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 져야 새순 자라"…중진 용퇴 압박하는 李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사진)가 전·현직 중진급 의원과 ‘올드보이’의 용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비명(비이재명) 축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만간 하위 20% 평가자에 대한 개별 통보까지 진행되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도 했다. 당내 중진급 의원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고 썼다. 실제 이 대표는 3선 중진인 인재근 의원과 재선 출신인 문학진 전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를 요구했다.

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은 통합 공천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당 상황이 통합 공천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측면이 있다”며 “친명(친이재명) 친문(친문재인) 가리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했다.

인 의원은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으로, 김 전 고문의 지역구였던 서울 도봉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도봉갑에는 이 대표와 가까운 김남근 변호사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 의원은 김 변호사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 전 의원도 반발했다. 자신이 도전장을 낸 지역구(경기 광주을)에 이 대표와 가까운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출마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인 친명계 김병기 의원은 계파 갈등과 관련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에 친문 인사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론하며 “자기 덩치를 키우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재영/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