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는 지정학적 위기에…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중동 전쟁 탓에 치솟는 국제 유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한 주간 2.5% 올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8센트(0.34%) 상승한 배럴당 8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은 49센트(0.55%) 상승한 배럴당 8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끝 모르는 지정학적 위기에…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이달 들어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배럴 당 70달러 선에 머물던 WTI 가격은 4월부터 80달러선으로 치솟았다. 지난 한 주간 WTI 선물 가격은 0.85%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2.53% 올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어떠한 판결도 이스라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조사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 리더십 아래에서 이스라엘은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자국을 방어할 기본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도시에서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대규모 사상자를 낼 수 있다는 동맹국들의 경고에도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전 개시를 앞두고 남부사령부의 ‘전쟁 지속 계획’을 승인했다.

마타도르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팀 스나이더는 로이터에 "이스라엘은 필요하다면 스스로 자립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네타냐후와 바이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지정학적 긴장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 진행 중인 대리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한 유가에 대한 부정적 압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자 유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소비를 줄일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지난 26일 미국 상무부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1년 전보다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망치(2.6%)보다 1%포인트 높고 전월보다는 0.2%포인트 높아졌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전망치(0.3%) 및 전월(0.3%)과 같았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미국 중앙은행(Fed) 목표치인 2%와 거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재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화도 강세를 유지했다. 국제 원유의 거래 수단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며 유가 상승세를 소폭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