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이 '파리 패션 위크'에서 착용한 한국의 비녀. /사진=프레드 주얼리
장원영이 '파리 패션 위크'에서 착용한 한국의 비녀. /사진=프레드 주얼리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한복, 김치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봉황 비녀를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이 중국 문화를 강탈하려 한다"고 주장한 일도 생겼다.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은 최근 보그코리아 유튜브를 통해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서 착용한 봉황 모양 비녀를 소개했다. 장원영은 "한국의 멋을 보여드리고 싶어 비녀를 특별히 착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독자 48만명을 보유한 중국의 인플루언서 멍선무무는 이를 두고 포털사이트 '넷이즈'에 '한국 그룹이 또 중국 문화를 훔쳤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장원영이 봉황 비녀가 한국 것이라 주장하며 방송했다"며 "예로부터 용과 봉황은 중화민족 고유의 상징물로, 한국에도 비녀가 있지만 봉황 비녀는 한국 것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누리꾼은 "봉황 비녀는 예로부터 중화민족 고유의 상징물", "봉황 비녀는 중국산으로 문화 강탈"이라며 그의 주장에 호응했다.

"여러분 김치는 중국 음식입니다"…중국 인플루언서들의 만행

그동안 중국에서는 한국의 문화유산 김치와 한복을 두고 자신들의 것이란 주장을 이어왔다.

지난 9월 한복을 입고 중국 무술의 일종인 소림권법을 쓰며 김치를 담근 중국의 한 틱톡커 영상이 단적인 사례다. 공개된 영상에는 개량 한복을 입은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손가락으로 배추를 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머리로 배추를 가르고 무, 쪽파, 마늘 등의 재료는 공중에서 칼질해 조각낸 뒤 호리병에서 양념 하나를 꺼내 재료에 버무리고 김치를 맛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중국 틱토커 탄당유가 올린 김치 만드는 영상. /출처=틱톡
중국 틱토커 탄당유가 올린 김치 만드는 영상. /출처=틱톡
해당 영상은 틱톡에서 조회수 200만회를 달성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국내 누리꾼들은 중국의 문화공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치와 한복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 퍼지는 것을 우려하며 비판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도 14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의 한 유튜버는 '중국식 파오차이(절임 배추)'가 아닌 '한국식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으면서도 '#중국 음식(Chinese Food)'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비난받았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제조법부터 다른데 각 인플루언서의 영상에 담긴 과정들은 '한국식 김치 만들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김치는 배추, 무 등의 채소를 소금으로 절이고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으로 양념을 만들어 섞은 후 유산균 발효과정에 따라 다양한 맛을 지니게 되는 식품이다. 파오차이는 산초잎·고수 등의 향신료를 넣어 끓인 물에 별도 양념 없이 각종 채소를 넣어 절이며 미생물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발효에 따른 맛의 변화가 크지 않다.

구글 번역기 돌렸더니 김치가 'Chinese cabbage'?

사진=구글 번역기 화면 캡쳐
사진=구글 번역기 화면 캡쳐
지난 19일 '김치용 배추'를 구글 번역기에서 영어로 번역하면 'Chinese cabbage for Kimchi'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한국인들이 여러 차례 구글에 항의한 끝에 'Chinese'(중국)가 빠지고 'cabbage to make kimchi'로 수정되는 일도 있었다. 서경덕 숙명여대 교양학부 교수와 일부 누리꾼들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서 교수는 현재 구글 번역기에 '김치'와 'kimchi'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간체자와 번체자 모두 '파오차이'(泡菜·중국 쓰촨성의 야채 절임)로 나온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 교수는 페이스북 계정에 "문화 공정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김치에 대한 기본적인 표기와 번역부터 올바르게 고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인의 문화동북공정은 한국인의 중국인 비호감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인의 중국인 호감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인식은 80%를 기록했다. 2002년 한국의 반중 감정은 31%에 그쳤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사태가 터진 2017년에는 61%로 치솟았다가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는 75%, 지난해 77%에 이어 올해는 80%까지 올랐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8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