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고용노동부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 건설 현장이라고 하더라도 발주처는 처벌받지 않을 전망이다. 기소 권한이 있는 검찰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건설공사 발주자를 중대재해의 책임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건설공사 발주업체는 중대재해법 적용 제외"
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대검찰청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 따르면 검찰은 건설공사 발주자에 대해 “해당 공사 또는 시설·장비·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시공사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로 조사받을 수 있지만, 발주업체인 한국도로공사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도로공사는 이 같은 이유로 사고 발생 이후에도 고용부 등으로부터 아직 조사받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계와 법조계에선 ‘시공사뿐 아니라 공사 발주자도 처벌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이 발주자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 중인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건설공사 발주자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오면서 ‘중대재해 공포’에 떨던 공사 발주 기업들이 다소 안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발주자가 해당 프로젝트에 적극 개입해 명백하게 지배·운영·관리한 것으로 밝혀지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해설서는 대검 산하 중대재해수사지원추진단이 제작한 것으로 1월 말 일선 현장에 배포됐다. 각종 중대재해에 대한 기소 권한을 가진 검찰의 판단 기준이 담긴 자료로 여겨진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