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을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CBS의 모기업 파라마운트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세계 4위, 5위 미디어 기업 간 몸집 불리기로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만 M&A가 성사되려면 양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반독점 규제 극복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합병하면 바로 디즈니 위협

美 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 합병 논의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는 밥 베이키시 파라마운트 CEO를 만나 합병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전날 파라마운트 미국 뉴욕 본사에서 만나 합병 방식 등을 논의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워너브러더스가 파라마운트를 흡수합병하거나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내셔널어뮤즈먼트를 인수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A 초기 협상 단계여서 구체적인 인수액과 합병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파라마운트는 지주회사인 내셔널어뮤즈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내셔널어뮤즈먼트의 최대 주주가 미디어업계 거물인 고(故) 섬너 레드스톤의 딸인 샤리 레드스톤이다. 그는 최근 자회사 지분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두 회사가 합병하면 미디어업계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자산 기준 4위 미디어 기업인 워너브러더스(1305억달러)가 5위 파라마운트(565억달러)를 품에 안으면 2위 월트디즈니(2021억달러)를 위협하게 된다.

워너브러더스는 회사 이름을 딴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CNN, HBO 등 대형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송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도 운영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제작 스튜디오와 MTV, 뉴스 채널 CBS 등의 케이블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두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파라마운트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을 확보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CNN과 CBS를 통합해 미국 최대 뉴스 채널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적자와 규제 극복이 과제

양측은 합병을 통해 OTT 시장에서의 시너지를 추구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OTT 1위인 넷플릭스가 구독자 2억4715만 명을 보유하며 콘텐츠 장악력을 높이자 미국의 기존 미디어 공룡들은 저마다 자체 OTT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워너브러더스의 OTT ‘맥스’와 파라마운트의 ‘파라마운트플러스’ 가입자는 현재 각각 9500만 명, 6300만 명으로 합쳐도 넷플릭스보다 9000만 명 가량 적다. 공격적인 OTT 투자로 인한 손실이 수십억달러에 이르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두 회사의 막대한 부채와 적자를 해결하는 게 첫 번째 장애물로 꼽힌다. 워너브러더스는 2021년 디스커버리와의 합병 과정에서 대량의 부채를 떠안았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부채가 451억달러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4배 수준이다. 지난해 89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낸 것도 부담이다.

파라마운트 역시 케이블 TV 시장이 붕괴하면서 지난해 4억달러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 규모도 140억달러로 늘었다. EBITDA의 6.1배에 달한다. 이날 두 기업의 M&A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에서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5.7%, 파라마운트 주가는 2% 하락했다.

당국의 반독점 규제 조사도 난제 중 하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M&A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오현우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