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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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STO) 허용을 골자로 한 '토큰증권(Security Token)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의 일부 조항들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업들이 쉽게 STO 사업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조각시장 등 분야에서는 제도 자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이드라인 만으로 운영방식 파악에 한계 뚜렷

블록체인 업계는 금융위가 이번 방안을 통해 거래소 상장시장 중심 제도가 충족하지 못하는 다양한 비정형적 증권의 소액 발행, 유통 수요 등을 토큰증권으로 충족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으나 세부적인 가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발표된 가이드라인 만으로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방식, 거래운영 방식 등 실질적인 사항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체인과 노드의 운영 방식, 트랜잭션 정보 공개 여부, 토큰증권 발행 기관 요건 충족 기준, 공시정보 확인 채널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분산원장을 증권사, 은행 등 계좌관리기관이 관리한다는 것, 대체거래소(ATS)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외거래중개업자 라이센스를 운영한다는 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정보를 유추해 본다면 프라이빗 체인 방식으로 원장이 운영되고 이더리움(ETH)의 ERC-20과 유사한 방식으로 체인에 토큰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쉽게도 현재 상황에서는 예상만 가능할 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토큰증권 발행인, 즉 계좌관리기관 요건 사항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점도 불만으로 제기됐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사업을 수년간 준비해 온 대형 증권사, 은행들과의 경쟁에 쉽사리 나설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혜수 법무법인 디센트 변호사는 블록미디어 기고를 통해 "금융위의 결정이 기존의 규율을 완화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구체적인 요건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STO 시장 선점을 위해 다수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가상자산 기업들이 STO 시장에 진입해 증권사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실자산 엑싯' 악용 가능성도…"세부요건 다듬어야"

토큰증권, 부실자산 '엑싯'에 악용될 수도…규제 디테일 갖춰야 [이슈+]
한편 부동산, 미술품 등 조각투자 분야에서는 부실 자산을 토큰증권 발행을 통해 엑싯하려는 악용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량적 가치 평가가 어려운 미술품 등은 STO 거래소 출범과 함께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 해당 유동성 거품을 악용해 부실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하고 사라지는 '엑싯(Exit)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STO를 통해 비정형적 증권 거래가 편해지면서 유동성이 공급되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나 STO를 활용한 미술품, 부동산 등 실물 자산 조각투자의 경우 엄격한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돼야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의 진위 여부나 부동산의 등기·부채 증명, 수익 발생 비율 등 투자자들이 보유한 토큰 증권과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엄격한 정보 평가를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더불어 STO 관련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에서도 더욱 정밀한 요건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구축해야 할 시장 인프라와 세부 규칙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샌드박스 시행을 통해 이더리움의 이더스캔(Etherscan)같이 STO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트랜잭션과 거래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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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