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왼쪽)와 ‘제1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제41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왼쪽)와 ‘제1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미국 등) 서방의 기술 없이는 중국 시장도 보장이 안 됩니다.”(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도록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윤참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인 ‘제41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근 석좌교수와 ‘제1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윤참나 교수는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에 이 같은 조언을 내놨다. 이 석좌교수는 특히 “일본은 (1인당 구매력지수가) 미국 대비 70% 수준에서 20년째 멈춰 있다”며 “한국은 이제 70% 수준으로 왔는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혁신과 함께 여성 고용률을 높여 노동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모두 한국이 필요”

두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위기이자 기회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이 석좌교수는 “미국의 반도체법 발효로 중국의 반도체산업과 기업의 추격 및 성장,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중국이 기술 자립화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석좌교수는 “현재 시장은 중국이 크고, 기술은 미국과 서방에 의존하는 이중구조가 한국 경제의 딜레마”라며 “한국은 서방의 기술 접근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기반해 중국 시장도 존재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는 한국이 중요한 기술 흡수 통로”라며 “한국이 서방의 기술에 계속 접근할 수 있을 때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가치가 커지고 우리의 협상력도 높아진다”고 했다.

윤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며 “특히 첨단기술 자립화를 위한 산학 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두 경제학자는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석좌교수는 “핵심 변수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어떤 형태로 지속되느냐”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올리는 데 대해선 “이자율(금리) 상승 자체가 비용 상승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가중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최대한 공급 측 원인이 되는 인플레이션 부분을 공급 측 처방으로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원유 의존도 등을 포함한 경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달라 과거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계부채 연착륙 정책을 잘 준비해 경기 하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두 경제학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저출산·고령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석좌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계속 줄어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독려해 노동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선진국은 여성 고용률이 80%대지만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6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낮다”며 “단기적 노동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복지 정책이자 성장 친화적 정책”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여성이 출산 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이는 걸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성장의 원동력인 민간 부문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조미현/정의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