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기로 하자 자영업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카페 식당 업주 등은 1시간 더 늘어난 영업시간에 웃음을 지었지만, 야간 매출 비중이 높은 노래연습장 호프집 업주 등은 “매출에 별 영향이 없다”며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간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방배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오후 9시까지 영업할 때는 손님이 8시 이후부터 끊겼다”며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연장되면 손님이 두세 팀이라도 더 오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씨(42)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페를 찾는 손님이 더 늘어날 것 같아 휴직 중인 아르바이트생 한 명에게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2차 외식업인 호프집 노래연습장 등 업주는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간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 특성상 영업시간을 1시간 더 늘려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양재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5)는 “오후 9시부터 마감까지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며 “영업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난다고 매출이 회복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주변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뒤인 오후 9~11시께 주로 노래연습장을 찾는다”며 “3주 전부터 오후 9시 이전까지 영업이 허용됐지만, 한 달 매출이 고정비의 30~40%에 그쳐 여전히 적자”라고 했다.

호프집 코인노래연습장 편의점 등 8개 자영업자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야간 영업 중심인 호프집 코인노래방 당구장 등에 또 한번 실망을 안겨줬다”며 “영업시간 제한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비대위 대변인은 “16일 방역당국과 간담회를 한 뒤 집단행동을 지속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합금지가 해제된 전국 유흥업소도 영업 시간이 오후 10시로 제한되자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서교동의 한 유흥업소 업주는 “보통 오후 9시께 첫 손님이 오고, 오후 10~11시부터 손님이 모이는데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면 열자마자 닫으란 소리”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현행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입을 모았다.

권오복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은 “현장에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며 “영업시간이 한 시간 늘어난 것에 크게 만족해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