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하늘에 띄우는 풍력발전 시대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공중에 띄우는 풍력발전기를 만든 건 5년 전이었다. MIT의 학내 벤처기업 알타에로스가 제작한 이 발전기는 도넛 모양의 풍선을 하늘에 띄워 상공의 바람으로 에너지를 생산했다. 풍선 중간에 있는 프로펠러로 터빈을 돌린 뒤 그 에너지를 케이블을 통해 지상의 배터리에 전달하도록 했다. 풍선 안에는 일반풍선과 마찬가지로 헬륨기체가 들어 있었다. 지상 600m 정도의 공중에서는 지상 풍력보다 최대 3배의 발전 효율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1㎞ 상공에서 풍력발전기를 돌리면 풍속이 2배로 증가해 그로 인해 발전가능 전력량이 8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타에로스에 인도 타타그룹과 일본 소프트뱅크도 출자했다. 하지만 압력과 기온 등 여러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 이 기술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알타에로스는 이 풍선에 통신 시스템을 붙여 낙도 및 벽지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통신 서비스기업으로 성장했다.

[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하늘에 띄우는 풍력발전 시대
그 뒤로 많은 기업이 하늘에 띄우는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 구글이 시도한 연처럼 생긴 비행선(Energy Kite)을 날려 전력을 얻는 시스템 개발이 주목된다. 구글의 자회사 매카니는 이 풍력 발전기에 8개의 프로펠러 겸 모터를 달고 1000피트(약 300m) 상공에서 날도록 해 전기를 기지국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의외로 효율적이다. 기존 풍력 시스템의 10분의 1 크기로 같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은 구리선으로 전력을 전송하지만 앞으로 무선 충전시대가 본격화하면 공중에서 모은 전기를 무선으로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매카니는 올해 하반기 노르웨이에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이 매카니에 출자했다고 한다.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모양이다. 석유업계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도 아이러니다.

저 하늘의 바람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궁리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태양광발전이 차세대 에너지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혁신의 길은 끝이 없나 보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에너지 생성 연과 부딪히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ohhc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