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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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운영하는 사장님 입장에서 연휴처럼 바쁜 순간에 직원의 무단 결근·퇴사로 손해를 입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특히 근로자 숫자가 소규모인 영세사업장 같은 경우엔 무단 결근으로 막심한 손해를 입을 때가 적지 않다.

기껏 해고를 하는 정도지만 이미 떠나버린 직원에겐 별다른 타격이 없다. 괘씸해서 손해금액을 임금에서 차감하는 경우가 있지만,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신고당할 뿐이다.

근로기준법도 근로자의 무단 결근이나 퇴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적 제재를 하고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사장님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대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극히 일부나마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3일 간격으로 무단 퇴사한 중국집 배달원들...매출은 반토막

전남 순천시에서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던 A 사장. 일을 갑자기 그만두는 배달 근로자들 때문에 골탕을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며칠 전에라도 말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 아무 말도 없이 그만두기 때문이다. A 사장은 결국 근로계약서에 퇴사에 대한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근로자는 본인의 사정으로 퇴사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며, 인수인계하고 퇴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며 금전적 업무 손해를 본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무단결근이 발생했다. 2022년 5월, 배달원 B와 C가 3일 간격으로 퇴사하고 출근하지 않은 것.

화가 난 A 사장은 B와 C를 상대로 근로계약 위반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2022가단62458). B에는 2500만 원, C에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A사장은 먼저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음식점의 월 평균 매출이 9559만4400원이었는데 B와 C가 퇴사한 이후인 2022년 6월경 매출이 4132만8800원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재판정에 나온 B와 C는 "사장의 폭언 등 부당한 대우로 부득이 중도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손해배상 책임 인정은 '이례적'

근로자의 무단 퇴사로 회사에 피해가 생겼다면 법적·이론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사업주가 입은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 매출 감소액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있지만, 무단퇴사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사건을 판단한 법원도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A가 그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판결들과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피고들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사장과 피고들의 관계, 피고들이 담당하던 업무, 피고들의 퇴사 경위, 피고들의 급여 등을 고려하여 피고 B는 100만 원, 피고 C는 3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A 사장이 총 35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130만원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결정 과정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의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일부라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장님의 완벽한 승리로 보기는 어렵지만, 청구 취지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진 것은 이례적"며 "손해배상 규정을 근로계약에 뒀는지 여부, 실제 손해배상이 입증됐는지 여부, 그리고 근로자들의 퇴사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장님이 무단 퇴사, 무단결근한 직원을 대상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사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사실 바쁜 사장님이 굳이 손해배상 소송까지 갔다는 것은 돈을 전부 받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원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큰 경우가 더 많다"며 "사업주의 손을 일부라도 들어준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