지 사물들과 충돌하던 남자에게 심지어 벽까지 돌진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벽을 부숴버린 채 질주한다. 부서진 벽 속에서 꽃가루가 터지자 관객들은 환호를 터뜨린다. 전세계 관객을 '미치게' 만든 '푸에르자 부르타'의 대표 장면 '꼬레도르'(Corredor·통로)다.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 서울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옛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에서 개막했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의 이 공연은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한 이후 전세계 63개 도시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에선 2013년 첫선을 보여 그동안 18만 명이 관람했다. 공연은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슬픔, 절망,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아찔한 곡예를 비롯한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관객 모두 음악과 조명에 몸을 맡긴 채 손을 들고 발을 구르며 한바탕 '노는' 공연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에 맞춰 70분 동안 춤추고 소리를 지르면 몸은 땀 범벅이 된다.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이 처음 맞닥뜨리는 건 마치 커다란 창고처럼 텅 빈 공간이다.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좌석도 없어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관람해야 한다. 대신 벽, 천장 등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등장한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운다. 강렬한 리듬의 음악이 공연장을 채우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찔하고 과격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배우들은 와이어에 90도로 매달려

    2023.11.20 15:07
  • 김지원 대표 "K뮤지컬 제작능력 세계적…車·반도체 같은 효자상품 될 것"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의 유명 뮤지컬이 한국을 찾을 때 오리지널 공연팀이 직접 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제작사부터 배우, 스태프까지 투어만을 위한 공연팀을 따로 꾸리는 게 일반적이다. 값비싸게 들여온 일부 내한 공연의 수준이 관객의 기대를 미처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내한 공연의 제작 관행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곳이 있다. 국내 주요 공연기획사 중 하나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아시아 투어권을 확보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영어로 공연할 수 있는 독점권을 따놓은 것. 김지원 EMK엔터테인먼트 대표(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사진)를 서울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인기 뮤지컬이다. 수녀원에 숨어든 한 무명 가수가 성가대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골드버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 뮤지컬은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공연했다. 김 대표는 “2017년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 이 작품을 들여왔을 때 제작 과정에서 조명 하나를 추가로 다는 것도 일일이 허락을 맡아야 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그동안 길러 온 제작 능력으로 직접 공연의 수준을 높여 아시아 다른 나라에 팔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 부산에서 먼저 개막한 이 공연을 준비하기까지 꼬박 3년의 시간을 들였다. 김 대표는 미국에 건너가 배우와 스태프 등을 직접 캐스팅하고 꾸렸다. 주인공 돌로리스 역엔 지난해 미

    2023.11.16 18:14
  • OTT 구독료 소득공제…1조 K콘텐츠 펀드도 조성

    이르면 2025년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한 펀드도 1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14일 발표했다. 전략 방안에 따르면 OTT 구독료는 문화비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된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연간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책이나 공연티켓, 박물관·미술관 입장권, 신문 구독권 등을 구매할 경우 구매비에 대해 연간 100만원까지 소득세 적용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지난 7월부터는 영화티켓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이르면 2025년부터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TT 소득공제는 국민의 문화생활 지원과 더불어 국내 토종 OTT 플랫폼 지원책이라는 성격도 담겨 있다는 게 문화계의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OTT 사업자가 신청해야 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소득공제가 이뤄지면 구독자 수나 매출 규모 등이 모두 공개될 수 있어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소득공제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경영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데다 OTT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출혈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플랫폼에 밀린 국내 OTT 플랫폼은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에만 각각 1213억원, 1192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 장관은 “국내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공제가 도입되면 확실한 혜택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내년에 6000억원, 2028

    2023.11.14 18:21
  • ‘OTT 구독료’도 소득공제…"토종 OTT 플랫폼 살려야"

    이르면 2025년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한 펀드도 1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14일 발표했다. 전략 방안에 따르면 OTT 구독료는 문화비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된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연간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책이나 공연티켓, 박물관·미술관 입장권, 신문 구독권 등을 구매할 경우 구매비에 대해 연간 100만원까지 소득세 적용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지난 7월부터는 영화티켓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이르면 내후년부터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TT 소득공제는 국민들의 문화 생활 지원과 더불어 국내 토종 OTT 플랫폼 지원책이라는 성격도 담겨있다는 게 문화계의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OTT 사업자가 신청을 해야 하는 탓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과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소득공제가 이뤄질 경우 구독자 수나 매출 규모 등이 모두 공개될 수 있어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소득공제 신청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부분의 경영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데다 OTT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출혈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플랫폼에 밀린 국내 OTT 플랫폼들은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에만 각각 1213억원, 1192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 장관은 “국내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공제가 도입되면 확실한 혜택이 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2023.11.14 16:30
  • 이자람이 읊는 '이순신의 꿈'…양날의 검이 된 강력한 존재감

    이순신이 이자람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예술단이 올해 신작으로 내놓은 ‘순신’(사진)은 충무공 이순신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이순신이 써 내려간 ‘난중일기’에는 40여 개의 꿈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의 꿈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 편집해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렸다. 이 작품의 장르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이 결합된 이른바 ‘총체극’(여러 장르의 예술이 결합된 극)에 가깝다. 개막 전부터 이지나 연출가, 김문정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뮤지컬계 ‘드림팀’ 창작진이 모인 것으로 화제가 됐다. 무용수 형남희가 주인공 순신 역을 맡아 시각적·신체적으로 이순신의 고뇌를 표현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전반적인 서사 진행을 담당하고, 무인 역을 맡은 배우 이자람이 중간중간 판소리로 상황을 묘사한다. 판소리로 묘사하는 한산·명량·노량 등 해전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다. 이자람이 직접 작창을 맡았다. 한산대첩은 마치 ‘적벽가’를 연상케 하는 전통적인 판소리로, 명량해전은 장단의 변화로 해류를 이용한 해전을 표현했다. 이순신이 전사하는 노량해전은 정가(전통 성악곡의 한 장르)로 표현했다. 여기에 타악 연주와 피아노 반주, 무용수의 극적인 안무와 추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조명 및 영상 효과 등이 더해져 관객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해전 장면이 완성된다. ‘보는 전쟁’이 아니라 ‘듣는 전쟁’이 휘몰아치면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만 이자람의 강한 존재감은 이 공연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자람의 존재감은 너무 묵직한 반면 나머지 뮤지컬 배

    2023.11.13 19:43
  • 유인촌 문체부 장관 "지방 공연 적극 지원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내 무용계 주요 인사를 만나 국립 공연장 대관료 인하 등 무용계 현안을 논의했다. 유 장관은 13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을 비롯해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등 각 분야 무용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공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연과 축제들이 지방으로 간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조만간 지역 문화예술회관장 등을 만나 소통할 계획이고,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르코예술극장 등 국립 공연장에 대한 대관료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무용계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국립무용원 건립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 장관은 "직접 발로 뛰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현장과의 만남 기회를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23.11.13 16:18
  • 이자람이 너무 크게 보이는 총체극… 전쟁 장면은 압권

    이순신이 이자람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예술단이 올해 신작으로 내놓은 '순신'은 충무공 이순신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이순신이 써내려간 '난중일기'에는 40여 개의 꿈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의 꿈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 편집해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렸다. 이 작품의 장르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이 결합된 이른바 '총체극'(여러 장르의 예술이 결합된 극)에 가깝다. 개막 전부터 이지나 연출가, 김문정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뮤지컬계 '드림팀' 창작진이 모인 것으로 화제가 됐다. 무용수 형남희가 주인공 순신 역을 맡아 시각적·신체적으로 이순신의 고뇌를 표현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전반적인 서사 진행을 담당하고, 무인 역을 맡은 배우 이자람이 중간 중간 판소리로 상황을 묘사한다. 판소리로 묘사하는 한산·명량·노량 등 해전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다. 이자람이 직접 작창을 맡았다. 한산대첩은 마치 '적벽가'를 연상케 하는 전통적인 판소리로, 명량해전은 장단의 변화로 해류를 이용한 해전을 표현했다. 이순신이 전사하는 노량해전은 정가(전통 성악곡의 한 장르)로 표현했다. 여기에 타악 연주와 피아노 반주, 무용수의 극적인 안무와 추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조명 및 영상 효과 등이 더해져 관객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해전 장면이 완성된다. '보는 전쟁'이 아닌 '듣는 전쟁'이 휘몰아치면서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만 이자람의 강한 존재감은 이 공연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자람의 존재감은 너무 묵직한 반면 나머지 뮤지컬 배우들의 존재감은 너무 가볍

    2023.11.13 14:58
  • [이 아침의 작가] 소설·희곡 넘나들며 집필…5개 국어 구사한 엘리트

    김명순은 국내 최초의 등단 여성 작가다. 192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여성 문인 중 한 명이다. 1896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서울 진명여학교를 졸업했다. 1917년 월간지 ‘청춘’의 현상 소설에 응모한 단편소설 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명순은 평양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교육까지 받은 ‘엘리트 여성’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으며, 5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신보 기자로도 활동했다. 당대 신여성의 의식구조를 대변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소설 등 여성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을 남겼다. 등단작인 는 전통적인 남녀 관계에서 결혼으로 발생하는 비극적인 여성의 최후를 그린 작품이다. 희곡도 썼다. 과 등이다. 은 1923년 썼는데, 올해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의붓자식’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막하기도 했다. 김명순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기생 출신 첩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차별을 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23.11.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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