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디테일과 호러 문법의 진화 … 한국 장르영화의 새 신호탄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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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리뷰
좀비가 가고, 무덤이 왔다. <부산행> (연상호, 2016) 을 한국 장르영화의 지평을 넓힌 터닝 포인트라고 한다면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부산행>이 주도했던 좀비 열풍을 완전히 대체할 만 새로운 트렌드, 풍수와 샤머니즘을 테마로 한다.
<파묘>는 젊은 무당 화림 (김고은)이 미국 LA 의 한 한인 가정으로 출장을 가면서 전개된다. 화림과 그녀의 조력자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거액의 수수료에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사람이 묻혀서는 안 되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에서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화림의 굿과 함께 파묘가 시작된다.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의 전작들에서 역시 오컬트(Occult·초자연적 현상) 장르, 혹은 퇴마와 종교, 그리고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토속 신앙과 개신교, 카톨리시즘을 테마로 하는 만큼 그의 작품은 엄청난 시간과 깊이의 리서치를 거친 것이 분명한 설정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적어도 기록적인 디테일 면에서 장재현은 절대로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번 작품 <파묘> 에서 역시 장재현 감독의 장기이자 집요함이 드러난다. 영화 초반에 일어나는 파묘 의식과 화림의 굿은 마치 실제 일어나는 굿의 기록 영상을 보는 듯 섬뜩하고 사실적이다. 이에 <만신> (박찬경, 2013) 에서나 볼 법한 환타지스러운 매혹적임까지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초반부터 엄청난 저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파묘가 진행되고 나서부터, 그리고 상덕이 이 이상한 묘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파묘 이후, 가족으로부터 간신히 화장 허락을 받아낸 상덕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화장터에 관을 안장하게 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새 누군가가 관을 열어버린다. 관이 열리는 순간 속세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기운이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화림과 상덕, 도현과 영근은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 악령을 다시 관으로 불러들여야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 장재현 감독의 작품은 놀라운 디테일을 특징으로 한다. 가령 무당이 읊조리는 소리와 구문, 의식의 구성, 풍수사가 파묘를 거행할 때의 순서 등 영화적 리얼리즘은 이야기의 개연성과 전개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는다. 그럼에도 영화의 동력이 디테일과 리얼리즘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중반을 넘어 드러나는 악령의 실체는 상상치도 못한 반전을 품고 드러난다.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가 한반도의 기력을 봉쇄하려고 했던 노력에서 태어나게 된 이 묘지. 그리고 그 역사의 한 복판에 있던 사람들. 이들의 역사가 바로 <파묘>의 중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후반이 일제 강점기의 조선 그리고 그 치욕의 시간에 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할애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강탈하는자들의 폭압과 저항하는 자들의 영웅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 모든 역사의 역학은 지극히 장르적인, 호러 영화의 관습과 문법, 혹은 그것의 변형과 진화를 거친 새로운 작법으로 수려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명불허전, 최민식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연기적으로) 내리막이 있었나 되짚어 보고 싶을 정도로 역시나 노련하면서도 영리한 연기를 보여준다. 장면 마다 드러나는 그의 저력은 영화 속 굿판처럼 강렬하고 영롱하다. 김고은 배우 역시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속 박정자 배우의 무당을 잇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무당으로 활약한다. 영화 속에서 박정자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최근 한국영화의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신 난적이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신 들린 듯’ 이 글을 썼다. <파묘>의 개봉이 반갑고, 새로운 한국장르영화의 걸출한 작가 감독의 활약이 반갑다. 이제 관객들의 환영을 바랄 뿐이다.
이번 작품 <파묘> 에서 역시 장재현 감독의 장기이자 집요함이 드러난다. 영화 초반에 일어나는 파묘 의식과 화림의 굿은 마치 실제 일어나는 굿의 기록 영상을 보는 듯 섬뜩하고 사실적이다. 이에 <만신> (박찬경, 2013) 에서나 볼 법한 환타지스러운 매혹적임까지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초반부터 엄청난 저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파묘가 진행되고 나서부터, 그리고 상덕이 이 이상한 묘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파묘 이후, 가족으로부터 간신히 화장 허락을 받아낸 상덕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화장터에 관을 안장하게 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새 누군가가 관을 열어버린다. 관이 열리는 순간 속세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기운이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화림과 상덕, 도현과 영근은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 악령을 다시 관으로 불러들여야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 장재현 감독의 작품은 놀라운 디테일을 특징으로 한다. 가령 무당이 읊조리는 소리와 구문, 의식의 구성, 풍수사가 파묘를 거행할 때의 순서 등 영화적 리얼리즘은 이야기의 개연성과 전개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는다. 그럼에도 영화의 동력이 디테일과 리얼리즘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중반을 넘어 드러나는 악령의 실체는 상상치도 못한 반전을 품고 드러난다.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가 한반도의 기력을 봉쇄하려고 했던 노력에서 태어나게 된 이 묘지. 그리고 그 역사의 한 복판에 있던 사람들. 이들의 역사가 바로 <파묘>의 중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후반이 일제 강점기의 조선 그리고 그 치욕의 시간에 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할애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강탈하는자들의 폭압과 저항하는 자들의 영웅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 모든 역사의 역학은 지극히 장르적인, 호러 영화의 관습과 문법, 혹은 그것의 변형과 진화를 거친 새로운 작법으로 수려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명불허전, 최민식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연기적으로) 내리막이 있었나 되짚어 보고 싶을 정도로 역시나 노련하면서도 영리한 연기를 보여준다. 장면 마다 드러나는 그의 저력은 영화 속 굿판처럼 강렬하고 영롱하다. 김고은 배우 역시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속 박정자 배우의 무당을 잇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무당으로 활약한다. 영화 속에서 박정자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최근 한국영화의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신 난적이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신 들린 듯’ 이 글을 썼다. <파묘>의 개봉이 반갑고, 새로운 한국장르영화의 걸출한 작가 감독의 활약이 반갑다. 이제 관객들의 환영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