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7년만에 흑자전환한 롯데쇼핑…"경쟁 열위" 꼬리표도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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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7년만에 흑자전환한 롯데쇼핑…"경쟁 열위" 꼬리표도 뗄까?
과거 ‘유통 대장주’였던 롯데쇼핑이 부활할 조짐입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데 이어, 실적 부진에서도 벗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쟁업체 대비 질적인 경쟁력이 열위로 평가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불황에 대한 대응에 앞서 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차익실현에 급락했지만…증권가 목표주가는 ‘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롯데쇼핑은 7.66% 하락한 8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한 데 따라 일부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보입니다. 연휴 직전인 8일에도 롯데쇼핑은 1.10% 하락했습니다.
[마켓PRO] 7년만에 흑자전환한 롯데쇼핑…"경쟁 열위" 꼬리표도 뗄까?
차익실현 매물로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롯데쇼핑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종목으로 형성된 테마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동안 주요 대형 유통주 중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책 추진을 밝힌 직후인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상승률은 34.56%입니다. 현대백화점(28.48%)과 이마트(25.63%)가 뒤를 이었습니다.

주가가 급등한 데 이어, 작년 4분기 호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앞다퉈 롯데쇼핑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렸습니다. 롯데쇼핑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분석 보고서가 쏟아진 지난 13일 하루만에 이 종목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기존 10만417원에서 10만9538원으로 9.08% 상향됐습니다.

“불황 대응 돋보였다” 백화점 호실적이 ‘깜짝 실적’ 주도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끌어 올린 키워드는 ‘7년만의 흑자전환’입니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1797억원으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당기순손실이 이어진 배경인 현금창출단위(CGU) 손상차손이 작년에는 큰 폭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의 적자점포 증가, 롯데하이마트 같은 자회사와 한샘 같은 투자자산의 실적 부진 등으로 지난 7년동안 다양한 형태의 손상차손을 인식해왔다”며 “올해는 가계의 내식(가정 내 식사) 수요 증가에 따른 대형마트·슈퍼마켓의 손익 개선이 지속돼 관련 손상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4분기 영업실적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7.5% 증가한 2024억원으로, 컨센서스(1739억원)를 16%가량 웃돌았습니다.

백화점의 실적 호조 덕입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명품, 남성·스포츠, 식품군 매출 증가가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백화점 3사 모두 당초 예상 대비 양호한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며 “특이한 점은 3사 모두 호실적을 견인한 품목이 달랐는데, 내수 부진의 시기에 각사가 중점을 둔 품목으로 똑똑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4분기 실적을 통해 내수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 소상공인 대비 대형 유통사들의 우월한 업황 대응 능력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켓PRO] 7년만에 흑자전환한 롯데쇼핑…"경쟁 열위" 꼬리표도 뗄까?

“흑자 행진 계속된다”…호실적 지속 자신감에 배당금 상향

올해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박은경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1년을 정점으로 10년 연속 감소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2022년부터 다시 영업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올해까지 3년 연속 이익 증가를 보여줄 수 있다면 투자자들의 관심과 긴뢰를 회복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증권가의 유통섹터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가 합쳐진 그로서리 부문을 주목합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품기획(MD) 통합에 나선 성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롯데마트와 달리, 이마트는 최근 들어서야 MD 통합 작업에 나섰습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4% 급증한 873억원으로, 10년만에 최대 흑자라고 합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코드 통합, 발주 시스템 개발, 벤더 통합 작업까지 고려하면 통합에 따른 수익성 개선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니다.

그로서리 부문은 최근 소매유통업계의 ‘메기’로 떠오른 중국계 초저가 e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으로도 꼽힙니다. 조상훈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신선식품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이는 롯데쇼핑이 가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카테고리”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자 롯데쇼핑은 정부 정책에 호응해 주주환원 강화에도 나섰습니다. 롯데쇼핑은 작년도 주당 배당액을 38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전년 대비 500원 늘렸으며, 13일 종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은 4.57%입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