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조직을 바꿔야 하는 이유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상황] 층층의 의사결정 구조
A회사 신임 팀장을 대상으로 ‘신임팀장의 역할과 조직관리’ 강의를 의뢰 받고
가장 시급한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팀장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도전적이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의 조직도를 살펴보았다.
팀장 위에 본부장 – 전무 – 부사장 – 사장으로 4단계 구조였다.
직급 구분이 아닌 직책 개념의 의사결정 단계였기에
팀장이 도전적이지 못하고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회사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조직구조를 갖고도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지만,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매년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일부 조직 변경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조직개편은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A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너무 늦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고착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잘 나가는 조직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편을 해야 할 이유
1년에 3~4번 수시로 일부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의 공통점은 단기 실적 위주의 정책으로
회사와 직무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진다.
언제 조직이 변경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과 단기적 시각에서
조직을 통폐합하고 신설 또는 폐지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10년 넘게 조직개편을 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안정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고인 물은 썩듯이 나태함과 안일함이 조직에 스며들어 무기력증을 보이게 된다.
사람이나 조직은 끊임없는 자극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데
현 위치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시대의 경영의 키워드는 속도이다.
의사결정의 스피드와 유연성이 강한 회사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A회사처럼 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면 하나의 안을 승인받기까지
담당자는 최소 5번 이상의 품의서를 수정해야 한다.
사장부터 본부장을 모아 한 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층층이 올라가면서 개인의 의견이 더해지고,
수정이 이루어지다 보면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보고가 되거나,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담당자들이 한 번에 결재를 받아오는
조직장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겠는가?
품의서를 20번 넘게 수정하면 10장의 품의서
3면의 오탈자를 수정하라고 하면 3면만 수정한다.
5면의 오탈자가 있는데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 조직개편을 할 것인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인수 교수의 저서인 ‘거시조직이론’을 보면,
조직의 정의를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정립한 체계화된 구조에 따라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며,
경계를 가지고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사회집단이라고 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상호작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구조로 조직을 가져가야 한다.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스피드와 유연성, 다른 하나는 단순과 정확성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은 직급체계를 축소하는 추세이다.
7단계의 직급체계를 3~4단계로 축소하고 수평적 조직으로 가져간다.
의사결정의 단계를 축소하여 가능한 유연하고 작은 조직으로 스피드를 강조한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
수직적 조직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 조직구조로 가져간다.
디지털 사회의 시스템 경영도 중요하지만, 아날로그 감성도 매우 중요하다.
한 조직의 인원은 10명 전후가 바람직하며,
담당자에서 최고경영자까지의 의사결정의 단계는 4단계를 넘어서는 곤란하다.
의사결정 단계의 단순화는 의사결정 단계에서 오는 잡음을 줄이고
정보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게 한다.
또한, 현업 조직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협상 자리에서
상사에게 물어보겠다는 측과 계약할 테니 계약서 만들고 사인하자고 하는 측이 있다면 누구를 더 신뢰하겠는가?
잘 나가는 조직을 바꾸는 이유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자극을 줘서
변화의 속도에서 보다 스피드 있고 유연하며,
단순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조직 활력을 높이고 성장을 가져가는 데 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