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오케스트라 운영 실태 '깜깜이'…日은 30년 전부터 통계 발표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자 지역 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한다. 뉴욕, 파리, 베를린, 빈 등 예술 강국으로 이름깨나 날린다는 도시들 모두 세계적으로 저명한 오케스트라를 가진 이유다. 이런 지역 오케스트라들은 상당한 비용의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악단 운영 실태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건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된 공식 통계조차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국공립 교향악단의 수는 30개 내외. 여기에 지자체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구립 오케스트라, 아마추어·청소년 오케스트라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50개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정확히 몇 개의 오케스트라가 있고, 이들이 연간 몇 회의 공연을 하는지 등의 정보가 민간은 물론이고 공공 단체들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각자 운영 중인 오케스트라를 부처에 전달하고 있지만 채임버 등 작은 오케스트라까지 포함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라 때문에 명확한 통계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립오케스트라, 성동구립오케스트라, 송파구립오케스트라 등 각 서울 자치구 문화재단들은 다양한 용도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 재단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실태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면 가까운 일본은 30여 년 전부터 ‘일본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회’(AJSO)라는 연맹 단체를 결성해 매년 오케스트라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38개의 회원을 둔 이 협회는 각 오케스트라의 공연 횟수뿐 아니라 유료 티켓 판매율, 관객 수, 공연 횟수까지 공개한다. 이 협회에서 근무했던 한정호 에투알 클래식 대표는 “일본은 도쿄에만 도쿄 필하모닉·NHK 교향악단·뉴 재팬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악단 3곳이 있는 아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 대국“이라며 “이들은 정량적인 목표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악단들도 시그니처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등 지역 클래식 애호가들을 모을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오케스트라 역사가 깊고 관련 제도가 체계적인 유럽 국가들조차 나름의 지표로 오케스트라를 관리하고 있다. 핀란드에는 핀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회가 각 악단별로 프로 및 아마추어 연주자 수, 공연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독일은 독일 오케스트라 연합에서 아예 오케스트라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단원 수와 평균 임금 등을 따져 S부터 C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시향·KBS교향악단·국립심포니 등 서울 기반 오케스트라 외에는 클래식 팬들에게 제대로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주요 프로악단의 연주를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조차 유료 관객 수나 객석점유율 등의 수치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일부 악단에게 민감한 정보인 만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음악은 경쟁이나 비교를 하는 영역이 아니다”는 시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쟁의 끝판왕인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비율이 제일 높지만, 이들이 뭉친 오케스트라들은 경쟁과 멀어지는 아이러니인 셈. WFIMC(국제콩쿠르세계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우승자 비율은 17%로, 가장 많았다. “한번 단원이 되면 정년까지 근무하는 만큼 어느정도 평가와 경쟁 요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음악계의 얘기다.

한 시립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실력이 저하되면 관객들에게 멀어지고, 시민들은 여기에 세금을 들일 이유를 찾지 못한다”며 “일자리 보전에만 목멜게 아니고 단원부터 지자체까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민해야 한적절한 평가와 경쟁을 통한 관객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