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전에 하나금융그룹이 뛰어들었다. 우리금융지주, KT, 토스, 카카오뱅크 등 참여가 유력시되던 인수 후보들은 대거 불참했다.

롯데카드 인수전 흥행 '빨간불'…우리금융 등 유력 후보 불참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매각주관사 JP모간이 7일 시행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해 3~4곳의 인수 후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유력 원매자들이 발을 빼면서 롯데카드 인수전은 일단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롯데카드를 노리고 있다. 2019년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MBK파트너스와 우리금융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3년여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자 유력 인수 후보 중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증권사 인수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KT 역시 올해 초 자회사 비씨카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고민했지만 최근 의사를 접었다. 신용카드 라이선스 확보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던 카카오뱅크와 토스도 불참했다. 이미 기업가치가 너무 커진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대신 직접 인허가 취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019년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롯데카드 경영권을 매물로 내놨다. 경쟁 입찰을 통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지분 59.38%를 1조3810억원에 사들였다. 우리은행도 당시 거래에 참여해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은 롯데쇼핑이 20%,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0.17%를 가지고 있다.

MBK파트너스 인수 후 롯데카드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9년 714억원이던 순이익은 2021년 225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3.2% 급증한 178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20년 8월 출시한 ‘로카 시리즈’가 1년 만에 누적 발급 100만 장을 넘어서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실적 증가세에도 인수전이 예상만큼 흥행하지 못한 건 MBK파트너스의 가격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MBK는 매각가로 3조원 수준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시장 지위가 압도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카드업의 성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시은/김채연/차준호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