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10시로 늘려주고 수도권은 오후 9시로 유지하자 수도권 자영업자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9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짓밟으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비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10시로 늘려주고 수도권은 오후 9시로 유지하자 수도권 자영업자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9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짓밟으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식당 노래방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을 비수도권에 한해서만 오후 10시로 늘려주자 수도권 자영업자들의 집단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만 오후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묶어놓는 이유가 뭐냐”며 “술집 등 직장인들이 2차로 많이 찾는 업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영업시간을 늘려주는 건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자영업자들 밤 12시까지 ‘개점 시위’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6일 수도권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9시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며 “현재 3차 유행이 재확산되는 상황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재확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다가온 것도 정부가 방역 고삐를 쉽사리 풀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강 차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주요 방역 조치를 오는 14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연장에서 소외된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불복 개점시위’를 열기로 했다.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8개 자영업자 단체는 7~9일 사흘간 밤 12시까지 가게 불을 켜놓는 식으로 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9시인지 10시인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업종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2차 외식업’으로 분류되는 호프집, 선술집, 실내 포장마차와 노래방, 당구장 등은 영업시간을 1시간 늘려주는 것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서울 양재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창호 씨(45)는 “사람들이 1차 회식을 끝내고 2차로 움직이는 시간이 오후 8시 정도”라며 “9시까지만 영업하면 손님들이 1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2차를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새벽까지 운영한다고 치면 오후 9시 이후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80% 정도”라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하루 매출이 2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매출이 0원인 날도 세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에서 코인노래방을 하는 박진실 씨(46)는 “퇴근 후 밥 먹으면서 술 한잔 해야 노래방에 오지 않나”라며 “오후 9~11시가 손님이 제일 많을 때인데 9시까지만 문을 열라는 것은 전면 영업 금지와 다름없다”고 했다.

정인성 대한당구장협회 전무이사는 “당구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한 시간도 차이가 크다”며 “현재 매출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80% 정도 줄었는데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되면 매출이 10~15%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간 보기’ 하나”

일부 자영업자는 “자영업자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정부는 영업시간을 놓고 ‘간 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이달 초 방역당국, 교육부와 화상 회의를 했는데 당국에서 (영업시간 제한 등을) 조정해줄 것처럼 얘기했다”며 “설 연휴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제한이 유지되면 법적인 조치 등 강경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40)는 “정부가 마치 자영업자들에게 큰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영업 가능 시간을 1시간 연장해주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고 했다. 목동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정모씨(42)는 “자영업자들이 지난 1년간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했더니 계속 희생만 강요한다”며 “코로나19를 제대로 못 막은 책임을 왜 우리가 다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최다은/이우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