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을 이 같은 시 구절로 시작했다. 1979년 여덟 살의 한강이 쓴 시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에 담긴 유년 시절 일기장 사이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고 한다.한강은 “일기장과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년시절 일기장에서 시 발견한강은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사랑’을 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다”고 말했다.한강은 “1979년 4월의 아이는 사랑이 ‘나의 심장’이란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썼고,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선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생생한 감각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을 이같은 시 구절로 시작했다. 1979년 여덟 살의 한강이 쓴 시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에 담긴 유년 시절 일기장 사이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고 한다. 한강은 "일기장과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사랑'을 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1979년 4월의 아이는 사랑은 '나의 심장'이란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썼고,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선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며 "언어가
제임스 리가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흑인 여성 의류업체 애슐리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왔을 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원래 그의 역할은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 자산을 적절히 팔아치우는 일이었지만 침몰하는 회사를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제임스는 3년 만에 2000만달러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6개월로 예상했던 CEO 임기는 7년 동안 이어졌다.제임스는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 하버드대와 같은 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회사 등에서 일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그가 망해가는 흑인 여성 의류업체의 경영을 맡아 회사의 체질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성공한 과정이 자서전 <레드 헬리콥터>에 담겨 있다. 레드 헬리콥터는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 가운데 하나다.애슐리스튜어트에 가자마자 제임스는 사장실을 없애고 미국 전역의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무실엔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낮은 칸막이를 뒀다. 그 옆에 놓은 저렴한 합판 소재의 작은 타원형 탁자가 임원 회의실이었다. 제임스는 낡은 닛산 세단을 타고 매일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와 그 주변 매장을 방문했다.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등의 매장도 돌았다.매장에서 제임스는 애슐리스튜어트가 가진 무형자산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다정함’. 애슐리스튜어트 매장은 지역 사회 흑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점장들은 대개 그들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었는데, 그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을 소비자가 아니라 친구로 대했다. 많은 고객이 꼭 쇼핑하지 않아도 1주일에 두세 번씩 매장
인기 영화 ‘청설’의 각본집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12월 첫째 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청설’의 각본이 담긴 <청설 각본집>이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오는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앞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코미디언 겸 작가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는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으로 다시 출간돼 5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우울과 자기혐오가 만연한 시대, 어쩌면 요즘 사회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싫어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는 저작 <수치심 버리기 연습>에서 ‘체제적 수치심’이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수치심은 인류 진보 전체에 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오염을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지 않는 개인 탓으로 돌리면 기업들이 끼치는 막대한 환경 피해, 대중을 속이는 그린워싱 등 사회와 정부의 책임이 어느새 옅어진다.1920년대 역사상 최초로 자동차가 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운전면허가 도입되기 전 미숙한 운전자가 도로에 쏟아져 나와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한 비판이 날로 높아지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무단횡단’이란 신조어를 내놨다.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자동차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결과다. 그들은 로비를 통해 무단횡단을 처벌 가능한 범죄로 규정하고 체제의 부재로 부상 또는 사망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교통조례를 제안했다.체제적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태도를 남에게 똑같이 들이대려 하기에 더 무섭다. 저자는 우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자기 혐오와 무력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신연수 기자
제임스 리가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흑인 여성 의류업체 애슐리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왔을 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원래 그의 역할은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 자산을 적절히 팔아치우는 일이었지만 침몰하는 회사를 살려내보기로 결심했다. 제임스 리는 3년만에 2000만 달러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6개월로 예상했던 CEO 임기는 7년 동안 이어졌다. 제임스는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 하버드대와 같은 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회사 등에서 일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그가, 망해가는 흑인 여성 의류업체의 경영을 맡아 회사의 체질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성공한 과정이 자서전 <레드 헬리콥터>에 담겨 있다. 레드 헬리콥터는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 가운데 하나다. 애슐리스튜어트에 가자마자 제임스는 사장실을 없애고 미국 전역의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무실엔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낮은 칸막이를 뒀다. 그 옆에 놓은 저렴한 합판 소재의 작은 타원형 탁자가 임원 회의실이었다. 제임스는 낡은 닛산 세단을 타고 매일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와 그 주변 매장들을 방문했다.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등의 매장도 돌았다. 매장에서 제임스는 애슐리스튜어트가 가진 무형자산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다정함'. 애슐리스튜어트 매장은 지역 사회 흑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점장들은 대개 그들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었는데, 그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을 소비자가 아닌 친구로 대했다. 많은 고객이 꼭 쇼핑하지 않아도 일주
우울과 자기 혐오가 만연한 시대, 어쩌면 요즘 사회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스스로를 싫어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는 저작 <수치심 버리기 연습>에서 '체제적 수치심'이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체제적 수치심은 사회적 모순에서 비롯된 부정적 결과가 개인의 책임과 잘못으로 떠넘겨짐으로써 발생하는 부끄러운 감정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전부 그의 탓이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노력 뿐이라고 믿는 신념과도 통한다. 수치심은 인류 진보 전체에 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오염을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지 않는 개인 탓으로 돌리면, 기업들이 끼치는 막대한 환경 피해와 대중을 속이는 그린워싱 등 사회와 정부, 기업의 책임이 어느새 옅어진다. 빈곤을 낳는 사회적 구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 등 다른 사회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책은 사회적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체제적 수치심을 부추겨 우리를 길들여왔는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사례들을 소개한다. 1920년대 역사상 최초로 자동차가 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운전면허가 도입되기 전 미숙한 운전자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오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늘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무단횡단'이란 신조어를 발명했다.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자동차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결과다. 그들은 로비를 통해 무단횡단을 처벌 가능한 범죄로 규정하고 체제의 부재로 부상 또는 사망하는 개인들에
“30대 청년 시절의 다산 정약용은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돌격대장에 다혈질이었습니다.”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일기 4권을 최초로 완역해 <다산의 일기장>을 출간한 정민 한양대 교수(사진)는 3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산’ 전문가다. 2006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다산 연구에 천착해 왔다.이 책에 실린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등은 다산이 서른세 살을 맞은 1795년 천주교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충청도로 좌천된 뒤 상경과 낙향을 반복한 2년 동안 쓴 일기다. 모두 다산의 문집엔 빠져 있다.이 일기는 1974년 처음 세상에 공개됐으나 5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산은 물론 조선 후기 사회와 천주교 전파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해석이 쉽지 않아서다. 정 교수는 “일기 내용은 표면적으로 보면 어디를 갔다거나 누구와 만났다는 등 무미건조한 사실이 나열됐을 뿐”이라며 “대부분 ‘자기 검열’을 거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간을 파악하기 위해 다산이 주고받은 편지와 시문, 왕실 기록과 각종 상소문, 족보 등을 샅샅이 뒤져 퍼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조선 후기 유학과 서학 사이에서 흔들린 젊은 다산의 솔직한 모습이 담겨 있다. 다산은 초기 천주교회 신부였으나 천주교 문제로 좌천당한 이후 자신의 알리바이를 마련하기 위해 천주교 지도자 검거에 앞장서기까지 했다. 정 교수는 “다산의 모순적인 면모는 당시 시대가 품은 모순과 다르지 않다&
"30대 청년 시절의 다산 정약용은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돌격대장에 다혈질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일기 4권을 최초로 완역해 <다산의 일기장>을 출간한 정민 한양대 교수(사진)는 3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산' 전문가다. 2006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다산 연구에 천착해 왔다. 이 책에 실린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등은 다산이 서른세 살을 맞은 1795년 천주교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충청도로 좌천된 후 상경과 낙향을 반복한 2년 동안 쓴 일기다. 모두 다산의 문집엔 빠져 있다. 이 일기는 1974년 처음 세상에 공개됐으나 5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산은 물론 조선 후기 사회와 천주교 전파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해석이 쉽지 않아서다. 정 교수는 "일기 내용은 표면적으로 보면 어디를 갔다거나 누구와 만났다는 등 무미건조한 사실이 나열됐을 뿐"이라며 "대부분 '자기 검열'을 거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간을 파악하기 위해 다산이 주고받은 편지와 시문, 왕실 기록과 각종 상소문, 족보 등을 샅샅이 뒤져 퍼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조선 후기 유학과 서학 사이에서 흔들린 젊은 다산의 솔직한 모습이 담겨 있다. 다산은 초기 천주교회 신부였으나 천주교 문제로 좌천당한 이후 자신의 알리바이를 마련하기 위해 천주교 지도자 검거에 앞장서기까지 했다. 정 교수는 "다산의 모순적인 면모는 당시 시대가 품었던 모순과
올해 출판계는 한강 열풍이 휩쓸었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필사책’과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단숨에 점령했다.2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사진)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올해 베스트셀러 톱10의 절반이 한강 작품이다. 한강 작가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배 늘었다. 예스24 관계자는 “한강 신드롬이 워낙 강력해 서점가 전체가 활기를 찾았다”며 “한강 책을 제외한 문학 분야 판매량도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고 말했다.올해는 필사책도 인기를 끌었다.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 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4위를 기록했다. 필사 관련 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홉 번째로 많이 팔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올해 출간된 쇼펜하우어 관련 책은 총 51권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초역 부처의 말>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다룬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등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신연수 기자
'한강 열풍'이 올해 출판계를 달궈온 '필사책'과 '쇼펜하우어' 유행을 단번에 휩쓸어버렸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두달 동안 한강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소년이 온다>가 올해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나타났다. 2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1월1일~11월30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절반이 한강의 책이다. 한강 작가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한강 책을 제외한 문학 분야 판매량도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한강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도서 구매로도 이어지며 오랜만에 서점가가 활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필사 책도 인기를 끌었다.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4위를 기록했다. 한강 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다. 문해력 부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필사 관련 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홉 번째로 많이 팔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쇼펜하우어 관련해 올해 출간된 책은 총 51권에 달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초역 부처의 말>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다룬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
80만 명. 국내 무속인 수는 2000년대 초반 20만 명에서 올해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심리학자인 한민이 쓴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현대인이 여전히 신을 찾고 주술적 관습에 현혹되는 이유를 분석한다.한국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의지하려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궁금해 점집을 찾는다. 무속인의 조언은 두루뭉술하다. “언제쯤 무슨 운이 들어오니 어떤 종류의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무속인의 말을 대입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제감을 얻는다. 굿과 부적의 효과는 무당의 힘이 아니라 플라시보 효과와 자기실현적 예언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저자는 한국 기독교의 빠른 성장에서도 무속신앙의 관념과 영향을 발견한다. 신의 아들인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토속 신앙과 닮았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무당의 역할이 성직자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는다.미래에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관계없이 의지할 곳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종교의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 사람들의 우울과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 그 근거다. 저자는 앞으로 한국 종교의 모습은 한국인의 우울과 불안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형태로 발달할 것이라고 말한다.신연수 기자
지난 28일 부산 벡스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이곳에 수십여 명의 어른이 장사진을 쳤다. 어린이 책 잔치에 성인 독자가 몰려든 이유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차호윤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성인 팬이 아이들과 같은 줄에서 설레는 표정으로 그림책을 들고 사인을 기다렸다.사인회의 주인공은 그림책 분야의 ‘월드 스타’ 작가 두 명이다. 이수지 작가(왼쪽)는 2022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볼로냐 라가치상, 뉴욕타임스 그림책상 등을 받았다. 차호윤 작가(오른쪽)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칼데콧 명예상을 지난 1월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신선하고 매력적인 주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렬한 그림을 앞세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어른들까지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이 작가는 그림책이 세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상상력에서 찾았다. 그가 만드는 그림책엔 글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가는 “그림책은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해준다”며 “독자가 직접 글이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면서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이 작가는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선 오로지 검은색만 사용해 책을 완성했고, <이 작은 책을 펼쳐봐>에선 책장을 펼칠 때마다 마치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점점 더 작은 책이 나온다.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에서 영감을 받은 <춤을
신간 에세이가 인기를 끌었다. 11월 넷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일상·육아 분야 유튜버 유혜주·조정연 부부가 펴낸 에세이 <우리는 사랑 안에 살고 있다>가 출간과 동시에 2위에 올랐다. 전체 구매자 중 2030세대가 7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소개하는 잡지 ‘매거진B’의 발행인 조수용의 에세이 <일의 감각>은 종합 10위에 올랐다.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새로운 시대를 분석한 <트럼프 2.0 시대>는 5위다.신연수 기자
지난 28일 부산 벡스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이곳에 수십여명의 어른들이 장사진을 쳤다. 어린이들 책잔치에 성인 독자들이 몰려든 이유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차호윤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성인 팬들이 아이들과 같은 줄에서 설레는 표정으로 그림책을 들고 사인을 기다렸다. 사인회의 주인공은 그림책 분야의 ‘월드 스타’ 작가 두 명이다. 이수지는 2022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볼로냐 라가치상, 뉴욕타임스 그림책상 등을 받았다. 차호윤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칼데콧 명예상을 한국인 최초로 지난 1월 수상했다. 신선하고 매력적인 주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렬한 그림을 앞세운 한국의 작가들의 작품이 어른들까지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이 세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상상력에서 찾았다. 이 작가가 만드는 그림책엔 글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림책은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해준다”며 “독자가 직접 글이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면서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선 오로지 검은색만 사용해 책을 완성했고, <이 작은 책을 펼쳐봐>에선 책장을 펼칠 때마다 마치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점점 더 작은 책들이 나온다.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에서 영감을
올해 국내 출판계가 맞닥뜨린 건 '위기'일까, '기회'일까. 성인 종합독서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주요 출판사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신작 소설보다 오래 전 출간된 소설이나 재개정판 위주로 채워졌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10월 한강 작가가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다. 출판계에선 '한강 신드롬'이 과연 국내 문학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향후 출판 시장 분위기를 엿보는 힌트가 될 수 있도록 올해 출판 시장 키워드 몇가지를 정리했다. 10년 전 책까지 줄줄이 '역주행'올해 출판 시장 키워드 중 하나는 '역주행'이다. 오래 전 출간된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출판계에서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도는 이유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설 부문 상위 30권 중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은 11권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6권, 2022년 상반기 4권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출판계에선 신간 베스트셀러가 드문 데다 젊은 층의 레트로 선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 절판된지 한참 후 다시 펴낸 재개정판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하반기엔 출판사들의 재개정판 출간 활동이 늘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역주행 사례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이다. 1998년 발표된 이 책은 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2000년까지 꾸준히 순위권에 오른 바 있다. 그러다 최근 다시금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여성 독자층에게 인기가 많다. 2015년 출간된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은 발간 직후엔 그다지 주목
"'정년이'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고생 많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정년이'의 원작 웹툰을 만든 서이레 작가(32·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서 작가는 웹툰 작가지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 웹툰 기획과 스토리를 담당하는 글 작가라서다. 그는 "'정년이'는 내게 '계속 이런 이야기를 써도 괜찮다'라며 등을 두드려준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첫 산문집 <미안해 널 미워해>를 낸 서 작가를 27일 서울 중림동에서 만났다.드라마 속 퀴어 로맨스 삭제는 아쉬워1950년대 열성 팬을 몰고 다닌 여성 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는 서 작가가 글을 쓰고 나몬 그림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2019년부터 4년간 연재됐다. 국극 배우가 되고 싶은 목포 소녀 정년이와 국극 단원들의 성장기, 사랑 등이 담겼다. 웹툰 연재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끈 이 작품은 부천만화대상과 웹툰 최초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 등을 받았다. 지난해 3월 국립창극단에 의해 창극으로 만들어져 전 좌석을 매진시켰고, 최근 배우 김태리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서 작가는 학부 시절 현대문학사 수업에서 우연히 여성국극에 대한 논문을 읽고 '정년이'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자료가 많지 않아 전국 곳곳의 도서관을 뒤지고 일본 다카라즈카 극단(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의 가극단) 공연까지 직접 보러 가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년이'를 처음 기획하고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을 거라 생각한 이는 드물었다. 서 작가 본인
80만명. 국내 무속인 수는 2000년대 초반 20만명에서 올해 네 배 가까이 늘었다. 과학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지만 여전히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을 때 무당을 찾는 사람이 많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왜 초자연적인 존재를 숭배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일까. 신과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민 문화심리학자가 쓴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현대인이 여전히 신을 찾고 주술적 관습에 현혹되는 이유를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한국인의 문화와 심성이 종교와 만나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모해왔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국교가 지정돼 있지 않고 종교가 다양한 우리나라에선 무종교인의 비율이 63%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인을 두고 "특정 종교는 없지만 몹시 종교적인 민족"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입소스가 26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신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종교적 행태와 영적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속 신앙이나 운세 보기 같은 영적 활동이 일상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의지하려는 한국인의 마음 속엔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미래가 궁금해서 점집을 찾는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가는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은 알려줄 수 있지만, 미래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무속인이 이야기해주는 대로 하면 보장된 미래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이유는 통제감 때문이다.무속인들은 정확한 미래를 알려주지 않는다
‘한강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1월 셋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한강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5위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분석한 <트럼프 2.0 시대>는 지난주에 이어 4위를 유지했다. 숨은 어휘력 개발을 돕는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6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치약이 나왔을 때 처음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무 맛이 없어서 치약을 묻혀 닦아도 물만 적신 칫솔로 닦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입안 가득 시원한 향이 퍼지는 민트 맛 치약이 처음 나왔다. 민트 맛은 세정력과 관계가 없지만, 시원한 향은 사람들에게 치아가 더 깨끗해진 느낌을 줬다. 이는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습관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일본의 한 광고대행사가 쓴 <본능 스위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장점을 극적으로 느끼게 하고, 자꾸만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히트 상품의 비결을 파헤친다. 책은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히트 상품의 요소를 이른바 ‘본능 스위치’라고 부른다.맥주잔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하이볼잔은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다. 1970년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저조한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이볼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원래 하이볼잔은 날씬한 유리잔이었지만, 산토리는 맥주 대신 하이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맥주잔과 유사한 하이볼 전용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외친 뒤 꿀꺽꿀꺽 마시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숨겨진 요소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소비자의 본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존의 브랜드·마케팅 책과 차별화된다.신연수 기자
시대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기꾼이 있다. 1950년대 박인수는 해군 헌병 대위를 사칭하고 70명 넘는 여성과 교제하다가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돼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장영자는 1982년 대통령과 친척 관계라며 기업들을 속여 총 7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최근엔 재벌 3세를 사칭해 수십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전청조도 있다. 우리나라 범죄 네 건 중 한 건을 차지하는 사기. 사람들은 왜 반복되는 사기에 계속해서 속을까.쑨중싱 대만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는 대만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 강의 중 하나였던 ‘사기의 사회학’을 바탕으로 쓰였다. 사기를 치는 사람과 속아 넘어가는 사람, 이들을 둘러싼 사회를 사회학, 심리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사기는 거짓말과 다르다. 사기는 속이는 행위 자체로 정의되지 않고 그 행동에 담긴 의도와 상황, 결과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소설로 허구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와 손기술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마술사를 사기꾼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사기당하는 사람이 끝까지 속아도 사기라고 하기 어렵다. 속은 사람이 ‘진짜 현실’로 돌아와 자신이 ‘사기 현실’에 처해 있었다는 걸 깨달을 때야 사기 사건이 성립한다. 거짓말로 결과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없어도 사기라고 하기 모호하다.사기는 믿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람들은 믿기 때문에 사기를 당한다. 사기꾼을 믿게 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매력을 갖춘 이는 일단 경계심과 의심을 거두게 한다.상업광고에서 미남 미녀를 모델로 내세우는 이유도 비슷하다. 혈연관
“여성들이여! 그대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보부아르 덕택이다!”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망한 1986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자유주의 페미니즘 옹호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시사 주간지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보부아르는 저서 <제2의 성>을 통해 전통 사회에서 만들어진 모성과 여성성을 과감하게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김복래 안동대 교수가 쓴 <급진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의 상징과 같은 보부아르를 과도하게 우상화하는 태도에 반기를 든다.저자는 보부아르가 개인적으로 방탕한 삶을 살았다고 지적한다. 보부아르는 “미성년자를 방탕의 길로 선동했다”는 죄질로 고소돼 교직을 박탈당했다. 보부아르에 대한 비판은 급진적 페미니즘 비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급진적 좌파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의 괴물과 싸우는 동안 또 다른 괴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여성 운동이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윤리적 기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미래의 페미니즘이 여성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도 여성 직업 대부분이 전통적 여성 역할의 연장선에 있는 현실에서 성역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으로 여성 권리 증진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란 설명이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리와 해방이란 근본적인 문제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페미니즘이 동병상련의 여성 연대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보부아르의 삶과 철학, 그를 둘러싼 논쟁거리를 어렵지 않게 풀어
각 시대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기꾼이 있다. 1950년대 박인수는 해군 헌병 대위를 사칭하고 70명이 넘는 여성과 교제하다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돼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장영자는 1982년 대통령과 친척 관계라며 기업들을 속여 총 7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최근엔 재벌 3세를 사칭해 수십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전청조도 있다. 우리나라 범죄 네 건 중 한 건을 차지하는 사기. 사람들은 왜 반복되는 사기에 계속해서 속을까. 쑨중싱 대만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는 대만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 강의 중 하나였던 '사기의 사회학'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사기를 치는 사람과 속아 넘어가는 사람, 이들을 둘러싼 사회를 사회학·심리학·철학·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사기는 거짓말과 다르다. 사기는 속이는 행위 자체로 정의되지 않고, 그 행동에 담긴 의도와 상황, 결과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소설로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나 손기술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마술사를 사기꾼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사기 당하는 사람이 끝까지 속아도 사기라고 하기 어렵다. 속은 사람이 '진짜 현실'로 돌아와 본인이 '사기 현실'에 처해 있었단 걸 깨달을 때야 사기 사건이 성립한다. 거짓말로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없어도 사기라고 하기 애매하다. 사기는 믿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람들은 믿기 때문에 사기를 당한다. 사기꾼을 믿게 만드는 요소는 다양하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매력을 가진 이는 일단 경계심과 의심을 거두게 만든다.상업광고에서 미남미녀를
"세상의 여성들이여! 그대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보부아르 덕택이다!"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망한 1986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옹호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시사 주간지에 이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페미니즘은 보부아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보부아르는 페미니스트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저서 <제2의 성>을 통해 전통 사회에서 만들어진 모성과 여성성을 과감하게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생전에 페미니즘 관련 사회운동과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김복래 안동대 교수가 쓴 <급진적 페미니즘>은 바댕테르를 비롯해 보부아르를 과도하게 우상화하는 태도에 반기를 든다. 이 책은 보부아르를 바라보는 신화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의 삶과 사상을 추적해 나간다.저자는 보부아르가 개인적으로 방탕한 삶을 살았다고 지적한다. 양성애자였던 그는 생전에 자신의 학생들과 동성애 관계를 맺었다. 보부아르가 만난 상대는 계약결혼을 맺은 사르트르의 문하생부터 미국 작가, 기록영화 감독 등 저명인사, 자신의 여제자들까지 다양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방탕의 길로 선동했다"는 죄질로 고소돼 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보부아르에 대한 비판은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급진적 좌파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의 괴물과 싸우는 동안 또 다른 괴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여성 운동이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윤리적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여성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
치약이 나왔을 때 처음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무 맛이 없어서 치약을 묻혀 닦아도 물만 적신 칫솔로 닦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입안 가득 시원한 향이 퍼지는 민트 맛 치약이 처음 나왔다. 민트 맛은 세정력과 관계가 없지만, 시원한 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아가 더 깨끗해진 느낌을 줬다. 이는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습관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일본의 한 광고대행사가 쓴 <본능 스위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장점을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자꾸만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히트 상품의 비결을 파헤친다. 책은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히트 상품의 요소를 이른바 '본능 스위치'라고 부른다.민트맛 치약과 유사한 본능 스위치는 땀 닦이 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땀 닦이 시트는 끈적한 피부를 청결하게 만드는 게 기본 기능이다. 제조사 측은 여기에 순간적인 냉각 효과를 더했는데, 이는 시원한 느낌으로 제품이 주는 청결한 느낌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맥주잔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하이볼잔은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다. 1970년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저조한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이볼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원래 하이볼잔은 날씬한 유리잔이었지만, 산토리는 맥주 대신 하이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맥주잔과 유사한 하이볼 전용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위친 뒤 꿀꺽꿀꺽 마시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무인양품에서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이 CD 플레이어는 일본 주택의 환풍기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환풍
국내 최초 아동 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 개막한다.19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지난 6월 흥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주를 이뤄 아동 도서 출판사와 작가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도서전은 국내 아동도서를 일반 독자와 해외 출판인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출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도서전에는 총 16개국에서 193개(국내 136개·해외 57개)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올해 칼데콧상 명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총 118명의 작가 및 연사가 도서전을 찾는다.올해 도서전 주제는 ‘라퓨타’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한 곳으로,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다. 주일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집행위원장은 “원작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라퓨타를 과학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후대 작가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며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도서전에선 400권의 책으로 이뤄진 도서 전시도 열린다. 라퓨타 주제에 맞춰 어린이가 자유롭게 책을 읽고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이번 도서전에 전시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지은 아동문학평론
국내 최초 아동 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 개막한다. 19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지난 6월 흥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주를 이뤄 아동 도서 출판사나 작가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도서전은 국내 아동도서를 일반 독자와 해외 출판인들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출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도서전에는 총 16개국에서 193개(국내 136개·해외 57개)의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올해 칼데콧상 명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총 118명의 작가 및 연사가 도서전을 찾는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라퓨타'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한 곳으로,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다. 주일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집행위원장은 "원작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라퓨타를 과학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등 후대 작가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 중 하나인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은 관람객으로 아동을 받지 않는다. 출판 관계자나 작가 등이 참여해 주로 저작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
‘한강 열풍’ 속 신간 도서가 약진했다. 11월 둘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새로운 시대를 분석한 <트럼프 2.0 시대>가 전주 대비 세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내년 소비 경향을 주도할 키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5>는 7위다. <사피엔스> 등 글로벌 베스트셀러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넥서스>는 10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고대의 어느 랍비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서른에 힘의 정점에 도달한다. 마흔이 되면 지혜를 얻고, 쉰엔 조언을 줄 수 있게 된다. 예순과 칠순엔 각각 노년과 만년에 도달한다.”헨리 올리버가 쓴 <세컨드 액트(Second Act)>는 말년의 잠재력을 탐구한 책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늦게 성공한 사람들, 세상의 늦깎이를 응원하고 찬양한다.인생 후반기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가 실렸다. 워싱턴포스트를 세계적인 신문으로 키운 캐서린 그레이엄은 40대 중반에 경영을 시작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말년에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대표작을 남겼다. 50대에 캘리포니아의 작은 햄버거 가게를 세계적인 브랜드 맥도날드로 성장시킨 레이 크록도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게으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대부분 오랜 기간 공부와 실험을 거쳤다.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인생 후반기에 꽃이 만개할 수 있었다.책은 노화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등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인지 능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됐다고 말한다. 우리가 노년기의 지혜와 경험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취란 단순히 정신 능력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적응하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인생의 궤적은 예측하기 어렵다. 우연한 만남이나 운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인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삶의 공간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심리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엔 사람보다 나은 개의 이야기가 모여 있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선조들이 남긴 개에 관한 이야기 31편을 모았다. 사람을 사랑한 개, 개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우리 조상은 개를 통해 인간을 꾸짖는 교훈적인 글을 많이 썼다. 주인을 화재에서 구하고 죽은 개, 다른 개의 새끼에게 젖을 나눠 먹이는 개, 불심이 있어 몸에서 사리가 나온 개 이야기 등이다.개를 정성 들여 키우는 방법을 기록한 글도 있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구변증설’에서 개 키우는 여러 방법을 소개했다. 개가 여위면 미꾸라지 한두 마리를 먹여주면 된다. 생흑임자를 개 발에 바르고 비단으로 싸주면 천 리를 갈 수 있고, 개에 파리가 붙을 땐 향유를 두루 발라주면 된다. 오늘날 개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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