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움츠러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부양책 마련에 뛰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이런 각국을 지원하기 위해 저개발국 위주로 긴급자금 대출 등에 나서기로 했다.

'코로나 쇼크' 대응 글로벌 경기부양…IMF·세계銀 "긴급대출 준비"
IMF와 세계은행은 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뒷받침하기 위해 긴급자금 대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두 기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인도적, 경제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특히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긴급 대출, 정책 자문, 기술 지원 등 모든 수단을 최대한 사용할 것”이라며 “특히 국가들의 광범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대출 창구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와 세계은행이 나선 것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퍼진 불안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긴급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부터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고 보유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중심으로 3일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연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회의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건 상황이 악화할 경우 경제적 대응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추가 인하 등 ‘감세 2.0’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일시 관세 완화, 의료장비 생산 증대를 위한 법 제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 개입에 동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일 내놓은 공식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경제 전망과 금융시장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ECB는 경제에 미칠 영향과 인플레이션 목표 등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ECB는 근본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는 36억유로(약 4조7642억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규모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 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코로나19 영향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며 “기업에 필요한 지원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에 따라 추가 재정 부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3월로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와 내년 회계연도 예산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 지출 계획을 이미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전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기간물 레포(환매조건부채권)를 사들여 5000억엔을 공급하는 특별 조치를 발표했다. 또 1000억엔 이상을 들여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 증시를 지원했다. 이외에 필요하면 금리 인하 및 추가 양적 완화도 동원할 계획이다.

호주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 같은 기준금리는 호주 역사상 최저다. 호주중앙은행과 호주 정부는 추가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각국과 국제기구의 노력으로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이 금세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의 완화 조치 등은 이런 실물경제 충격을 다루는 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2일 미국 주가는 4~5% 급반등했지만,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런던=강경민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