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이들은 식물이며 동물을 초정밀 사진처럼 담아냈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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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이들은 식물이며 동물을 초정밀 사진처럼 담아냈다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14945.1.jpg)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출신의 토니 라이스가 쓴 <자연을 찾아서>는 17~20세기 자연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열 번의 탐험과, 그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50만 점의 미술 컬렉션과 100만 권의 장서 중 엄선한 희귀 자료를 독점적으로 실었다.
책은 지금의 대영박물관을 있게 한 한스 슬론의 자메이카 여행부터 진화론의 배경이 된 다윈의 비글호 탐사, 해양학을 탄생시킨 최대의 과학 탐사 챌린저호 항해까지 자연과학의 분수령이 된 탐험들을 다룬다. 잘 알려진 과학자나 탐험가의 덜 알려진 일화부터, 그 과정에 동참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분투기 등을 일목요연한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준다.
이중 하나가 자연사 화가들이다. 그들은 자연을 단지 아름답게 그려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발견에 기여했다. 1699년 수리남을 찾아 나비의 변태 과정과 유충 및 성충의 먹이 식물을 그린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나 네덜란드 화가 파울 헤르만, 피터르 드 베베러 등이 없었다면 식물학의 대가 린네는 식물지를 완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옛날 이들은 식물이며 동물을 초정밀 사진처럼 담아냈다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14917.1.jpg)
오늘날엔 전자현미경 등이 발달해 더이상 자연 연구에 그림이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사진과 영상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지금도 그림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표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과와 달리, 화가는 그런 상황에서도 종이 위에서 조각조각을 결합해 완벽한 표본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창조성이야말로 자연사 미술의 힘이라고 말한다.
방대한 그림 자료는 이 책을 읽는 데 큰 줄거움을 준다. 역사적 탐험에서 탄생한 화려한 예술작품과 오늘날까지 생물학과 분류학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기준표본 등도 수록돼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자료 중 기존에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도 볼 수 있다. 함께 실린 상세한 설명을 따라가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사박물관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