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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최다은 기자
    최다은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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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스타트업부 최다은 기자입니다. 사회부 경찰팀, IT과학부 통신팀을 거쳐 스타트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 보헤미안 선율 타고…마포에서 즐기는 '일상 속 클래식'

    지난 10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실내악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손색이 없었다. 200석 남짓한 소극장에는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려는 클래식 애호가들과 함께 가족단위 관객이 유난히 많았다. 전 좌석 1000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8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콘서트는 ‘보헤미아’를 테마로 하는 2024년 M클래식 축제의 프리뷰성 공연으로 동유럽 국가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첫 곡인 드보르자크의 ‘모라비안 듀엣’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 선율로 시작됐다. 작곡가 손일훈이 피아노 클라리넷 비올라 3중주 작품으로 편곡했다. 비올라(맹진영) 클라리넷(심규호) 피아노(박종해)는 익살맞은 리듬과 넓게 펼쳐지는 음형, 빠른 다이내믹 전환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했다. 이어 즈데네크 피비히의 ‘포엠’ 등 듣기 편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구성된 1부는 25분 만에 소박하게 끝났다. 1부가 경량화 버전이었다면 2부는 드보르자크의 대작인 피아노 5중주 2번을 통해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연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드보르자크의 원숙한 음악성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잔잔한 피아노의 반주와 첼로의 그윽한 선율로 시작되는 1악장. 서정적이고 애수 어린 2악장 ‘둠카’와 푸리안트 선율(왈츠처럼 3박자 계통인 보헤미안 지역 민속 춤곡)을 차용한 톡톡 튀는 3악장, 돌진하듯 마무리되는 피날레까지 5명의 단원들은 야성적인 에너지로 한순간도 느슨해질 틈 없이 몰입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노래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음미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듯했지만 전반적으로

    2023.12.11 18:28
  • ‘보헤미아 숲’이 된 소극장… 친근한 클래식의 맛을 보여줬다

    옛날 음악, 고급 예술, 어려운 문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이렇다. 박수 타이밍도 신경써야 하는 에티켓, 비싸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티켓값 등을 생각하면 일견 당연한 편견이다. 그럼에도 진입 장벽을 낮춰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실내악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에서'도 그중 하나다. 이 콘서트는 '보헤미아'를 테마로 하는 2024년 M클래식 축제의 프리뷰성 공연으로 동유럽 국가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200석 남짓의 소극장에는 주말의 여유를 즐기러 온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관객도 드물지 않게 보였다. 별도의 안내가 없는 일반 클래식 공연장과 달리 악장 간 박수를 자제해 달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무대가 시작됐다. 첫 곡인 드보르작의 '모라비안 듀엣'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됐다. 모라비안 듀엣은 체코 남동쪽 지역인 모라비아의 옛 민요를 토대로 작곡된 곡. 토속적인 정서의 모음곡 12개로 구성됐다. 원래는 이중창으로 부르는 곡이지만, 작곡가 손일훈이 피아노 클라리넷 비올라 3중주 작품으로 편곡했다. 비올라(맹진영)와 클라리넷(심규호)은 피아노(박종해)와 함께 각기 다른 두 명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들은 익살맞은 리듬과 넓게 펼쳐지는 음형, 빠른 다이내믹 전환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했다. 이어 연주한 곡은 즈데네크 피비히의 '포엠'. 피비히는 드로브작, 스메타나 등에 비해 체코 작곡가 중 국내에 생소한 작곡가다. '기분,인상, 그리고 추억' 중 139번인 이 곡은 무언가(가사

    2023.12.11 15:59
  • "전작보다 스토리·영상 모두 더 강렬해져"

    “하루라도 빨리 ‘듄’의 세계를 나누고 싶어서 일찍 (한국에) 왔습니다. 솔직히 이번 ‘파트2’가 전작보다 더 만족스럽네요.”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듄: 파트2’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사진)은 지난 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소 ‘이른 만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후 13년 만이다. 영화 ‘듄’ 시리즈는 1965년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공상과학(SF)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한다. 빌뇌브 감독은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데는 책임감이 따른다”며 “소설의 세계관이 워낙 방대한 만큼 소신을 갖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파트2는 대다수 장면을 아이맥스용 카메라로 촬영해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구현했다”며 “전작에 비해 파트2는 시각적으로나 스토리로나 화려하고 강렬하다”고 강조했다. “전작이 새로운 행성과 문화를 발견하는 소년의 이야기여서 사색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파트2는 캐릭터 간 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진행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여성 캐릭터를 들었다. 파트2에서는 이룰란 코리나 공주(플로렌스 퓨), 레이디 마고(레아 세두) 등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투입된다. 그는 “폴(티모테 샬라메)의 여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할 때 차니(젠데이아)가 하나의 관점을 준다”며 “영화에서는 차니를 포함해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출신인 빌뇌브 감독은 ‘그을린 사랑’(2011)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2023.12.10 18:08
  • "2편이 더 강렬, '듄친자들' 기대해라"...韓 찾은 빌뇌브 감독

    "하루빨리 '듄'의 세계를 관객과 나누고 싶어서 일찍 (한국에) 왔습니다. 솔직히 1편보다 더 만족스럽네요." 8일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드니 빌뇌브 감독의 기자간담회. ‘듄: 파트2’ 개봉을 2개월 이상 앞두고 내한한 빌뇌브 감독은 다소 '이른 만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빌뇌브 감독이 한국을 찾은 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그을린 사랑'을 들고 참석한 이후 13년 만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연신 "빨리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영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발표회도 가졌다. 제작 비하인드 영상과 주요 주제를 관통하는 짧은 영상 3개를 보여줬다. 파트2는 대다수 장면을 아이맥스용 카메라로 촬영해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구현했다고 한다. 빌뇌브는 "아이맥스는 거대한 자연 풍광을 직접 체험하듯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전투신, 액션신 등 다양한 볼거리도 예고했다. 전작에 비해 2편은 시각적으로나 스토리로나 화려하고 강렬하다고 그는 말한다. "1편은 새로운 행성과 문화를 발견하는 소년의 이야기여서 사색적인 성격이 강했죠. 2편은 그보다 훨씬 남성적이고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캐릭터 간의 관계도 깊이있게 조명하고, 감정의 강렬함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영화 듄 시리즈는 1965년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의 세계관이 워낙 방대한 만큼 이를 영화로 구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빌뇌브 감독은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을 영화화하는데는 책임감이 따른다"며 "소신을 갖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결정이 쉽지 않았다

    2023.12.08 17:38
  • 아직도 음악을 듣기만 하나요?…여기선 음악을 보여줍니다

    오선지를 수놓은 질서정연한 음표, 흑백이 교차하는 피아노 건반, 현악기의 S자 곡선형 몸통…. “클래식 음악은 듣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하수다. 알고 보면 클래식 음악에는 귀 못지않게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많다. 프란츠는 그런 포인트를 포착해 사업으로 만든 업체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시각화’하는 게 사업 모델이다. 예술 분야의 책과 음악 굿즈를 만들고, 음악 애호가를 위한 공간을 운영한다. 프란츠가 만드는 소품은 악보가 들어간 액자, 템포 지시어가 담긴 마스킹 테이프, 작곡가 이름이 새겨진 자 등 모두 클래식을 접목한 아이템이다. 그게 궁금했다. 어쩌다가 이런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는지. 서울 광진구의 음악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만난 김동연 대표(46·사진)는 이런 답을 내놨다. “클래식 음악에 빠져드는 길이 어디 하나인가요. 책이 재밌어서, 새로 산 자가 예뻐서, 인테리어에 관심 있어서 프란츠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되는 거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해야겠다’는 진지한 사람도 있지만, 편안하게 음악을 알고 싶은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2015년 음악 전문 출판사로 시작한 프란츠는 2019년부터 아파트먼트 프란츠라는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살던 집 3분의 2가량을 프란츠를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이곳에서는 음악 강의, 음악 감상, 연주회 등 20명 내외의 소규모 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지난 5월부터는 소설가 김애란, 작가 겸 음악가 요조, 셰프 박준우 등을 초청해 ‘어떤 예술의 세계’란 강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클래식 책에는 담기지

    2023.12.07 18:53
  • 영화 '리빙:어떤 인생'…시한부 판정받은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한 일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2013년 국내 개봉한 영화 ‘어바웃타임’에 나오는 대사로 인터넷 ‘밈(meme·유행어)’으로 만들어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구절이다. 이 대사 덕분에 일흔네 살의 배우 빌 나이는 인자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얻게 됐다. ‘전 세계인의 아버지’ 소리를 듣는 빌 나이가 이번에는 영화 ‘리빙:어떤 인생’에서 세계대전 이후 배경의 은퇴를 앞둔 공무원 윌리엄스로 분했다.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수장인 윌리엄스는 전형적인 복지부동형 관료다.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최대한 다른 부서로 떠넘겨 버린다. 만약 떠넘기기에 실패하면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에 밀어놔 버린다. 그래서 별명이 ‘미스터 좀비’다. 어릴 적 그의 꿈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중절모를 쓰고 매일 아침 런던행 출근 열차를 타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윌리엄스는 결국 뜻을 이뤘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신상에 변화가 생겼다. 의사로부터 곧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살날이 몇 달 남지 않았다는 말에 잠시 방황하다가 일을 하나 생각해 낸다. 한쪽 구석에 미뤄놨던 민원이다.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청원. 그는 사무실로 복귀해 의욕을 불사른다. 시한부 설정은 다소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1952년 개봉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이키루’(살다)를 각색한 영화여서다. 하지만 진부한 영화라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빌 나이의 압도적 연기력 덕분이다. 그는 주름살 하나, 입꼬리 근육 하나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며 영혼 없는 노년의 관료를 완벽하게 표

    2023.12.06 19:01
  • 獨 궁정가수 연광철의 한국가곡은, '따뜻한 집밥'처럼 정겹고 흥겨웠다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지난 3일 일요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이은상이 작사하고 홍난파가 곡을 붙인 가곡 ‘사랑’이 2500여 석의 콘서트홀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뜨겁게 사랑하자는 노래에 관객은 깊숙이 빠져들었다. 현존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꼽히는 베이스 연광철(사진)의 ‘한국 가곡 콘서트’는 잊혀진 한국의 정서를 되살려주는 공연이었다. 연광철이 한국 가곡만으로 콘서트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가곡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시작된 장르로 서양의 리트(예술 가곡) 형식에 한국의 시와 시조를 가사로 붙인 것이다. 노년층에게는 익숙하고, 중장년층 가운데서도 즐겨듣는 사람이 많았다.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어르신이었던 이유다.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노래를 되살려주는 반가운 무대였던 것이다. 연광철은 피아노 앞에 단출하게 섰다. 30년 넘게 독일에서 ‘궁정 가수’(캄머쟁어) 칭호를 받을 정도로 유럽 주요 무대에서 30년 이상 활약해온 그였지만 이번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의상, 오케스트라 반주도 없이 그저 한 명의 한국인으로 무대 위에 섰다. 공연 시작 직전에 휴대폰 벨소리가 두어 번 울렸지만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넘기면서 오히려 콘서트홀의 불편한 긴장감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는 90여 분 동안 특유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다채롭고 세련된 한국적 정서를 그려내며 무대를 채웠다. 공연의 시작은 홍난파 작곡의 ‘사공의 노래’였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느낌을 줬다. 그는 비슷한 주제나 시대를

    2023.12.04 19:09
  • ‘따뜻한 집밥’ 같았던 공연, 연광철에게 한국가곡을 다시 듣다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지난 3일 일요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이은상이 작사하고 홍난파가 곡을 붙인 가곡 ‘사랑’이 2500여석의 콘서트홀에 잔잔히 울려퍼졌다.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뜨겁게 사랑하자는 노래에 관객들은 깊숙히 빠져들었다. 현존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꼽히는 베이스 연광철의 ‘한국가곡 콘서트’는 잊혀진 한국의 정서를 되살려주는 공연이었다. 한국가곡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시작된 장르로 서양의 리트(예술 가곡) 형식에 한국의 시와 시조를 가사로 붙인 것이다. 노년층에게는 익숙하고, 중장년층 가운데서도 즐겨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던 이유다.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노래를 되살려주는 반가운 무대였던 것이다. 연광철은 피아노 앞에 단촐하게 섰다. 30년 넘게 독일에서 ‘궁정 가수’(캄머쟁어) 칭호를 받을 정도로 유럽 주요 무대에서 30년 이상 활약해온 그였지만 이번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의상, 오케스트라 반주도 없이 그저 한 명의 한국인으로 무대 위에 섰다. 공연 시작 직전에 휴대전화 벨소리가 두어번 울렸지만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넘기면서 오히려 콘서트홀의 불편한 긴장감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는 90여분 동안 특유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다채롭고 세련된 한국적 정서를 그려내며 무대를 채웠다. 공연의 시작은 홍난파 작곡의 ‘사공의 노래’였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느낌을 줬다. 그는 비슷한 주제나 시대를 묶은 3개의 곡을 한 세트로 불렀다. 단조의 고독감으로 6·25

    2023.12.04 15:46
  • [책마을] 재택근무 싫어한 잡스 "사람 만나야 창의성 생겨"

    딱딱한 디자인의 사무용 책상과 의자, 쌓여 있는 서류 더미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 회사 사무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대개 이러하다. 개성과 자유는 억제되고 획일화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 제레미 마이어슨·필립 로스가 쓴 에 따르면 이 같은 사무실의 모습은 1920년대에 자리 잡았다. ‘효율성의 극치’를 추구한 미국 산업공학자 프레드릭 테일러(1856~1915)의 아이디어였다. 경영학자였던 테일러는 작업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공장의 작업관리 원칙을 화이트칼라 업무 현장에 적용했다. 직선적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소화한 방식이다. ‘테일러 스타일’이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무실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다 1950년대 말 퀵 보너 컨설팅팀이 만든 ‘뷔로란트샤프트’가 등장했다. 뷔로란트샤프트는 기존의 직급이나 서열에 따른 획일적 배치 대신 커뮤니케이션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사무실 구성 방식을 말한다. 스칸디나비아항공 본사가 이 같은 방식을 택했는데 이 회사는 수영장과 의료센터, 체육관, 공원 벤치, 카페, 콘퍼런스 센터 등을 갖춘 하나의 타운으로 구성됐다. 일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공간 혁신도 계속됐다. 4만 그루의 식물을 심은 지구본 모양의 회사를 한 아마존 사옥, 거대한 하나의 도시를 만든 애플사의 애플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의 모습은 최고의 효율보다 직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재택근무를 끔찍이 싫어했다고 한다. “(일터에서) 우연히 사람들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가운데 창의성이 발현되기 때문

    2023.12.01 18:50
  • 시한부 선고받은 老공무원이 찾은 '마지막 할 일'은 뭐였을까- 영화 '리빙'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 늙어서 지난 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2013년 국내 개봉한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나오는 대사로 인터넷 ‘밈(meme·유행어)’으로도 만들어지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구절이다. 배우 빌 나이는 이토록 멋진 조언을 아들에게 해주는 아버지로 등장했다. 전세계의 '국민 아버지' 빌 나이가 이번에는 영화 '리빙 : 어떤 인생'에서 노년의 공무원 윌리엄스로 분했다. 영화에서 그는 단순한 '리브'(살다)가 아닌 현재진행형 '리빙'(살아가는)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말이면 한 해를 반추하면서 신년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적절한 영화다.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수장인 윌리엄스는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관료다. 근엄한 표정으로 칼같이 정시에 출퇴근을 하고, 새로운 부하직원이 들어와도 살가운 말 한마디 붙이지 않는다. 골치아픈 민원이 들어왔을 때 다른 부서로 떠넘기는 것도 일상다반사. 다른 부서에 떠넘길 수 있을 때까지 떠넘겨봤는데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와버린 민원은 가장 구석에 밀어놔버린다. 부하 여직원 마거릿(에이미 루 우드)이 그에게 '미스터 좀비'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 어릴적 그의 꿈은 소박했다. 그저 '젠틀맨'이 되고 싶었다. 중절모를 쓰고 매일 아침 런던행 출근 열차를 타는 평범한 직장인들 말이다. 그는 자신의 꿈대로 반듯한 양복을 차려입은 직장인이 됐다. 젠틀맨다운 매너와 상식, 성실하게 모은 재산을 갖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삶을 살아왔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탈선하지도 않았다. 주변에서 흔히볼 수 있는 우리와 비슷한 인물인 셈

    2023.11.30 10:49
  • 남다른 퍼포먼스와 스킬...청중은 유자 왕에 눈과 귀를 내줬다

    벨리 댄서를 연상시키는 '반짝이 미니스커트', 20㎝ 높이의 킬 힐, 보브컷 단발머리…. '클래식계의 연예인', '아이돌 같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36)은 첫인상부터 화끈했다. 예술의전당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에게 청중들은 귀 대신 눈을 먼저 열었다.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자 왕 리사이틀이 일반적인 연주회와 다른 건 외모 뿐이 아니었다. 연주할 곡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당일 프로그램북을 통해 알린 것도 그랬다. 그렇게 고른 곡들도 평범하지 않았다. 프랑스 현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부터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곡들로 구성해서다. 공통점이 파격적이거나 즉흥적 요소가 충만한 작품들이란 점도 다른 공연에선 보기 힘든 대목이다. 1부의 첫 곡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 중 15번과 10번이었다. 메시앙은 실험적인 작품과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을 많이 쓴 작곡가다. 15번은 피아니시시모(매우 여리게)로 은밀하게 시작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불협화음으로 진행된다. '아기 예수의 입맞춤'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곡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10번 '성령의 기쁨의 시선'은 타악기를 연상시키는 빠르고 리드믹한 작품이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인 가믈란 음악의 요소를 차용한 이 곡은 동양적이고 원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소 운동을 즐긴다는 왕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화성 진행과 까다로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이 곡들을 수월하게 소화했고, 폭발적인 포르테부터 극도로 세밀한 작은 소리까지 폭넓은 다이내믹을 구사했다. 이

    2023.11.28 17:57
  • "창의성은 대화에서 나온다" 잡스가 재택근무 싫어한 이유

    딱딱한 디자인의 사무용 책상과 의자, 쌓여있는 서류 더미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 회사 사무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대개 이러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편의 시설을 대폭 강화한 일터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사무실이란 공간은 그런 곳이다. 개성과 자유는 억제되고 획일화된 분위기가 감도는 곳. 제레미 마이어슨·필립 로스가 쓴 에 따르면 이같은 사무실의 모습은 1920년대에 자리잡았다. '효율성의 극치'를 추구한 미국 산업공학자 프레드릭 테일러(1856~1915)의 아이디어였다. 경영학자였던 그는 작업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공장의 작업 관리 원칙을 화이트칼라 업무 현장에 적용했다. 그로인해 직원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사무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 직선적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최소화된 형태의 사무실이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산성 높이기가 최대 과제였던 당시의 풍토는 이런 모습의 사무실을 유행시켰다. 그러다 1950년대 말 퀵 보너 컨설팅팀이 만든 '뷔로란트샤프트'가 등장했다. 뷔로란트샤프트는 기존의 직급이나 서열에 따른 획일적 배치 대신 커뮤니케이션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사무실 구성 방식을 말한다. 스칸디나비아항공 본사가 이같은 방식을 택했는데, 이 회사는 수영장과 의료센터 체육관, 공원 벤치, 카페, 콘퍼런스 센터 등을 갖춘 하나의 타운으로 구성됐다. 일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공간의 혁신 또한 계속됐다. 4만 그루의 식물을 심은 지본 모양의 회사를 한 아마존 사옥, 거대한 하나의 도시를 만든 애플사의 애플 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의 모습은

    2023.11.28 09:49
  • [이 아침의 피아니스트] 50년 넘게 무대 장악한 '피아노계 대모' 신수정

    피아니스트 겸 음악 교육자 신수정은 대한민국 1세대 클래식 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1942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음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아카데미, 미국 피바디 음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13세에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이후 1961년 열린 제1회 동아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국제무대에 나섰다. 신수정은 1969년 27세의 나이로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으며 경원대 음대 학장을 거쳐 2000년 서울대 음대 최초 여성 학장으로 7년간 재직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10대 초반에 신수정 교수를 사사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피아노계 대모’답게 50년이 넘도록 무대에서 활약했다. NHK교향악단 첫 내한 공연과 코리안심포니 창단 연주회에서 협연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 임명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2023.11.26 18:51
  • 권투선수처럼 원투펀치 날린 츠베덴...서울시향에 '맹장의 시대' 열렸다

    2부 공연 시작을 앞두고 주어지는 15분 간의 인터미션(휴식시간). 몇몇 단원들은 휴식 대신 2부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매주, 매시간, 매분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서울시향의 새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63)의 주문이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는 향후 '츠베덴표 서울시향'이 얼마나 뛰어오를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수 있는 무대였다. 악단은 '오케스트라 트레이너'와 함께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고 큰 근육부터 키우고 있다는 걸 소리로 들려줬다. 파트 별로 선명해진 사운드, 조화로운 성량, 원숙한 앙상블 등 기본기가 탄탄해진 걸 보니. 75분 동안 이어진 이날 공연은 앙코르 없이 딱 두 개의 교향곡으로만 승부했다. 1부 곡은 하이든 교향곡 제 92번 '옥스퍼드'. 1악장 초반부터 잘 제련된 사운드와 딱 맞아떨어지는 현악 파트의 보잉(활의 움직임)이 귀를 사로 잡았다. 츠베덴은 권투 선수를 연상케 하는 파이팅 넘치는 지휘로 악단을 꽉 쥐듯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탁월한 성량 조절과 알맞은 앙상블로 작품의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면모를 십분 살려냈다. 이어 목관의 우아한 선율이 펄쳐지는 2악장, 쫀득한 리듬으로 활기가 가득한 3악장을 거쳐 익살맞은 4악장까지 츠베덴의 타이트한 지휘에 맞춰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사운드가 더 가볍고 산뜻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를 놓고 봤을 때 상당히 안정적인 호연이었다. 하이라이트는 2부에서 들려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이었다. 프로그램이 공개됐을 때부터 평단에서는 "츠베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과거

    2023.11.24 17:16
  • 'K드라마 팬' 싱가포르 아줌마…'한국 할배'와 영화같은 모험

    남편은 3년 전 세상을 떠났고 그즈음 시어머니도 작고했다. 하나 있는 아들마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겠다고 하니 58세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 분)의 일상은 허전하기만 하다. 중년의 고독을 달래주는 건 오로지 한국 드라마. 어눌하기는 해도 TV를 보면서 한국어 대사까지 따라 하는 경지가 됐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한류스타 여진구다. 림메이화는 어느 날 한국 여행을 감행한다. 영화 ‘아줌마’는 싱가포르·한국 합작 영화로 허슈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K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는 무료한 싱가포르 아줌마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정수(정동환 분)의 도움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다. 여기에 딸이 하나 있는 30대 여행 가이드 권우(강혁석 분)가 가세한다. 아줌마의 ‘어드벤처’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권우로부터 비롯된다. 싱가포르 아줌마와 한국 아저씨는 공통점이 많다. 경비아저씨도 오래 전 부인과 사별했고 두 아들은 모두 해외에서 산다. 반려견 두키도 세상을 떠났다. 림메이화는 인생 선배로서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정수에게 고마움과 공감을 느낀다. ‘떠나보내는 자들’의 연대라고나 할까. 국적이 다른 두 아줌마 아저씨는 중간중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연애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로맨스의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따스하고 소박한 우정을 보여준다. 권태로움에 지친 아줌마는 이번 여행에서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남편이 싫어해서 술을 잘 먹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술 꽤나 마시는 사람이었고, 위험에 빠진 여행 가이드를 구하기 위해 영화 ‘

    2023.11.22 19:26
  • 스타인웨이·뵈젠도르퍼·시게루가와이…거장의 소리 뒤엔 3대 명품 피아노가 있다

    명품 시계에 모두가 인정하는 ‘서열’이 있는 것처럼 피아노 세계에도 암묵적인 순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뵈젠도르퍼, 시게루가와이 등 셋 중 하나다. 연주자들이 꼽는 소리의 질감과 판매가격 등으로 보면 이들 ‘빅3’가 피아노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다. 판매량은 스타인웨이가 월등하지만 평판으로만 따지면 시계의 파텍필립과 같은 압도적인 1위는 없다. 전문가들은 “연주자마다 자신의 연주 스타일과 ‘궁합’이 맞는 피아노를 찾을 뿐 모두가 다 원하는 1위 브랜드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찾아봤다. 올 하반기 내한했거나 내한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은 어떤 브랜드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지, 왜 하필 그 피아노를 택했는지. ○지메르만이 사랑한 스타인웨이다음달 27일부터 부산, 대전, 서울 등에서 내한 공연을 여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6)의 별명은 ‘믿고 듣는 지메르만’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관객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 보니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그의 곁엔 언제나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피아노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스타인웨이를 꼽을 정도니 말 다했다. 스타인웨이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중에는 예브게니 키신, 미쓰다 우치코, 김선욱, 조성진도 있다. 스타인웨이를 만든 사람은 독일 출신 ‘피아노 장인’ 스타인웨이와 그의 아들들(sons)이다. 1853년 미국 뉴욕에 회사를 설립한 뒤 다양한 신기술을 앞세워 피아노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스타인웨이의 특징은 ‘높은 민감도’다. 한음 한음 전달력이 높고 연주자의 의도를 세심하게 반영한다는 것.

    2023.11.22 19:24
  • 韓 찾는 3인3색 '건반 위의 거장들'이 선택한 피아노 파트너는?

    시계는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기호품인데도, 모두가 인정하는 '서열'이 있다. 맨 꼭대기는 언제나 스위스 브랜드 파텍필립 차지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내놔도, 아무리 판매량이 많아도 브레게나 롤렉스가 파텍필립 자리를 넘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품 악기는 어떨까. 피아노 세계에도 암묵적인 서열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가정집이 아닌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뵈젠도르퍼, 시게루 가와이 등 셋 중 하나다. 연주자들이 꼽는 소리의 질감이나 판매가격 등으로 보면 이들 '빅3'가 피아노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다. 판매량은 스타인웨이가 월등하지만, 평판으로만 따지면 시계의 파텍필립 같은 압도적인 1위는 없다. 전문가들은 "시계는 액세서리 성격이 크지만 악기는 각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음악 파트너에 가깝다"며 "그런 만큼 연주자마다 자신의 연주 스타일과 '궁합'이 맞는 피아노를 찾을 뿐 모든 피아니스트가 찾는 1위 브랜드란 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찾아봤다. 올 하반기 내한했거나 내한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은 어떤 브랜드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지. 그리고 왜 하필 그 피아노를 택했는 지. ○완벽주의자의 선택, 최고 인기 스타인웨이 내달 27일부터 부산, 대전, 서울 등에서 내한 공연을 여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66)의 별명은 '믿고 듣는 짐머만'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관객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보니,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그의 곁엔 언제나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스타인웨이)사의 피아노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

    2023.11.22 17:44
  • 개성·실력 겸비한 괴짜 피아니스트들이 온다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 있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인상은 대개 이렇다. 검은색 양복이나 드레스를 차려입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 ‘거장’이나 ‘대가’란 수식어가 붙은 연주자는 예외 없이 이런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손짓 하나, 표정 하나 튀는 법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래식 음악계라고 해도 ‘아웃라이어’는 있다. 자유로운 복장은 기본. “연주자는 오직 무대에서만 말한다”거나 “앙코르는 2~3곡 정도가 적당하다”는 통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대 밖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앙코르로 무려 18곡을 연주하는 등 어찌보면 제멋대로다.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연주자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 선다. ‘사회 비평가’란 별명이 붙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6)와 ‘대중가수보다 화려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유자 왕(36)이 주인공이다. 개성과 실력 겸비한 레비트와 왕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레비트는 여느 음악인과는 다르다. 정장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 상대방과 논쟁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음악 외엔 입을 닫는 거의 모든 클래식 아티스트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팬데믹 시기에는 트위터로 53차례의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네 줄의 악보를 840번 반복하는 곡인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짜증)을 16시간 동안 연주해 온라인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의 좌절을 표현하는 취지로, ‘소리 없는 비명’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레비트의 목소리

    2023.11.21 18:37
  • [이 아침의 지휘자] 조성진과 '찰떡 궁합'…베를린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키릴 페트렌코(51)는 세계 정상의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2번째 상임지휘자로 2019년부터 일하고 있다. 그는 유대계 출신으로 러시아 옴스크주에서 태어났다. 11세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이후 18세에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이주해 빈 국립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그는 오페라 극장부터 커리어를 쌓았다. 독일 마이닝겐 극장, 베를린 코미셰오퍼에서 지휘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2013~2020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빈, 뮌헨, 드레스덴, 파리 등에서 주요 오케스트라의 포디엄에 섰으며 2006년 베를린 필을 처음 지휘하며 악단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2015년 베를린 필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표되면서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전설적인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의 뒤를 이었다. 페트렌코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 등 잊힌 작곡가의 작품도 발굴했다. 페트렌코는 언론 노출을 꺼리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지휘자로 알려졌다. 작품을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완성도가 높고 깊이 있는 해석을 추구해왔다.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을 이끌며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다 최근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 내한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손을 맞췄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2023.11.21 18:14
  • TV토론서 논쟁…앙코르로 18곡… 괴짜 피아니스트들 줄줄이 무대에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인상은 비슷하다. 대개 검정색 양복이나 드레스를 차려입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 '거장'이나 '대가', '콩쿠르 스타'란 수식어가 붙은 연주자들은 예외 없이 이런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손짓 하나, 표정 하나 튀는 법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래식 음악계라고 해도 '아웃라이어'가 없을 리 없다. 자유로운 복장은 기본. "연주자는 오직 무대에서만 말한다"거나 "앙코르는 2~3곡 정도가 적당하다"는 통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치 사회활동가처럼 무대 밖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앙코르로 무려 18곡을 연주하는 등 기존 질서를 깨뜨리기도 한다.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연주자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 선다. '사회 비평가'란 별명이 붙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6)와 '대중가수보다 화려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유자 왕(36)이 주인공이다. ○비평가 레비트…팬데믹의 좌절 표현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연주를 하는 레비트는 독특한 캐릭터의 음악가다. 정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구 무대에 오르는 그는 '유러피안, 시민, 피아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 상대측과 논쟁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음악 외엔 입을 닫는 거의 모든 클래식 아티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팬데믹 시기에는 트위터로 53차례의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네 줄의 악보를 840번 반복하는 곡인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짜증)을 16시간동안 연주해 온라인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의 좌절을 표현하는 취

    2023.11.21 17:47
  • 7년만에 韓무대 서는 이루마, "뮤지션이 인정하는 뮤지션 되고 싶다"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우스 인 유…. '국민 피아노곡'으로 불리는 유명한 피아노 연주곡들이 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도,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의 곡도 아니다. '삶의 배경음악 같은 음악' '공기처럼 늘 남아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혀 온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45·사진)의 곡이다. 그의 바람처럼 이루마의 곡은 항상 대중의 곁에 머물러 왔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 선율, 듣기도 치기도 쉬운 음악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 온 이루마가 7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선다. "일부 클래식 애호가들이 제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는 그런 세간의 평가보다는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려 합니다. " 20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루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일부 전문가나 애호가들은 '이지 리스닝' '뉴에이지'로 분류하며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루마는 "내 음악은 뉴에이지보다는 '네오 클래식'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한 음악이든 대중적인 음악이든 좋은 곡들을 쓰고 싶다"며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클래식 연주자에게 제 곡을 주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루마는 2001년 첫 음반 '러브 신'을 낸 이후 KBS 드라마 '겨울연가'에 수록곡 '사랑이 떨어질 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여 곡을 발표하며 23년째 활동하고 있다.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우스 인 유, 메이비 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반인도 따라 치기 쉬운 히트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루마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2023.11.21 10:16
  •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향을 '협력의 악단'으로 만들 것"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의 음악을 작업한 프로듀서 정재일(41)과 손을 잡는다. 국내 1위 오케스트라와 K콘텐츠의 음악 선봉장이 합작 무대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는 얍 판 츠베덴(63·사진)은 20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의 첫 목표로 ‘협력’을 꼽으며 “정재일을 비롯해 신진 작곡가들과 오페라, 발레 등 서울의 다양한 음악 단체와 협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츠베덴이 협력을 강조하는 건 서울시향의 파급력을 넓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 서울시민도 사랑하는 예술단체가 되기 위해선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츠베덴은 서울시향과 5년간 함께할 주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 미국 유럽 등 해외 투어 공연을 계획 중”이라며 “매년 스위스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운영하던 신인 지휘자 육성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는 작업도 시작한다. 말러가 쓴 10개의 교향곡을 녹음하려면 악단은 매년 최소 2개 이상의 말러 교향곡을 연주해야 한다. 말러 교향곡은 규모가 크고 어렵기로 정평 나 있다. 츠베덴은 19세에 세계 최정상급 악단 로열콘세트르헤바우(RCO) 최연소 악장으로 17년간 일했다. 이후 미국 댈러스 심포니, 홍콩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을 이끌었다. 그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기간에 연주 실력을 끌어올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불린다. 그는 내년 서울시향 프로그램은 클래식 대표 레퍼토리로 구성했다. 바그너의 ‘발퀴레’, 브람스 2

    2023.11.20 19:35
  • '츠베덴'의 서울시향, 오징어게임 작곡가와 협력..."카멜레온 같은 악단 될 것"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의 음악을 작업한 프로듀서 정재일(41)과 손을 잡는다. 국내 1위 오케스트라와 K콘텐츠의 음악 선봉장이 합작 무대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는 얍 판 츠베덴(63·사진)은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의 첫 목표로 '협력'(콜라보레이션)을 꼽으며 "정재일을 비롯해 신진 작곡가들과 오페라, 발레 등 서울의 다양한 음악 단체들과 협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츠베덴이 협력을 강조하는 건 서울시향의 파급력을 넓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 서울시민들도 사랑하는 예술단체가 되기 위해선 다른 예술분야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츠베덴은 "서울은 단순히 음악의 도시가 아닌 예술의 도시"라며 "서울이 가지고 있는 재능있는 음악가, 예술단체들을 강화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일이) 자신은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라며 망설였지만, 전혀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뉴욕필에서 19번의 초연 무대를 했어요, 서울시향에서도 많은 초연곡을 선보일 겁니다. " 츠베덴은 서울시향과 5년간 함께할 주요 프로젝트들을 발표했다. 그는 "국제적인 사운드를 지닌 오케스트라"를 내걸며 아시아 미국 유럽 등 해외 투어 공연을 계획중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그가 매년 스위스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운영하던 신인 지휘자 육성 프로그램도 서울에서 런칭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후년부터 공개오디션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한국 젊은 지휘자들을 키우고, 그들에게 훌륭한 DNA를 심어

    2023.11.20 16:38
  • 'K드라마' 덕질하던 싱가포르 아줌마의 한국 어드벤처가 시작됐다

    3년 전 사별한 남편,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 이제는 하나있는 아들마저 미국에서 취직을 하겠다며 자신의 곁을 떠난다고 한다. 58세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 분)는 중년의 전형답게 '공백이 늘어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그를 귀찮게 하는 사람도 없고, 그가 귀찮게 할 사람도 없지만 일상은 허전하기만 하다. 가족들을 돌보면서 흘려보낸 시간은 그의 젊음도, 직업도 가져가 버렸으니까. 돌볼 대상이 떠난 지금은 시간도 남고, 마음 쓸 곳도 없다. 중년의 고독을 달래주는 건 오직 'K드라마', 그리고 그의 '최애 배우' 한류스타 여진구(여진구 분)다. 영화 초반부 텅 빈 집에서 텔레비전 속 한국어 대사를 어눌하게 따라하는 그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무력한 모습이다. 영화는 림메이화가 한국 여행을 떠나면서 본격화된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터지며 림메이화는 한국에서 길을 잃게 된다. 영화는 혼자가 된 림메이화가 아파트 경비원 '정수'(정동환 분)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우연찮게 인연을 맺게 된 정수와 림메이화, 그리고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여행 가이드 '권우'(강형석 분),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수와 권우는 림메이화와 다른 시기를 살고있다. '노년기'를 살고있는 정우는 이미 많은 것들을 떠나 보냈고, 그런 삶에 익숙하다. 부인은 오래 전 사별했고, 두 아들은 모두 해외에서 산다. 그의 반려견 두키는 공교롭게도 림메이화를 만난 다음날 세상을 떠난다. 정수는 나름대로 삶의 공백을 메우며 살아가고 있다. 취미활동으로 나무 공예를 하고 경비원 업무를 하면서. 림메이화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

    2023.11.19 09:26
  • 김도현, 암스트롱, 유토...한 건반 위에 오르는 30개 손가락

    마포문화재단이 개최하는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제8회 M 클래식 축제'의 대미를 3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장식한다. 내달 열리는 '아시아 3국 스페셜 콘서트'에서다. 이 공연은 한국 대만 일본 3국을 대표하는 실력파 피아니스트들의 릴레이 독주 무대다. 첫날(5일)에는 올해 마포문화재단이 선정한 M 아티스트이자 2021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 및 현대 작품 최고 연주상을 수상한 김도현이 활약한다. 프랑즈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와 쇼팽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다음 날(6일)에는 '21세기 모차르트의 환생'으로 불리는 대만계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이 6년 만에 내한해 연주한다. 모차르트와, 바흐, 생상스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7일)에는 2019 인터내셔널 텔레콤 베토벤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한 떠오르는 신성, 일본 피아니스트 타케자와 유토가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유토는 라모, 드뷔시, 베토벤을 비롯해 메시앙 등 현대 작품들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킷 암스트롱 리사이틀 2부에서는 특별한 연주가 열린다. 한국 대만 일본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대의 피아노에서 '라흐마니노프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함께 연주한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흰 건반, 검은 건반이 하나 돼 아시아 3국이 화합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이사는 "M 클래식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이번 공연을 통해 문화는 정치, 외교로도 할 수 없는 국가 간 화합의 장을 여는 열쇠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2023.11.17 10:05
  • '오징어게임' 음악 만든 정재일 "록콘서트 같은 국악 들려드릴게요"

    기생충, 오징어게임, 브로커…. 이들 영화·드라마는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같은 사람이 배경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작곡가 겸 연주자 정재일(41·사진). 대중음악부터 클래식, 국악 등 폭넓은 음악 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유명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어 프레이어’와 ‘리슨’ 등 두 개 음반을 냈다. 이 중 지난 3일 발표한 ‘어 프레이어’는 국악 크로스오버 작품으로 채웠다. ‘리슨’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전통악기로 이뤄진 곡이 담겼다. 정재일은 이를 토대로 다음달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13일 만난 정재일은 “영화음악 메들리와 현대음악, 국악 등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20년이 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정재일은 17세 때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와 함께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늑대의 유혹, 옥자, 브로커 등의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 작업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 17’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낮춘다. 중학교 이후로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학생 시절 서울 재즈아카데미를 다닌 뒤 현업에 뛰어들었다. “제가 학교를 제대로 안 다녀서 고등교육에 상당히 목마른 사람입니다. ‘교육받았으면 더 잘했을까’란 생각도 하죠. 그래도 음반을 내고, 여러 제안도 받아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근본은 없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2023.11.14 19:43
  • 오징어게임 만든 '근본 없는 음악가'...정재일, 콘서트 연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브로커…. 최근 몇년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국 콘텐츠의 숨은 주역이 있다. 작품의 배경 음악을 만든 음악 감독이자 작곡가 겸 연주자 정재일(사진·41)이 그 주인공이다. 대중음악부터 클래식, 국악 등 폭넓은 음악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두 차례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음반 '어 프레이어'와 '리슨'을 발매했다. 이중 지난 3일 발표한 음반 '어 프레이어'에는 국악 크로스오버 작품을, 리슨에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전통악기로 이루어진 곡을 수록했다. 정재일은 이를 토대로 내달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재일은 "영화음악 메들리와, 현대음악, 국악 등 저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20년이 넘도록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정재일은 17세 때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와 함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늑대의 유혹, 옥자, 브로커 등의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 작업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 17'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근본없는 음악가"라고 낮춘다. 중학교 이후로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학생 시절 서울 재즈아카데미를 다닌 이후로는 학교에서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 없이 현업에 뛰어들었다. "제가 학교를 제대로 안 다녀서 고등교육에 상당히 목마른 사람입니다. '교육 받았으면 더 잘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오징어게임 덕분에 음반 낼 기회를 얻고, 여러 제안

    2023.11.14 11:25
  • '베를린 열차' 탄 조성진…한 식구 된 '톱 클래스'와 완벽 균형

    철학자 니체는 예술의 성격을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으로 구분했다. 전자가 비이성 영역에서 오는 도취적인 예술을 말한다면, 후자는 이성이 주관하는 균형적이고 조형적인 성격의 예술을 말한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이 두 가지 미학이 동시에 표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무대였다. 우선 살펴볼 점은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 지명된 이후 처음 내한한 키릴 페트렌코(51)의 음악적 성향이다. 그는 감정에 몰입해 도취하는 연주보다 조화와 절제, 기술적인 지시를 통해 최적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음악적 이상향이라고 밝혀 왔다. 이날 보여준 음악이 그랬다. 1부에서 주목한 건 이런 페트렌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의 조화였다. 악단 상주음악가로 지명되고 첫 협주를 선보인 조성진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화려하지 않지만 테크닉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깊이 있는 난곡이다. 곡은 이례적으로 피아노가 먼저 주제를 제시하며 시작한다. 조성진은 특유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음색으로 문을 두드렸다. 이제 한 식구가 되어서일까, 몇 차례 연주한 작품이어서일까. 이날 조성진은 유독 자신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저 없이 표출했다. 평소보다 편안한 느낌을 전해주는 연주였다. 베를린 필의 꽉 차고 비옥한 소리는 협연자의 폭넓은 음색의 스펙트럼을 뒷받침했고, 촘촘한 구조 덕분에 템포와 다이내믹 측면에서 어긋남이 없었다. 2악장에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사색적인 조성진의 선명한 대비가 이어졌고, 조성진은 충분한 루바토(템포를 자유롭게 연주)와 입체적인 프레이징으로 자신

    2023.11.13 19:41
  • '베를린 열차' 탑승한 조성진...톱 클래스들이 보여준 완벽함

    철학자 니체는 예술의 성격을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으로 구분했다. 전자가 비이성 영역에서 오는 도취적인 예술을 말한다면, 후자는 이성이 주관하는 균형적이고 조형적인 성격의 예술을 말한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이 두 가지 미학이 동시에 표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무대였다. 우선 살펴볼 점은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로 지명된 이후 처음 내한한 키릴 페트렌코(51)의 음악적 성향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을 언급했다. 감정에 몰입해 도취하는 연주보다 조화와 절제, 기술적인 지시를 통해 최적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그의 음악적 이상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감정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했다. 이날 보여준 음악이 그랬다. 첫날(11일)과 달리 이날은 베를린필의 주요 스타 단원들은 물론 스타 협연자 조성진까지 출연한 '풀파워' 무대였던 만큼 그냥 알아서 연주하도록 내버려 둘 법도 한데, 그는 세세하게 소리까지 컨트롤하며 자신이 그린 세부 조감도를 맞춰나갔다. 1부에서 주목할 건 이런 페트렌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의 조화였다. 협연자와의 합에서 이러한 페트렌코의 음악 스타일은 '배려'로 작용하는 듯했다. 악단 상주음악가로 지명되고 첫 협주를 선보인 조성진은 이날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화려하지 않지만, 테크닉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깊이 있는 난곡이다. 곡은 이례적으로 피아노가 먼저 주제를 제시하며 시작한다. 조성진은 특유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음색으로 문을 두드렸다. 이제 한 식구가 되어서일까, 몇 차례 연주한 작품이어서일까. 이

    2023.11.13 11:04
  • '피콜로와 춤바람'… 16일 피콜로 리사이틀 여는 김원미

    2021년 7월 국내 최초로 '피콜로' 독주회를 연 피콜로이스트 김원미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춤바람 난 피콜로, 반도네온과 사랑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리사이틀을 연다. 피콜로는 이탈리아어로 '작다' '젊다'는 뜻으로, 플루트보다 더 작은 크기의 목관 악기다. 음역대는 플루트 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소프라노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소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날 공연 1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춤을 연상시키는 국내 초연곡들을 피콜로로 연주할 예정이며, 2부에서는 대표적인 춤 음악 '탱고'를 반도네온·첼로·더블베이스와 합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탱고의 영혼’이라는 별명을 가진 악기인 반도네온은 19세기 초 독일에서 교회 오르간 대용으로 만들어진 후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에 전해진 뒤 애절하고 정열적인 선율로 인해 탱고 음악의 중심 악기로 자리잡았다. 김원미 피콜로이스트는 "국내 최초 독주회를 개최했던 경험을 살려 매년 새로운 장르와의 콜라보를 통해 피콜로의 독창적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관객들의 흥미를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있는 연구를 곁들여 지적 만족을 채워주는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원미는 영국 로열 아카데미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에서 동양인 최초로 피콜로 솔리스트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2023.11.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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