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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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경쟁사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리밍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자슬라브가 파라마운트 CEO인 밥 베이키시와 합병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경영진은 전날 파라마운트 글로벌 뉴욕 본사에서 회동해 합병 방식을 논의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가 파라마운트를 흡수합병하거나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인수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인수 가액과 합병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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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지주회사인 내셔널 어뮤즈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최대 주주가 미디어 거물인 고(故) 섬너 레드스톤의 딸인 샤리 레드스톤이다. 그는 최근 영화제작사인 스카이 댄스 미디어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도 레드스톤의 행보에 따라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이 미국 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는 회사 이름을 딴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CNN, HBO 등 대형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송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도 운영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MTV, 뉴스 채널 CBS 등의 케이블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내부에선 파라마운트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을 확보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CNN과 CBS를 통합해 미국 최대 뉴스 채널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워너브라더스 관계자는 WSJ에 "OTT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OTT 생태계를 정상화하려면 더 많은 M&A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 회사의 막대한 부채가 M&A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워너브라더스는 2년 전 디스커버리를 인수하면서 대량의 부채를 떠안았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 규모는 451억달러를 기록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4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디스커버리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대형 미디어 그룹을 매입하는 게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파라마운트 역시 케이블 TV 시장이 붕괴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파라마운트의 부채 규모는 140억달러를 기록했다. EBITDA의 6.1배에 달한다. 두 기업의 결합 소식이 전해지자 20일 뉴욕 증시에서 워너브라더스 주가는 5.7% 하락했고, 파라마운트는 2% 하락했다.

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사도 난제 중 하나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 M&A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폭스 그룹을 인수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TD 코헨의 애널리스트 더그 크루츠는 "이번 정부 들어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 법무부(DOJ)가 독점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워너와 파라마운트가 인수에 합의해도 두 당국의 엄격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