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있으니 10분 일찍 출근해" 했다면…직원들 추가수당 줘야할까?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계산과 임금 산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사업주나 인사관리자들의 꼼꼼한 근로 및 휴게시간 관리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들을 10분 일찍 출근시킨 것을 임금체불로 인정하고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다.

"10분 일찍 출근해" 시켰다가..."연장근로수당 내놔"

A는 2014년부터 부산 남구에 있는 직원 25명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해온 원장이며, B는 이를 이어 받은 후임 원장이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19명의 임금 4700여만원과 퇴직한 근로자 8명의 임금 3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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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는 '실제 근로시간'이 쟁점이 됐다.

이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은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은 9시부터다. 하지만 사장의 요구에 따라 매일 8시 50분에 시작되는 인수인계 등을 위한 '오전 회의'가 열렸다. 업무 준비시간처럼 여겨졌지만,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이 시간이 '연장근로'에 해당한다며 10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들의 야간 근무시간도 문제가 됐다. 요양원에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15시간 동안의 야간근무시간 중 요양보호사 2명이 근무했다. 2명의 요양보호사들은 교대로 8시간을 근로하고 7시간을 쉬는 방식으로 야간근로 수당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요양자가 많아서 실제로 근로계약상 근무시간보다 2시간씩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강제된 조기 출근은 근로시간" 지적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 1월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2고단747).

먼저 10분 조기 출근에 대해 법원은 "매일 8시 50분에 시작되는 인수인계 등을 위한 오전회의에 참석했고 이는 정상적인 근무를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사실상 강제되었던 것"이라며 "각 년도 통상임금×1.5×0.017시간×주간근로일수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관행처럼 일찍 출근하더라도 사용자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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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에 대해서도 매일 2시간씩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사건 발생 이후 노사협약에 따라 2020년 근로계약 상 야간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이 기존 7시간에서 5시간으로 변경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2명의 야간 근로자가 1, 2층에 각 20명이 넘는 피요양자들을 돌보면서 실제로는 근로계약상 근무시간보다 적어도 2시간 이상 휴식하지 못한 채 근무시간을 초과했다"며 "야간 근로시간 2시간마다 50% 할증된 통상임금을 체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가 돌봐야 하는 피요양자들의 숫자를 고려하고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린 것을 고려해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A에게 벌금 1000만원, B에게 벌금 250만원을 부과했다. 수년동안 근로자 한명에게 체불한 금액은 평균 300~400만원 정도지만 집단적인 임금체불 문제 제기로 사업주에게 손해배상금액과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 사건이다.

직원 조기출근, 당연하게 생각하면 위험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업주나 직장 상사가 근무시간 전에 조기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퇴근 시간 이후에 정리 정돈 및 마감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시니어 직장인들의 경우 일찍 출근해서 자리를 정돈하고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 5~10분 정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권리에 꼼꼼한 근로자들은 충분히 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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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조기 출근에 대해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근로시간"이라며 위반시 제재여부(강제성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작업복을 갈아입는 시간, 작업 도구 준비시간, 대기시간 작업 전 회의, 교대 시간, 작업 후 목욕시간, 작업종료 후 정돈 시간, 출장 중 이동시간 등 실제근로에 부속되는 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도 사용자의 지휘·명령 아래서 이뤄졌다면 근로시간으로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부하직원에게 "조금 일찍 와서 정리정돈을 하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에 도움이 된다"며 충고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미리 오지 않았거나 근로시간에 딱 맞춰 왔다는 이유로 복무 위반 등 문제를 삼고는 했던 상급자라면 임금체불과 형사처벌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