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사항 점검과 이행을 도울 법률자문사를 선정한다. 법 시행 이전부터 대형 로펌으로부터 관련 자문을 받아온 삼성전자가 추가로 자문을 구하고 나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안전보건 점검 의무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법 제5조 이행을 도울 법률 자문사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화우 등 대형 로펌에 자문 계획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중순까지 제안서를 받아 이르면 이달 말 로펌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자문사로 선정된 로펌은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관련 점검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면밀히 살핀다.

삼성전자가 별도 자문을 구한 중대재해법 제5조는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점검하지 않는다면 점검을 수행한 전문기관, 혹은 업체로부터 점검 결과를 보고받아야 한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 인력 배치나 추가 예산 편성·집행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수원, 구미, 광주 등 9개 지역에서 12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가전 등의 생산 현장 상황을 감안할 때 건설·화학·철강·조선업처럼 사고 위험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로펌을 선정해 선제적인 예방 조치에 나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3년 화성공장에서 불산가스 누출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사고가 났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했는지 회사 스스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삼성전자가 자문사 추가 선정에 나선 이유라는 분석이다.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점검은 ‘반기에 1회 이상’이다. 법 시행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까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해 조사를 받는데 점검 사실이 없다면 수사기관이 문제 삼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 로펌은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중대재해법 자문을 맡게 되면 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따로 자문까지 받아 가면서 점검에 공을 들인다면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