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여부가 11일 결정된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방역 지침을 어긴 채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주도한 혐의로 입건됐다. 양 위원장이 구속될 경우 노·정 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1일 양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다. 양 위원장은 지난 5~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5월 ‘노동절 대회’에 이어 6월 ‘택배 상경 투쟁’ 등을 벌였다. 지난달 3일에는 조합원 8000여 명이 서울 종로 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최다(800여 명)를 기록할 때였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과 30일에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 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일련의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수사를 했다. 이후 집회 책임자인 양 위원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양 위원장은 모두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지난 6일 신청했다.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총 다섯 번이다. 권영길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 김명환 위원장(2019년)이 구속됐다.

만약 양 위원장이 구속되면 노·정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친노동 기조를 펴왔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 몇몇 쟁점 사항을 두고 민주노총과 이견을 보여왔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말 정부를 규탄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노동계 일각에선 양 위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각을 세워 민주노총의 존재감을 높이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동안 법원이 구속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 대해 대부분 영장을 발부한 만큼, 불출석 시 양 위원장이 구속될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양길성/곽용희/오현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