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차 한 대씩 탁송 >  8일 서구 기아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 캐리어 동원이 어려워지자 회사 측은 임시운행 허가증을 받아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옮겼다.   /연합뉴스
< 완성차 한 대씩 탁송 > 8일 서구 기아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 캐리어 동원이 어려워지자 회사 측은 임시운행 허가증을 받아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옮겼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평상시보다 물동량이 급감하는 등 파업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됐고, 철강, 시멘트, 타이어 품목 등의 수송도 멈춰서는 사례가 잇따랐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자동차 부품과 유통물류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산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울산공장 막은 화물연대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후부터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화물연대가 부품 납품 관련 운송을 거부한 데다 공장 정문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막은 탓이다.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의 진입까지 막은 것은 아니지만 운송 차질로 부품 결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은 일단 라인 중단과 가동을 반복했다”며 “내일 이후에도 파업이 이어지면 아예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6000대 규모의 차량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다.

철강사들의 물량 운송 지연 사태도 속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루 7만5000t가량의 물량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만t, 광양제철소 1만5000t 등 총 3만5000t의 육송 물량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두 제철소 하루 물동량(10만t)의 35%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포항·당진·인천제철소 등에서 하루 4만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은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통 도매상 등 국내 고객사에 보내는 육상 운송에 문제가 생겼다”며 “제품 출하가 계속 지연되면 고객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선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진·출입로를 점거하면서 한때 물류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 개입으로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원재료 반입과 제품 반출은 일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타이어업계도 파업으로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에서 출하되는 물량이 평소의 30% 정도로 줄었고, 금호타이어는 국내 공장 세 곳에서 아예 출하가 되지 않았다.

○시멘트 출하 차질…건설공사 중단 우려

시멘트 출하도 이틀째 전면 중단됐다. 화물연대가 전날부터 시멘트 생산공장 정문과 후문을 사실상 봉쇄한 충북 단양, 제천과 강원 영월, 옥계(강릉) 지역의 시멘트 공장은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화물연대의 봉쇄가 없었던 삼척·동해 등 해안사 공장 역시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부담돼 운송을 포기하면서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이하로 감소하면서 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액이 1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일부 레미콘 공장이 시멘트 재고를 거의 소진하면서 이날부터 생산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 회장은 “9일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곳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한 여파는 조만간 건설 현장에 미칠 전망이다. 일부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 현장에는 레미콘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격해지는 파업

경찰은 정상적인 운행 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불법 행위를 한 노조원들을 잇달아 검거했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2일에도 조합원 한 명이 근무 중이던 경찰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에 경찰은 현장에 2개 중대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에 따르면 이틀째 지속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이날까지 100건 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는 더 강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탄압 일변도로 나오면 투쟁 수위를 높여 자동차부품, 유통까지 완전히 멈추는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파업의 데미지가 누적되면 1주 안에 전체 물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용희/김일규/이광식/울산=하인식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