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언에 대해 야권 인사들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당장 공약화해 시행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후보가 당과 조율하지 않은 정책 아이디어를 툭툭 던져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의 ‘아무말 대잔치’가 시작됐다”며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이 후보는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분별한 음식점 창업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음식점 허가 총량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가 신규 창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처럼 불공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체주의적 발상”,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포퓰리즘 증오 정치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북한 김여정의 말인 줄 알았다”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헛소리 총량제’부터 시작하자”며 비꼬았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전날에 비해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 탓에 과도한 창업과 폐업이 생겨나고 있어 성남시장 때 고민을 잠깐 했었다는 말”이라며 “국가 정책으로 도입해 공론화하고 공약화해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유와 방임은 구분해야 하고, 자유의 이름으로 위험 초래를 방임해선 안 된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나방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불나방이)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일을 막는 건 공직자들의 책임”이라며 “아무거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해명 과정에서 이 후보가 요식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를 ‘불나방’에 빗대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주 4일제를 공약으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당장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꾸준히 해가야 하고, 결국은 주 4일 노동제가 도입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후보가 당과 상의 없이 설익은 정책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동수 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음식점 허가 총량제 등에 대해 “당과는 논의가 없었다”며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 않나. 그런 기본적인 생각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책 이슈로 화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의혹 제기만 이어지는 것보다 미래 지향적인 정책 토론이 나라에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파격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정책 제안은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고은이/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