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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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한 지 나흘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수사가 점차 윗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13개 산업부 산하 기관장을 상대로 사퇴를 종용했다고 보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일부 산하 기관의 후임 기관장으로 특정 인물이 임명되도록 돕거나 이미 내정된 후임 기관장의 임명을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백 전 장관 등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과 한국에너지공단·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광해광업공단 등 또 다른 산업부 산하 기관장을 상대로 사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 전 장관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그동안 주축 검사의 좌천성 인사로 수사팀이 와해되면서 3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검찰은 3월 말 산업부와 산하 기관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백 전 장관의 자택과 그가 근무하는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강제수사를 통해 백 전 장관의 PC에 있는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 한 달 후인 이달 9일엔 백 전 장관을 소환해 14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소환 조사한 지 나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고려하면 백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핵심 증거들을 확보해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할 예정이다.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산업부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해 6월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김진성/이소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