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이렇게 결국 침체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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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이렇게 결국 침체는 온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29117.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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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 담당/성균관대 MBA 교수
데자뷔 (déjà vu)
최근 몇 개월간 발표된 미국 거시경제지표들은 일제히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고용시장은 탄탄히 유지되는 가운데 가계소비는 예상보다 훨씬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작년 중반까지도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설파하던 전문가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강세론자로 돌아섰고 투자자들은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이런 낙관적 전망들을 보면 필자는 강한 기시감이 든다.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중반까지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 하락세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낙관하며 미국경제는 2008년에 다시 장기 평균 성장률에 수렴하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좀 더 멀리 보자면 1929년 10월 주식시장 급락에도 투자자들은 상당히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필자의 기억에도 생생한 2007년 8월 발간된 IMF 보고서는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예측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미국 주택시장의 하락세는 2006년과 2007년 미국의 성장률을 상당히 끌어내렸으나 2008년 주택건설투자는 장기 평균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주택시장의 하락세와 유가 상승에도 가계소비는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가계소비는 성장세가 완만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탄탄한 고용시장, 가계수입의 증가,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은 가계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다. 셋째, 기업설비투자는 2007년 그전 3년간의 견고한 성장세에서 둔화되었으나 기업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꾸준한 순익증가를 바탕으로 2008년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넷째, 미국 이외의 경제권이 회복세로 돌아서며 미국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연착륙을 기본 시나리오로 IMF는 연착륙을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로 주택시장의 하락세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확산 그리고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의 확대를 들었다.
2007년 IMF 보고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 프라이빗 크레디트 마켓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리스크로 대체하면 거의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과 같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과정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전 거치는 경기순환사이클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은 연준의 정책
지난 6개월 평균 전달 대비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연율로 환산하면 이미 연준의 2% 기준 아래로 하락하였고 고용시장은 지난 12월과 1월 30만명을 훨씬 웃도는 신규 채용을 기록하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제조업은 꾸준한 하락세에서 회복세로 돌아섰고 서비스업은 다시 성장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에서는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미국 경기는 오히려 최근 금리하락과 더불어 완화된 금융 여건을 바탕으로 작년 상반기처럼 다시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금융 여건이 의미 있게 완화되었고 뒤이어 경기는 다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경기과열 위험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 여건은 정책금리와는 다르게 크게 경기를 제약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이는 주식시장의 단기 과열 분위기와 밸류에이션 버블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이 “골디락스”의 낙관론에 취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을 때 어떤 투자자라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추격매수로 기대되는 수익은 급락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꺾일 것 같지 않은 경기사이클도 결국 꺾이고 바닥이 없는 것같이 추락하던 경기도 결국 회복세로 전환되는 것이 경기순환 사이클의 과정인 것이다. 필자는 여전히 미국경제와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이 모두 경기사이클 후반에 있으며 결국 침체국면으로 진입할 것 같은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