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주식시장에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이 구성한 테마가 형성됐다. 증권가에선 단순히 PBR 1배 미만 종목 모두가 정책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환원을 강화할 여력이 있거나 이익 모멘텀이 강한 종목을 선별하라는 조언이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저PBR 열풍에 ROE 이야기 왜 나올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추진을 천명한 지난달 17일 이후 이달 7일까지 주가가 10% 이상 오른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종목 85개 중 65개의 PBR이 1배 미만이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한 88개 종목 중 PBR 1배 미만 종목은 9개뿐이다. 정책의 표적이 될 PBR 1배 미만 종목에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기준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작년 4월 증시 부양에 나선 일본 당국도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상승 방안을 강구하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닛케이225지수가 지난달 22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작년 3월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일본 상장사의 특징으로 ‘시장 평균 대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PBR 1배 미만 종목’을 꼽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저PBR 테마가 형성된 뒤 종목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ROE가 많이 거론된다.

기업의 의지에 따라 단기적으로 PBR을 높일 방법이 ROE 부양이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PBR은 ROE와 주가수익비율(PER)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PER은 주가와 순이익 변화에 따라 계산되기에 의도적으로 높이거나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ROE는 기업의 순이익을 키우거나 자기자본을 줄이면 높아진다. 이 중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은 자기자본 감소다. 그동안 남긴 이익으로 쌓은 자기자본(이익잉여금)을 쪼개 주주들에게 나눠주면 된다.

자사주 매입·소각할 종목 찾아라

저PBR 종목에 투자할 땐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가능성이 큰 종목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소외된 저PBR 종목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공시는 주가에 호재다.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는 소식은 현재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는 인식을 준다. 자사주 매입 기간 꾸준히 자사주를 매수 혹은 호가를 제시해야 하므로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또 장내 유통주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소각도 중요하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인다.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 입장에서 언제든 다시 되팔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반쪽짜리 주가 부양책이란 지적을 받는다.

SK증권은 최근 자사주 비율이 10% 이상이며, 3년 평균 ROE와 총자산수익률(ROA) 모두가 마이너스인 종목을 선별한 결과 코아스템켐온, 롯데지주, 대한방직 등이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자사주를 보유한 종목 중 ROE나 ROA가 높지 않다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론 아모텍, F&F, 카카오게임즈, 삼성SDI, 코퍼스코리아 등이 꼽혔다.

주주에게 환원할 이익이 성장할 종목은?

배당이든 자사주 매입·소각이든 주주환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익을 남겨야 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일본 상장사들의 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며 “이게 일본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밑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PBR 1배 미만 종목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들어 전망치가 상향된 종목을 선별했다.

추려진 종목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화승엔터프라이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의류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한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62억원으로 작년 대비 3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PBR은 0.86배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주요 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남길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들어 실적 추정치가 가장 많이 상향된 종목은 HMM이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홍해 리스크가 불거져 해상 운임이 급등한 영향이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54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94% 늘었다.

한경우/류은혁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