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은 3.3㎞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뻗어 있어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다. ‘용호동 카페거리’로 불릴 정도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맛집이 많아 경남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김해연 기자
경남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은 3.3㎞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뻗어 있어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다. ‘용호동 카페거리’로 불릴 정도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맛집이 많아 경남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김해연 기자
#부산카페 #인천카페 #청도카페 #기장카페 #함평카페. 산과 바다, 강을 낀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카페거리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대한민국 여행지도가 바뀌고 있다. 새로 떠오른 카페거리와 카페도시는 코로나19 이후 막혀버린 해외여행의 욕구를 채워주고 갑갑한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건너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핫플레이스로 등장했다. 전국 유명 카페를 찾아다니는 카페투어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주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노마드 여행객의 새로운 여행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바다뷰 #노을뷰 #논밭뷰 #천국의계단 #신상카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SNS 검색용 메타데이터)다. 인스타그램에는 도시 이름이 붙은 카페와 MZ세대가 만든 창의적인 해시태그 게시물이 수백~수십만 개씩 쌓이고 있다.

전국의 카페도시 가운데 누적 게시물 1위는 #부산카페다. 지난 25일 현재 게시물이 289만 개다. 다음은 #기장카페 72만 개, #인천카페 71만 개 #경주카페 69만 개 #강릉카페가 51만 개의 게시물을 자랑한다. 대부분 바다뷰를 자랑하는, 바다를 낀 도시의 카페다.

주말이면 전국의 핫플 카페를 자주 찾는 30대 직장인 김규래 씨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답답함을 카페 투어로 달래는 경향이 꼭 MZ세대만의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인스타그램 등 SNS에 친숙한 MZ세대에게 아름다운 뷰의 카페를 찾고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게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북 청도군 ‘엘파라이소365’
경북 청도군 ‘엘파라이소365’
카페도시 대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내륙 카페도시도 등장했다. 경북 청도, 전남 함평, 충남 천안, 경남 창원 등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청도카페 게시물은 11만 개를 넘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맑은 공기 덕분에 영남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원주택이 많았지만 전원주택 사이로 버던트, 오브제토, 다뷰 등 이색카페들이 등장하면서 카페도시로 부상했다. MZ세대가 이름을 붙인 #논밭뷰가 탄생한 곳도 청도다. 인구가 4만2000명인 청도군에는 3년 전만 해도 70여 개에 불과했던 카페가 112개로 늘어났다. 2만여㎡의 전원주택 단지 꼭대기에 카페 건물만 660㎡인 청도군 화양읍의 ‘엘파라이소365’는 올초 문을 연 메머드 디저트카페다. 3층 규모 카페에는 300개 넘는 좌석이 여유있게 배치됐다. 카페 외부에도 관광객이 몰린다. 데크에 마련된 빈백 의자에 앉으면 힐링의 시작이다. 카페 매니저 오지현 씨는 “주말이면 하루에만 1000명 넘는 손님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청도군 화양읍 ‘오마이북’은 도서관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인 1만 권의 책을 갖춘 북카페다. 북스테이도 할 수 있다.

  경북 청도군 ‘오마이북’
경북 청도군 ‘오마이북’
청도군은 군내 카페가 늘어나면서 관광객이 몰리자 올해 초 청도카페 여행지도를 만들었다. 100여 개 카페마다 특징을 소개해 카페 노마드족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유선 청도군 공보계장은 “카페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기존 관광지도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며 “청도읍성과 프로방스, 와인터널 등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팔공산과 경주 포항 울진 등 바닷가를 따라 이 같은 ‘카페 클러스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SNS 게시물 290만 개 자랑하는 카페도시 부산

부산은 전국 최고의 카페도시다. 바닷가 카페들은 일본 적산가옥, 조선소, 쌀 창고를 개조해 운영되고 컨테이너와 외항선이 접안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자리잡았다. 기장과 영도지역 바닷가는 잇따라 들어선 대형 카페들로 부산의 명물거리를 형성했다. 부산진구의 원도심 등에도 카페들이 뿌리를 내린 지 10년이 지났다. 해운대에서 송정을 넘어 기장군 바닷가를 가면 웨이브온과 아데초이, 헤이든, 비치다카페 등 30여 곳이 줄지어 커피타운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불경기에도 오전을 넘기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25일 친구와 함께 서울 개포동에서 이곳을 찾은 김수민 씨(27·회사원)는 “유튜브에서 경치가 끝내준다고 해서 왔다”며 “1시간30분 정도 대기하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영도지역 카페도 인기다. 카린영도플레이스와 폐공장을 개조한 신기산업, 수영장을 재생한 젬스톤 등이 카페로 변신했다. 저녁 무렵 북항을 내려다보면 컨테이너와 부두 불빛에 매료된다. 부산 관광1번지 해운대구에서는 엣지993과 포트1902, 수영구에선 오후의 홍차와 더박스 등이 핫플레이스다. 중구, 동래구, 북구, 사하구, 강서구, 연제구 등에도 유명 카페가 즐비하다.

바다 노을뷰는 인천

 인천 강화군 ‘조양방직’
인천 강화군 ‘조양방직’
인천 앞바다에 있는 카페에서는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바다 노을을 보면서 향기로운 커피와 갓 구운 빵을 즐길 수 있다. 바다로 향하는 무한갯벌과 그 위의 작은 섬, 갈매기 나는 저녁 풍광이 압권이다. 인천의 바다 노을 핫플레이스는 영종도 마시란해변이다. 확 트인 갯벌 끝에 조용히 자리잡은 돌섬 너머로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석양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여서 주말이면 연인, 가족, 친구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직접 구운 빵을 파는 제빵소와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카페와 연결된 갯벌로 산책도 가능하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해송들이 또 다른 휴식장소를 제공해준다.

인천항의 전경과 서해안을 보면서 바비큐와 차 한잔 할 수 있는 곳은 하버파크호텔이다. 인천관광공사가 직영하는 하버파크는 인천의 원도심인 인천역, 개항장, 차이나타운 인근에 있어 근현대사와 함께하는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충남 천안 ‘마리스 커피’
충남 천안 ‘마리스 커피’
충남 천안에는 대학가의 젊음과 낭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수 ‘천호지’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 옆에 있는 호수 주변으로 카페와 빵집, 식당이 즐비하다. 호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페 ‘마리스 커피’의 2~3층에 앉아 즐기는 천호지 야경은 ‘천안 12경’에 올라 있다. 마리스 커피는 연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는다. 원두의 특징을 살려 신맛, 고소한 맛 등 7종의 국가별 싱글오리진(단일 원산지 커피)을 선택할 수 있다.

전남은 함평, 경남은 창원 용호동 카페거리

전남 함평군의 ‘키친205’는 인구 3만1000여 명의 함평에 카페 문화를 일군 개척자다. 2012년 33㎡ 규모의 작은 점포에서 시작한 이 디저트 카페는 사계절 내내 생딸기를 주재료로 한 ‘딸기밭 케이크’가 대표 메뉴다. 이 카페의 성공을 엿본 자영업자들이 카페 창업에 나서면서 30여 개의 크고 작은 카페가 함평에 생겨났다. ‘키친205’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광주신세계에도 입점했다.

전남 화순군 ‘카페 아더맨’
전남 화순군 ‘카페 아더맨’
전남 화순군의 카페 ‘아더맨’은 사진 명소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다. 스페셜티 커피가 주메뉴다. 카페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다. 고풍스러운 예배당 모양의 카페 건물과 자연, 기찻길 등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은 3.3㎞ 구간에 63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뷰와 주변 식당, 카페, 공방 등이 어우러져 경남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용호동 카페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맛집이 많아 도심 속 최고의 데이트코스로 꼽힌다.

부산=김태현/인천=강준완/함평=임동률/창원=김해연/천안=강태우/대구=오경묵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