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법안은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짓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정부는 올해부터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부는 상반기에라도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탄핵 정국에서 정치 이슈에 밀려 법안 처리가 차기 정부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고준위 방폐장법은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2월 임시국회가 시작한 뒤 이날까지 총 네 번의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다. 하지만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방폐장법을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가 2월 임시국회에서 예정된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였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제정법이기 때문에 국회법에 따라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산업위 여야 간사는 오는 28일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공청회 후에나 법안을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약속하지 않으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해 2053년께 본격 가동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늦어도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세운 것이다. 법안 처리가 지연돼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면 원전 근처에 추가로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방폐물을 보관해야 한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원전정책과 별개로 이미 사용한 핵폐기물이 상당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부지와 시설확보가 필요하다”며 “상반기 내에는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